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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전10권_조정래 저

 

오늘 아침부로 태백산맥 전 10권을 완독했다. 전라도 사투리는 귀로 들어야 제맛인데, 막상 눈으로 담으려는 잘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래도 시골 아낙네들이 내뱉는 사투리가 연상되면서 실감있었고, 특히 염상구의 사투리는 혼자 큭큭 웃기도, 또 살벌하기도 했다. 각 장마다 시작되는 서두에 상황과 주변 묘사가 자세하다 못해 섬세하다. 이 묘사를 담아내지 못해 중간에 읽다가 포기한 분도 있다고 하니, 너무 이런 부분에 매몰되지 말고, 또 굳이 모두 읽어 소화해야 한다는 목적의식 정도는 잠시 제쳐두고,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선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만 받아들여도 좋을 듯 싶다.

 

읽어내려갈 수록 답답함을 금할 수도 없다. 뻔히 보이는, 혹은 예견되는 결말인고 인물의 최후인데 끝까지 그 미련의 끈을 잡고 읽어내려가려니 이 심정이 당대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다. 직전에, 증선지의 <십팔사략>을 읽었는데, 사실, 전쟁이라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 지도자나 독재자, 보신주의를 표방하는 간신들에 의해 욕심과 파벌싸움이 대부분인데 얼마나 안타깝고 불쌍한 민초들인지 모른다.

 

난 이념이니,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잘 모른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민초들의 삶을 진정 걱정하며 함께 태평성대를 누리며 그들을 근간으로 민생을 다뤄본 역사인물이 있을까. 그 수많은 인류 역사 중에 몇 손가락 꼽을 정도에 그치니, 참으로 할 말이 없다.

 

조정래라는 작가가 이 책을 쓰고 나서 판금도 당하고 소송도 당하고, 테러가 감지되어 단독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내용을 읽고 나니, 절대 공산주의의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니다. 빨치산 중심은 더더욱 아니다. 빨치산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로써 인간답게 차별없이 살고 싶었했던 우리 민초들의 시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나열한 책이다.

 

이념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바로 인간다운 삶, 더불어 사는 삶이다. 난 조정래라는 작가가 왜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고, 왜 써야 했는지 읽는 내내 생각해봤다. 조금은 그들을 보듬어 주고, 위로해주고, 나아가 그것이 어쩌면 이 시대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기에 이를 반추해 책으로서 그 억울함과 한을 거울처럼 보여주려 했던 것 아닐까. 다시는 이런 비극과 슬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 책을 언제 또 한 번 읽어내려갈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가만히 옆구리에 끼워놓는 것만으로 커다란 깨우침과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혹은 읽을 분이라면 <이현상 평전>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당시 지리산의 빨치산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마지막 역사의 궤가 <태백산맥>과 함께 하기에 이해하기가 수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