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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Storytelling

아이와의 대화

 

아이랑 하루에 한두 번은 이런 저런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곤 한다. 아직 초등학교 입학 전이어서 아이가 아빠랑 자고 싶다고 할 때 같이 머리맡에 누워 그냥 아빠로서의 생각이나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한다. 그러면 아이는 애써 장난을 치다가 툭툭 진심을 털어놓는다. 아직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 어색하긴 한가 보다.

 

 

지난 토요일에는 이랬다.

 

이제 아빠가 나이가 들고 시간이 가면, 은진이와 함께 잘 수 없을 거야. 너도 이제 키도 크고 친구들도 만날 거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너의 시간을 가져야 하거든. 아빠는 이제 엄마랑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랬더니 가만히 듣는 척하다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아빠랑 한 번씩 자면 돼지. 아빠 좋아.”

 

아빠 진짜 좋아

 

“(고개 끄덕끄덕)”

 

 

 

내가 어릴 때, 거의 집에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다. 그래서 네 살 때였나, 그때 어린이 대공원 가고 중딩 때 한 번 아버지 회사 직원들과 야유회 간 것이 내 기억의 즐거웠던 시절의 전부다. 엄마랑 능동 무지개극장에서 쏠라 원투쓰리와 다윗과골리앗, 피닉스킹을 보고 번데기 먹으며 좋아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나이가 들면서 추억을 먹고 자라는 것이 사람인 듯하다.

 

 

 

아이가 하나라서 외롭지 않도록 기억을 심어주고 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며, 일기를 보며, 사진을 보며 내가 함께 했던 일과 해줘야 할 일, 따끔하게 야단치거나 격려해야 할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내 어린 시절의 거울이기도 한 마음이 있다.

 

 

 

오늘 그 녀석이 그림을 아주 잘 그렸다. 스케치북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그림부터 아빠라 주말에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잘 나타냈다. 색도 과감하게 다채롭게 쓰는 것도 눈에 띈다. 주로 혼자 놀다보니 그림을 자주 그린 탓도 있나 싶어서 맘 한켠이 살짝 무겁기도 하다.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곡을 서툰 솜씨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아빠가 좋아한다고 용돈 모아서 라면 사줄 거란다. 아이 눈에 내가 보이고, 내 눈에 아이가 보이겠지.

 

 

 

최대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습관처럼 여기지 말고 새롭게 여겨야겠다. 이 녀석, 조금 더 크면 이제 엄마 아빠를 따라다니지도 않겠지? 그때까지만이라도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