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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_김두식 외

 

 

 

"순진하시기는......"

혀를 차며 상대를 비웃는 듯한 멘트의 머리말로 시작한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은 정신과 정문의 정혜신, 과학저술가 김동광, 성공회대교수 한홍구와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학교 교수 박노자, 경희대 법대 교수이자 변호사인 김두식, 전 국회의원 보자관을 역임한 탈북자 출신의 김형덕, 여성학자 정희진 씨의 강연 내용을 그대로 지면으로 옮겼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일상이나, 혹은 매스미디어 및 정치권에서 얼마나 거짓말로 우리의 인식을 바꿔놓는지, 그 이면에 묻힌 진실의 무게가 얼마나 기구하고 어처구니 없는 대우와 무시를 받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만들어 낸다.

 

이 책은 각 분야의 학자가 바라보는 거짓말을 저마다 다른 시선을 풀어내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물론 강연장에 직접 가서 참여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각 챕터마다 강연이 끝난 뒤 청중의 질문과 사회자의 질문까지도 꼼꼼히 받아적고 독자와 공유한다.

 

요즘 팟캐스트 '이작가와 이박사의 이이제이'를 정주행하고 있다. 보수라는 가면을 쓰고 자신의 정권유지와 권력찬탈을 위해 얼마나 많은 간첩 사건과 비리, 언론조작으로 배고픔과 적화에 대해 공포를 안고 있는 우리 어르신들을 얼마나 세뇌했는지 제대로 알 수 있다. 그동안의 보수는 이를 적절히 이용했고. 세대 간, 계급 간, 지역 간의 갈등을 매번 조장하고, 그동안 거짓말로 치장한 부끄러운 우리 정치와 사회의 민낯을 제대로 까발린다.

 

이제는 순진하면 살 수 없다. 착하다, 순진하다는 것은 칭찬이 아니다. 까다롭다, 깐깐하다, 매의 눈을 가졌다는 표현이 나는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착실하다, 착하다고 하면 그 사람만 희생되고 바보되는 것을 사회에서 많이 봐왔다.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당시에 질문해서 확실하게 답변듣지 못하면 이미 끝났다는 것을 나 역시도 많이 경험했다. 이렇게 순진하게 속지 않으려면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한다.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책에서 밝히는 것처럼 속지 않으려면 심오한 철학이 필요하다.

 

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와 또 다른 나르시즘을 다룬 정혜신 교수, 황우석 박사 등 과학계의 거짓말을 다룬 김동광 교수, 거짓말을 권하는 사회의 김두식 교수, 보편적 '남자'의 거짓말과 말의 권력관계와 말의 남성 중심화를 다룬 정희진 교수의 내용을 밑줄 그으며 읽었다. 요즘과 소재를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거짓말 프레임이 유사하다는 취지에서 일독을 권한다. 21세기에는 과연 이러한 거짓말을 바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