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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_제3부 혀와 칼_조성기 저

 

이번 <전국시대> 제3부인 혀와 칼의 주된 이야기 틀은 진나라와 6국을 둘러싼 힘의 대결, 생과 사의 중간에서 각종 모략과 배신, 술수가 난무하는 전국시대 속에 각 국의 문후와 재상 들의 협력과 배신이 주된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는 '합종'과 '연횡'을 빼놓고서는 얘기할 수가 없는데, 바로 합종을 이뤄가는 소진과 합종을 깨고 연횡을 구축하려는 장의의 에피소드가 주된 축을 이룬다.

 

소진과 장의는 귀곡자(귀곡자가 이름은 아니고, 귀곡이라는 산에 기거하는 도사를 말함)의 두 제자다. 팟캐스트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에서 허진모 석사는 이를 두고 <귀곡 스쿨>이라는 우스개 소리로 묘사하지만, 그 만큼 당대에도 귀곡자의 문하생 출신이라고 하면 나름 인정을 받은 듯하다. 내가 알기로는 손빈(손자병법 저자인 손무의 100년 이후 태어난 증증증손자. 그런데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막연히 손자로만 표기가 되어 있다고 한다)과 방연이 이 <귀곡 스쿨> 출신이라고. 아니면 댓글로 수정 부탁드립니다.

 

일단 제3권은 소진과 장의의 우정과 술수, 합종과 연횡 이야기다. 소진과 장의는 귀곡스쿨 동기로서 스승인 귀곡자는 장의가 소진보다 더 뛰어나지만 먼저 소진이 세상에 나가 이름을 떨치고, 후에 장의가 이름을 떨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그리고 그 예언은 맞아 떨어진다.

 

소진과 장의가 경쟁하듯 세상에 뛰어들고 먼저 각 국에 재상이 되기 위해 왕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먼저 소진이 조나라에 입각해 재상이 된다. 이후 소진은 사람을 위나라에 기거하던 장의에게 보내 소진의 첩자임을 속이고 조나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친구를 만나는 기쁨에 들떠있던 장의는 곧 실망하다가 마침애 열불을 내고 절교까지 생각한다. 만나주기는커녕, 음식도 점차 노비가 먹는 식단으로 낮춰지더니 급기야 돌아가는 장의를 노비들이 가지 못하게 막는게 아닌가. 결국 장의는 소진을 만나게 되지만, 열만 더 받은 장의는 이를 갈며 자신을 받아줄 나라를 찾다가 고생 고생 끝에 진나라로 가게 된다. 이때 진나라로 가게 되는 과정 속에 어느 한 사람이 그를 재워주고 먹여주고, 진나라 왕을 만나기 위한 뇌물까지도 손수 마련해준다.

 

결국 장의는 진나라 재상이 되고, 그에게 은혜를 갚으려 하지만, 마침내 자신을 이렇게 자극해서 재상까지 오르도록 한 이가 바로 소진임을 깨닫고, 소진의 바람대로 조나라를 침입하지 않기로 한다. 즉, 소진의 합종을 깨지 않는다는 암묵적 동의라고나 할까. 하지만 진나라로써는 언제까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책에서는, 그리고 정공채의 <초한지>에서도 이 부분이 나오는데, 두 책 모두 소진이 거의 명을 다 할 때까지 장의는 합종을 깨지 않다가, 소진 사후에 연횡책을 써더 구도를 깨고 진나라가 전국 패권을 차지하는 데 기틀을 마련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전국시대 책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나와있는데, 저자 조성기 씨는 책에서 "장의는 소진의 합종책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고 하며 "중간 중간 합종을 깨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전국책에도 나와있는 것으로 보아 마냥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은 듯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것이 내가 보기에도 상식적으로 맞는 것 같다.

 

이번 3부에서는 세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소진이 죽으며 자신에게 해를 가한 범인을 찾는 고육책, 그리고 이솝 이야기 같은 일화다.

 

에피소드 1)

 

 

소진은 점차 자신의 힘이 커지고, 주위에 시기하는 사람이 늘어간다. 그리고 결국 연나라 왕후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지면서 왕의 의심을 사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떤다. 그러다 자신을 위나라에 보내주면 머잖아 연나라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쳐고 오겠다고 한다.

 

그는 위장술로 연나라의 모함을 받아 왔다며 제나라 재상에 오르고, 새로운 왕에게 궁을 크게, 역대 최대급으로 지어서 보란 듯이 백성에게 보여주라고 하며 국고를 탕진하게 만든다. 그를 아니꼽게 본 재후 중 하나가 어느 날 그의 집으로 침입해 그에게 해를 가하고, 그는 왕에게 유언을 남기며 숨을 거둔다.

 

"제가 죽고 나면 백성 모두를 모아두고 거열형으로 찢어 벌을 내려 주십시오. 그러면 저를 해한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의아해 하지만, 결국 소진의 뜻대로 한다. 소진이 거열형으로 찢어지며 왕이 그를 꾸짖자 순간 조정의 무신인 상장군과 일행이 나오며 만세를 불렀다. 결국 소진의 예상대로, 반전이 이뤄지면 그 일당도 거열형에 처해지고, 반대로 소진의 시체를 소중히 모아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다.

 

하지만 뒤늦게 소진의 계략을 알게 된 제나라 왕은 소진의 무덤을 파해치고 연나라를 원망했다고 한다.

 

에피소드 2)

 

이 이야기는 소진이 초나라를 붕만할 기회가 있어, <전국책>에 넣을 이야기를 수집하던 중 초나라에 흩어져 있던 정치 일화 중 하나다.

 

초나라에 소해휼이라는 재상이 있었는데,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모두 그를 보면 벌벌 떨며 어쩔줄 몰랐다. 왕도 이것을 의아해 했다. 초나라 선왕은 이를 시기하며 신하들에게 물었다. 그들 중 '강일'이라는 신하가 말했다.

 

"한 산 중에 호랑이 한 마리가 살고 있는데, 배가 고프던 차에 여우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우가 자신이 왕이러고 뻐기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자신의 말이 맞는지 그른지 한 번 따라와 보라고 했더니 그의 말대로 곰이며, 늑대 등 모든 사나운 동물이 모두 숨었습니다. 결국 호랑이는 여우에게 사과를 하고 다른 먹이를 찾아 떠났습니다. 왜 동물들이 여우를 두려워했을까요? 바로 뒤에 있던 호랑이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소해휼 재상을 다른 나라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대왕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에피소드 3)  

 

이번 에피소드는 팟캐스트 전문세의 허진모 석사가 했던 내용과 맞는 것을 찾아 기억에 남는다. 바로 충신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연극을 했던 초나라 장왕의 이야기다. 

 

그는 장엄한 즉위식고 함께 일 년이 지나도록 정사도 돌보지 않고 흥청망청 유흥에 빠져 지냈다. 신하들이 장왕에게 이러저리 간했다. 그러나 장왕은 들은 채도 하지 않다가 2년째 되던 해 그는 포고문 하나를 만들어 방에 붙였다.

 

"이 시간 이후로 짐에게 간하는 자는 경대부고 서민이고 모두 참한다."

 

아무도 그 이후로 간하지 않았다. 그러다 '오거'라는 신하가 죽을 각오로 간했다. 그것도 멋지게 비유를 먼저 들며 깨닫게 했다. 옛 책을 보면 모두 이런 식으로 왕이나 재상에게 간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아주 좋은 공부가 되더라.

 

" 한 마리의 새가 언덕 위에 앉아서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습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새일까요?"

 

그랬더니 장왕이 한참을 오거를 바라보다 말한다.

 

"3년이나 날지 않은 그 새는 한 번 날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날아오를 것이다. 그리고 울지 않은 새는 한 번 울면 천지를 진동시킬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오거는 장왕의 말이 의미심장한 뜻을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 사형 선고를 기다렸지만 그 뒤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소종'이라는 신하도 죽기를 각오하고 장왕에게 간했다. 그는 오거와 달리 직언을 해버렸다. 그러자 장왕이 소종의 손을 꼭 잡은 채 말했다.

 

"내 그대 같은 신하를 기다린 지 오래됐소."

 

하며 눈물까지 비췄다고 한다. 마침내 장왕이 오거에게 말한대로 그 새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천지를 개벽시켰다. 그리고 손숙오라는 명재상까지 만나 초나라를 패자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이 멘트도 기억 남는다.

 

남에게 베풀 때는 양이 적고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이 곤경에 처했을 때 베푸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남에게 원한을 살 때는 깊고 얕음이 문제가 아니다. 그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 문제구나. 내가 한 잔 정도의 양고기 국물에 나라를 망하게 했고, 한 홉 정도의 찬밥에 두 용사를 얻었구나. -중산군과 사마자기의 이야기를 수집한 소진의 사례 중에서- 

 

이것으로 알찼던 3권을 마치고 4권으로 넘어간다. 또 기대된다. 적어도 내겐 교과서보다 배울 것이 많은 책임에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