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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의 성_시바 료타로

 

 

저번 시바 료타로의 <세키가하라> 전투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역사소설. <올빼미의 성>은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사에서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변을 당한 뒤 이를 계기로 천하를 꿀꺽 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과의 전쟁(1592~1598)을 일으킨 때를 배경으로 한다.

 

<올빼미의 성>은 우리 측의 시선으로 보면 임진왜란 직전의 일본 상황을 역사적 배경으로 깔아 놓고, 그 안에서 실제 이가 지역의 닌자들의 애환어린 삶을 재조명하며 소설적인 이야기를 가미한 얘기다. 독자들은 이 책을 보면서 실제 임진왜란 직전의 일본의 시대적 상황과 서민들의 삶, 더 넓게는 전쟁을 준비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정치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접근할 수 있다. 책에서 줄곧 언급되는 세키가하라 전투나 히데요시 측근인 이시다 미츠나리 등은 이미 이전에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솔 출판사, 전 32권), 시바 료타로의 <세키가하라>(청어람미디어, 전 5권)을 읽었기에 쉽게 접근해 이해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이가 지역의 닌자인 쓰즈라 주조와 한 때 같은 동료였던 가자마 고헤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고하기, 기사루라는 여인의 삶이 맞물려 돌아간다. 여기서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물음, 혹은 숙제의 키워드는 이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진정한 삶은 무엇인가?

새로운 깨달음을 위한 삶을 향한 배신은 나쁜 것인가?

그렇다면 의리는 무엇인가?

사랑은 늘 명분에 종속되어야 하는가?

 

주인공인 쓰즈라 주조는, 당시 무사들처럼 어느 한 영주 밑에 종속되어 평생을 충성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닌, 건수가 있을 때마다 보수를 받고 암암리에 암살이나 미행, 정보 등의 관련 일을 주된 업으로 하는 닌자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한때 동료였던 가자마 고헤이는 이런 닌자의 삶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닌자의 삶을 버리고, 히데요시 측근인 한 영주의 밑으로 들어간다. 자신도 좋은 집과 돈과 여자를 위한 삶을 향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고헤이의 삶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을 다시 재정립해 살아가는 것이 정말 배신일까? 동료들을 밀고하거나 반대편에 서는 시각은 아니다. 평생 충성을 하기로 한 영주의 명에 따르고, 그런 과정에서 닌자와 싸울 수밖에 없었던 고헤이를, 나는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책 두 권을. 헌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완독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은 왜 이 책이 두 권으로 출간됐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2권 262페이지 '후시미 성'이라는 중제의 내용에서 쓰즈라 주조는 결국 후시미 성으로 잠입, 히데요시를 만난다. 그 전까지 주조와 고헤이, 고하기와 기사루의 4각 관계 속에 주조와 고헤이의 스승인 시모쓰게 지로자에몬의 이야기가 계속 반복된다. 난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직접 닌자가 히데요시 암살과 관련해 다양한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주조가 고하기를 어떻게 만나 사랑하지만, 닌자로서 사랑은 임무를 방해하기에 져버리고, 또 다시 만나 사랑을 하고, 고헤이에게는 의리와 배신 이야기가 이어지며, 고헤이를 사랑한 기사루가 다시 주조를 좋아하고, 다시 싫다고 했다가, 다시 눈이 흔들리며 주조를 좋아하고. 물론 난 철저하게 독자의 입장에서 느낌이기에 저자의 의도와 심도를 깊이 파악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주관적인 시각에서는 막판 이야기가 이 책의 제목인 <올빼미의 성>에 더 가까운 스토리였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그 짧은 스토리 속에서도 주조가 히데요시를 결국 죽이지 않고 살려주는데 그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었다. 결국 주조는 닌자의 금기 사항인, 암살 시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 동정심을 느꼈고, 잠든 히데요시를 보고서는 아무리 봐도 일개 노인에 불과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모습조차도 그의 매력적인 애교였다며 당위성을 부과한다. 그러고선 주조가 하는 말.

 

"살려주지, 하지만 이대로 끝내긴 너무 섭섭하군."
"내가 어찌하면 되겠나?"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 한 마디쯤은 듣고 싶군."

"그건 좀..."

(중략)

"덕분에 즐거웠소. 히데요시"

 

기대가 컸는지, 이건 좀 약간 모자란 느낌이고, 결말이 너무 급하게 지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난 작품성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독자 입장에서 교훈 못지 않고 스토리가 주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기에 이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자 한다.

 

시바 료타로의 책은 글쎄...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작가가 인물을 내세워 상황을 이끌어가는 것보다, 설명하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중간 중간 앞뒤 배경을 나열하는 데 그것이 몰입을 끊어지게 한다. 또, 이야기가 기-승-전-결로 흐르지 못하고 기-승-(설명)-기-승.... 이것이 반복된다. 전작 <세키가하라 전투>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는 스토리적인 완성도보다 조금은 교과서 같다는 기분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쓰여진 것은 저자가 신문 기자로 일할 당시인 1958년 4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쥬가이 일보>에 연재한 것을 토대로 하고, 1960년에 제42회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물론 오래 전에 나온 이야기이고, 그 사이 많은 콘텐츠와 문학이 발표됐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 그래도 보편적 교훈은 마음 속 깊이 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