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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2_시오노 나나미 저

 

내가 포에니 전쟁에 대해 처음 알게 됐던 건, 중학교 2학년 시절 읽었던 <먼나라 이웃나라>(이원복 저) 시리즈 중 이탈리아 편을 읽었을 때였다. 지금도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수업 시간에 뒷줄에 앉아있던 조용하고 착한 친구 녀석이 만화책을 보다, 그것도 담임 선생님께 걸렸다. 처음엔 만화책을 학교에서 본다고 혼이 났다. 그런데 며칠 후 종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은 그 녀석이 봤던 그 만화책을 추천해주시면서 모두 방학 동안에 읽어보라고 권하셨다. 당시엔 4권이 한질로 총 1만원(각권 2,500원)이었다.

일단 책은 만화책이든 판타지든 소설이든 어렸을 적부터 책 읽는 습관을 갖고 읽어나가다보면, 오히려 스스로 도움되지 않는 책이나 나쁜 책은 거르는 눈도 키울 수 있고, 지식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추후에 '아, 그때 그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나!'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갖은 방법 모두 동원해서 그 지식의 공백을 메울테니까 말이다. 난 그래서 지금도 아이한테 오히려 읽고 싶어하는 만화책이나 판타지를 거침 없이 사주고 읽게 한다. 제법 이제는 지식의 깊이도 생겨서 질문도 곧잘 하고, 내가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다고 하니 자기도 누구누구 안다며 나와 얘기도 나누는 기쁨도 나눈다.

얘기가 너무 곁가지로 흘렀다. <로마인 이야기> 2권을 먼저 읽은 것은 순전히 한니발 전쟁을 다룬 로마와 카르타고, 그리고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멸망까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읽었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조금 함축적인 부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가 직접 외국 사료를 공부하며 정리한 것이기에 보다 객관적으로 고대 로마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했던 터였다.

로마와 카르타고가 지중해의 제해권과 교역권을 장악하기 위해 치러진 포에니 전쟁. 그것이 나중에 복수의 불길이 되어 포에니 2차로 이어지고, 마침내 카르타고의 멸망을 부르는 포에니 3차로 끝맺음 된다. 이어, 한니발로 촉발된 포에니 2차 전쟁이 자칫 로마의 멸망까지도 근접하게 되지만,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스피키오 아프리카누스라는 희대의 명장으로 맞불을 놓게 함으로써 역사는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한니발이 닮고자 했던 인물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그리고 그 한니발의 전술을 배워 응용한 스키피오. 역사는 또 한 번 두 영웅을 하나의 접점으로 몰아세우며 공교롭게 만든다. 한니발은 카르타고에서 탈출해 쓸쓸한 타국에서 자살을 하게 되고, 같은 해 스키피오도 카토라는 이에게 모함을 받고 로마에서 쫓겨나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참으로 얄궂다.

<로마인 이야기>2권은 여기까지 다룬다. 이어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는, 마침내 카르타고와 그리스, 마케도니아, 에스퍄냐를 멸망시키고 속주로 삼아 종주국으로 떠오르지만 이제 3권에서 조금씩 저물어가는 로마를 그려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제 1권을 우선 읽어야 할 때이기 때문에 3권에 대한 미련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읽다보면 참으로 로마가 전쟁에서 승리했어도 패전국을 동맹국으로서 자치권 인정과 세금, 부역 등 모든 것을 그리 야박하게 하지 않았고, 동맹국으로부터도 꼬박꼬박 돈을 주고 밀 등 생활물품을 구입했으며, 평민도 귀족과 같이 정치에 나서고 집정관으로 전쟁에 군단을 이끌고 출정했다는 것은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읽다보면 훗날 한니발과 스키피오가 만나 나눈 대화도 짧막하게 소개되기도 하는데, 여기에 살짝 몰입도 되는 것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하나 더, 역사적으로는 안타깝지만 결국 멸망한 카르타고를 보며, 역시 평화는 돈을 주고 살수 없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

이때나 지금이나 뭐가 다를까 싶다. 살아가는 인생, 질투와 모함, 인재의 중요성, 기술의 선진화와 역사 문화의 중요성, 파시즘, 의회... 모두 현재와 같다. 이제 잠들기 전에 1권을 꺼내 정독해볼까? 참, 이 책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 즉 로마의 정복화를 방어를 위해서라거나, 역사학적으로는 이렇다고 하는데 (작가인)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는 ~이 아닐까? 하는 부분은 책 읽는 데 필수요소인 비판적 사고로 읽으면 어느 정도 방어해낼 수 있지 않을까? '배웠으되 생각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생각하지 않고 배우면 위험하다'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