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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버스는 세 대씩 몰려다닐까_리처드 로빈슨 저

왜 버스는 세 대씩 몰려다닐까, 리처드 로빈슨 저, <한겨레출판>, 2007. 11.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 할 법한 사실들. '왜 버스는 세 대씩 몰려다닐까?'

또 있다. '왜 갈 때보다 올 때 더 빨리 오는 느낌이 드는 걸까?' '왜 돌아서고 나면 할 말이 생각나는 걸까?' '마트에서는 왜 내가 선 줄이 제일 늦을까?' '막힐 것 같아서 돌아갔는데 그 길이 더 막히는 등'

일상 속에는 이처럼 아이러니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이를 두고 '머피의 법칙'이라고 한다. 다음 백과를 보면 머피의 법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반복되는 현상'

 

그런데 꼭 이것만이 아니다. 내가 버스 안에서 서 있으면 다른 쪽에 자리가 난다. 그럼 난 집까지 그대로 서서간다. 지하철도 예외는 아니다. 책을 보려고 펼치면 반드시 전화나 문자가 와서 흐름을 깬다. 열심히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꼭 읽어서 원인 분석, 아니 그 이유만이라도 알아야 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이유나 좀 알자고.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두 가지로 말하고 있다. 하나는 왜 생명 없는 물체들이 얄미운 짓을 하는 걸까?, 또 하나는 왜 인간은 그런 물체들에 몹시 짜증을 내는 걸까?

 

결론적이긴 하지만 그 해답은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눈에 머피의 법칙이 자주 목격되기 때문이란다. 그럼으로써 두 뇌가 착각을 굉장히 잘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감각이 어떻게 사건 조각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황인지가 달라지고, 착각 역시도 의도적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뇌에 보내 감각을 오도한다. 그 과정에서 머피의 법칙이 활개를 치면 우리는 사실을 무시한 채 추측을 믿게 된다. 또 감정이 격해지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우리 신체의 감각적인 부분, 즉 뇌 속의 기관이 각각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감각 기관이 있는지 등을 축으로 오감과 주의력, 착시, 기억력, 연상, 감정, 여론 등을 두루 살피며 각각의 사례를 이론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1장에서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음을, 2장에서는 대상을 측정하는 데 있어 우리의 무능함을, 3장에서는 부정확한 기억의 예를, 4장에서는 기억을 이용해 황당한 결론에 이르는 그 흔한 사례들, 5장에서는 우리는 감정 자체를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주변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생각에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설명한다.

 

구석기 시대에는 보이는 것만 믿고, 그것만으로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면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성급한 결론이나 믿음의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가 일상의 90%는 합리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이다. 머피의 법칙은 우리 삶에서 가장 작은 일부일 뿐이다. 저자의 말대로 머피의 법칙의 잔꾀와 원인을 알았으니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 삶의 방식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