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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_제1부 전환기의 바람_조성기 저

 

 

지난 주부터 새로 손에 잡은 조성기 작가의 전국시대 전 5권이다.

처음에는 삼국지나 초한지처럼 하나의 춘추전국시대의 시대적 배경을 빌린 소설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논어나 대학, 손자병법처럼 하나의 사례와 사례가 모여 문집처럼 엮은 이야기 집이다. 물론 그 안의 형식의 소설 형태를 빌렸다.

 

하나하나의 장이 시작될 때마다 에피소드 중 가장 중심 일화를 도비라 형식으로 요약해 나의 이해를 도왔다. 그것을 미리 보고나면, 더 궁금해지고, 이런 일화 때문에 이 멘트를 소개했구나 하고 더 깊이 각인 됐다.

 

 

소설 류는 그것이 한 권이든, 시리즈든 모두 통독했을 때 후기를 남기는데, 이 책은 그렇게 후기를 남길 여지의 책도 아닐 뿐더러(많은 사례와 깨달음이 많아서...), 또 훗날 내가 다시 책을 꺼내보기 전에 블로그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각 권마다 좋은 사례를 실어보자는 생각에 각권마다 후기를 작성하기로 했다.

 

 

이것 역시도 개그맨 장웅과 허진모 석사가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전문세>를 함께 들으며 읽는 중이다. 중간 중간 <소속사(소설 속 역사)>의 시즌1 격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들으면서 말이다. 팟캐스트와 독서의 결합이 오묘한 지식과 관심의 증폭을 자아내며 지식의 수렁으로 날 끌어들이는 게 요즘 이 낙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휴일에도 계속 책을 펼치니 딸애도 내 옆에 와서 함께 책을 펼친다. 비록 만화책이라도 그것이 프리파라든, 로마 신화 이야기든 아이들은 재미있는 책을 먼저 보고 책을 손에 익혀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기에. 독서도 습관이니까.

 

 

그리고 이번 1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150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위문후의 악양과 중산국의 악서와의 에피소드다. 아버지 악양과 아들 악서. 가깝게는 부자의 인연이지만 멀게는 서로 치열한 전쟁을 앞두고 펼치는 사적인 감정과 공적인 감정의 충돌. 또 악양을 내부에서 모함하는 위나라의 간신들. 결국 악양이 중산국을 치면서 악서는 중산자의 마지막 계책에 의해 희생되고, 국물과 고기가 되어 악양에게 돌아온다. 그러나 이는 악양에게 기름을 부은 꼴이 된다. 눈 깜짝하지 않고 아들이 녹아든 국을 한 번에 마신 악양은 중산국을 친다. 그러자 간신 도사찬이라는 대부가 이렇게 위문후에게 말한다.

 

자기 아들의 살까지 먹은 사람인데 누구의 살인들 못 먹겠습니까?

 

참으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전국시대임을 짐작하게 한다.

 

 

간자가 아들 무휼에게 죽간으로 써서 남긴 글귀_45p

군자는 경계해야 할 점 세 가지가 있다. 젊을 때는 혈기가 안정되지 못한지라 여색을 경계해야 하고, 장년에 이르면 혈기가 바야흐로 강해지는지라 싸움을 경계해야 하고, 늙어서는 기가 이미 쇠한지라 물욕을 경계해야 하느니라. 군자의 잘못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서 잘못하면 남들이 모두 보게 되고 고치면 남들이 모두 우러르게 되느니라.

 

 

진정한 백성 통치법_46p

윤탁이 간자에게 진양 통치 방침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진양을 다스리는 데 잠사[각주:1] 해야 합니까? 보장[각주:2]으로 해야 합니까?

물론 보장으로 해야지요.

이후 윤탁은 진양 부임 후 조세 감하고, 고아와 과부를 돌아봤다. 억울한 자와 원통한 자의 사정도 들어줬다. 부자로 하여금 가난한 자에게 나누도록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간자는 임종 시 무휼에게 이렇게 유언했다.

장차 진나라에 병란이 일어나 조씨가 침략을 당하게 되거든 반드시 진양으로 옮겨가 적군을 막아라.

 

*주) 잠사 :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듯 세금을 철저히 징수하는 정책 / 보장 : 울타리처럼 백성을 보호해 심복하게 함으로써 유사시 백성이 조정의 울타리 역할을 하게 되는 정책 

 

 

조양자가 예양이 과거 범가와 중행가를 섬긴 과거를 지적하며 그들을 멸한 지백을 섬긴 이유에 대해 묻자... _85p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기뻐하는 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 내가 범가와 중행가를 섬길 때 그들은 나를 보통사람으로 대했고, 나도 그들을 보통사람 대하듯 보답했을 뿐이오, 그러나 지백은 나를 국사로 대했소. 그래서 나도 국사의 자격으로 지백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오.

 

 

300년 동안 강성했던 주나라가 유왕 때 이르러 여자 하나 때문에 망할 조짐이 보이다_111p

유왕에게는 '포사'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런데 도통 웃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여산의 봉화병이 실수로 봉화를 울렸고, 각지의 제후들이 이를 보고 급히 군사를 동원해 수도인 호경으로 집합해 우왕좌왕 했다. 결국 이를 착안해 유왕이 포사를 데리고 낮에 봉화를 피웠고, 또 다시 제후들이 모였다. 이를 본 포사가 크게 웃었고 이후에도 유왕은 자주 봉화와 수화를 올렸다. 몇 차례 속은 제후들은 점점 그 수효가 줄었고, 실제 서쪽의 견웅이 침입했을 때 아무리 봉화를 울려도 제후들이 나타나지 않아 유왕은 비참하게 피살되고 말았다. 포사는 그 빼어난 용모 덕분에 포로로 끌려가 오랑캐 왕의 첩이 됐다.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양식과 군사와 백성의 신뢰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

군대다.

나머지 둘 중 또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

양식이다. 백성의 신뢰를 잃으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 양식과 군대를 갖고 있어도 백성의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134p

 

 

이극이 위문후에게 조언한 인물 평가 기준 다섯 가지_198p

첫째, 불우했을 때 어떤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는가. 둘째, 부유했을 때 누구에게 나누어주었는가. 셋째, 높은 지위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등용했는가. 넷째, 궁지에 몰렸을 때 올바르지 못한 방법을 쓰지는 않았는가. 다섯째, 가난했을 때 남의 것을 취하지 않았는가. 이 다섯 가지 조건을 놓고 사람을 고르시면 되실 것입니다.

 

 

전국책을 보면 위나라가 강성해진 이유를 군사, 정치, 경제면보다 다른 면에 있다고 보고 있다. 바로 약속의 중요성이었다. 위문후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의 작은 약속도 외교적인 약속만큼이나 귀하게 여겼던 군주였다. 그런 나라는 강성해질 수밖에 없다고._206p

 

 

 

손자는 오기가 병사를 사랑하면서도 병사를 부릴 수 있는 지혜가 탁월했다고 전하고 있다. 오기는 전쟁이 일단 벌어지면 △졸병들과 숙식 같이 하기 △누울 때도 자리를 깔지 않음 △행군할 때도 말을 타지 않음 △비상 식량도 스스로 싸서 짊어지고 다님.  그러다 재미있는 일화 하나. 진나라 병경의 성들을 공략할 때 한 병사가 등창에 걸렸다. 오기는 그 자리에서 병사의 등창을 입으로 빨아주었다. 모두 감격했다. 삽시간에 서하 온 지역 퍼졌다. 등창이 났던 병사의 어머니도 이 소문을 들었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퍼져앉아 두손으로 땅바닥을 치며 통곡했다. 이웃사람들이 묻자...   몇 년 전에도 태수님이 우리 애 아버지의 등창을 빨아줬는데, 애 아버지가 죽음도 각오하고 맨 앞장 서서 싸우다가 전사했어요. 이제 태수님이 우리 자식 등창까지 빨아주었으니 그 애는 죽은 것이나 다름 없지요.  이후 그 어머니의 불길한 예감대로 그 병사는 쏟아지는 시석도 아랑곳 않고 적진으로 돌진하다 전사했다고 한다._219p

 

 

 

위문후 사후인 BC 396년 경 그의 아들 격이 위무후가 군주에 자리에 올라 위 전역을 순회했다. 이때 서하 지방을 순유하며 그곳의 민정을 살피게 됐다. 당시 서하 태수인 오기도 무후 일행을 영접했다. 그러다 위무후는 영문강 줄기를 따라 배를 타며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난골불략의 성에 감탄했다. 이대 좌우 신하들은 주군의 말에 아양을 떨자 오기가 이들을 질책했다. 위무후가 불편한 기색을 하자 오기는 이렇게 말했다.

산천이 아무리 훌륭해도 결국 망하고 만 나라가 많습니다. 이런 천연 요새에도 그 나라의 군주는 부덕으로 망하고 말았습니다. 진정한 국방의 보루는 군주의 덕입니다.

이말을 들은 위무후는 감탄해 가상하게 여겼다. _220p

 

 

 

묵가 집단은 교적인 분위가 강하다고 해서 현실도피적으로 운명적인 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다. 운명이라는 것은 하늘이 미리 정해 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행과 악행에 따라 자기가 결정하게 된다는 입장도 띠었다. 또한 번거로운 예법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자기들 나름대로의 규칙에 따라 절도 있는 생활도 이어갔다.

 

 

 

 

  1.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듯 세금을 철저히 징수하는 정책 [본문으로]
  2. 울타리처럼 백성을 보호해 심복하게 함으로써 유사시 백성이 조정의 울타리 역할을 하게 되는 정책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