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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침의 해우소

[No. 36] 대통령의 위트

 

유머는 만병의 통치약이요, 뛰어난 분위기 메이커다. 딱딱하고 긴장되는 현장을 한 순간에 녹여버리는 마법은 물론, 근사한 유머를 구사한 이는 자칫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요즘 같아서는 그 유머를 이용해 국민을 사로 잡는 대통령은 얼마나 멋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특히 미국의 링컨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은 국민 개개인과도 어려움 없이 어울리며, 근사한 유머를 통해 재기 넘치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세계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웃음이야 말로 감정적인 안전벨트가 아니었을까? 우스워진 대통령이 아닌, 웃음을 주는 대통령으로서 말이다. 그럼 그들의 유머를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사례 1.

링컨의 평생 라이벌은 스티븐 더글러스(Stephen A. Douglas)가 링컨보고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힐난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자 링컨은 청중을 향해 느릿느릿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의 판단에 맡깁니다. 만일 제게 또 다른 얼굴이 있었다면, 지금 이 얼굴을 하고 나왔겠습니까?"

 

 

사례 2.

어느 날 오후, 링컨은 책상 위에서 사면을 요청하는 애틋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늘 다발로 첨부된 유력한 후원자의 청원서도 보이지 않아 궁금해 했다. 마침 비서에게 링컨이 물었다.

"이 남자는 친구가 없습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비서가 "한 명도 친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하고 말했다.

링컨이 말했다.

"그럼 제가 그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링컨은 사면에 서명했다.

 

 

사례 3.

어느 날 레이건과 경쟁자 먼데일이 대선 직전 TV 토론을 했다. 거기서 젊은 먼데일이 먼저 선수를 쳤다.

"레이건은 이미 73세의 고령입니다. 이제 저 같은 젊은 일꾼이 미국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랬더니 레이건이 이렇게 말했다.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먼데일의 젊음과 경험상의 미숙을 문제삼을 생각이 없습니다"

더글러스는 이후, 레이건의 유머를 두고 한 평생 "그의 유머는 내 등을 후려치는 듯했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이처럼 유머는 무서운 무기가 되기도 한다.

 

 

사례 4.

레이건은 종종 미하일 고르바초프(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가 전해준 일화를 즐겨 했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식료품 가게 밖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종종 늘어섰다. 그 줄은 도무지 줄어들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한 남자가 폭발해 이렇게 외치곤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이게 다 고르바초프 때문이다. 내가 그를 죽이겠어!"

24시간이 지나 그 남자가 의기소침한 얼굴을 한 채 돌아와 누군가가 "그래서, 고르바초프를 죽였나요?"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그 줄은 여기 두 배나 더 길더라고요."

 

 

사례 5.

달러화 가치가 폭락해 물가 상승기에 있던 당시 주지사 레이건이 청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께서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 때를 기억하십니까?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사례 6.

링컨은 노예제도의 악함과 노예제도 옹호론자의 위선을 단 한 문장으로 드러냈다.

"누구든지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노예를 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강한 충동을 느낍니다."

 

 

사례 7.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은 정신이상자의 총에 맞아 급히 응급차에 실려가면서도 농담을 잊지 않았다. 그를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예전처럼 영화배우였다면, 멋지게 잘 피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덜 드러나긴 해도 다른 요소가 하나 더 있다고 한다. 바로 통치력에 보금가는 유머감각이다. 유머는 곧 국민과의 소통이다. 직위의 높고 낮음, 신분의 고위여하를 떠나 이러한 대통령을 가질 수 있다면, 이 역시 큰 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처>

밥 돌 지음, <대통령의 위트>, 아테네, 2013년 4월

닐 포스트먼 지음, <죽도록 즐기기>, 굿인포메이션, 2009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