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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침의 해우소

[No.40] 일본의 16강 진출과 넥센 히어로즈의 패배가 욕을 먹는 이유

 

(출처 : MBC)

(출처 : MBC)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 이후 비난 여론이 빗발치던 한국과 장밋빛 16강 기대에 부풀던 일본. 그러나 지난 6월 28일 밤 이후로 180도 뒤바뀌었다. 한국은 영국 BBC 방송이 29일, 조별 결산을 하며 내세운 베스트11에 무려 한국의 손흥민과 골키퍼 조현우의 이름을 올렸고, 특히 조현우에 대한 외국 리그 진출을 염원하는 네티즌의 글이 쏟아졌다.

 


후반 5분, 일본의 공돌리기에 선수 교체를 하지 못하는 폴란드(출처 : MBC, 유튜브)

 

 

 

반면, 일본은 자국 언론은 물론 외신까지도 일본의 16강 진출 확정에 대해 '산책 축구' '부끄러워해야 한다' '관중을 기만한 행위'로 일축하는 모양새다.

 


다음날 축구와는 전혀 다른 종목의 비난, 비판 기사가 올라왔다. 한국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5회 무사 1, 2루에서 넥센 포수 주효상이 친 땅볼이, 수비를 하던 롯데 2루수(번즈)에 막혀 병살을 당한 것.

 


일본의 축구든, 한국의 넥센 히어로즈의 주효상이든 액면으로 봤을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일본이 16강에 오른 것과 넥센이 병상 플레이를 친 것이 무슨 조롱이나 비난받을 일인가? 하지만 그 내면을 뜯어보면 전혀 다른 양상이 여론을 들끓게 한다. 왜 여론은 이러한 결과 혹은 과정을 놓고 비난을 하는 것일까?

 


두 경기가 욕을 먹는 공통점은 바로, 끝까지 최선을 다 하지 않고 프로 답지 않게 요행을 바랐다는 점이다. 일본은 결과적으로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최소한 폴란드와 비기고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잡아줘야 했다. 후반 14분, 폴란드가 골을 넣어 1-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잠시 후 콜롬비아가 세네갈에 1-0 리드를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일본은 수비 축구를 하다 하다 마지막 5분 동안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볼을 돌리는 모습이 경기장 관중의 야유를 불렀고, 방송 역시도 "월드컵 역사상 가장 비판 받아야 할 모습"이라며 "옐로우 카드 숫자로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팀이 정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볼을 돌리는 사이, 오히려 폴란드는 선수교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TV에 고스란히 생중계되며 비난은 고조됐다.

 

 

쉽게 병살타를 당하는 넥센 히어로즈의 포수, 주효상. 1루에 접전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인데도 아웃카운트를 늘려 5회를 마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해설자는 "이렇게 느슨하게 뛰어서는 안 된다. 야구에서 유일하게 슬럼프가 없는 것이 뛰는 것이다. 이건 누구나 열심히 뛸 수 있기 때문이다"고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다.(출처 : KBSN sports, 유튜브)

 

 

 

넥센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다. 야구는 플레이 중 우천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진다.  폭우로 인해 5회말 이전에 취소되면 경기를 추후 편성하지만, 6회초 이후에 취소될 때는 취소 시점을 기준으로 승패가 결정된다(강우콜드드승). 당시 넥센은 5회초까지 롯데에 6-0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 5회말 이전에 취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빠른 아웃카운트가 필요했다. 그러나 욕을 먹고 있는 주효상이 친 타구는, 물론 롯데 유격수가 잘 처리한 것도 있지만 열성으로 뛰었다면 충분히 세이프도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넥센은 바라던 우천 취소는커녕 경기 속행으로 5회말 뒤집어져 결국 이날 8-6으로 패했다. 넥센의 무성의했던 주루 플레이 하나가 대참사를 몰고 온 셈이다. 반대로 이런 무성의로 이겼더라도 팬들은 마냥 기뻐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주효상이 전력을 다하고, 점수를 더 쓸어담았다면 어땠을까? 그러고 나서 우천 취소되어 팬들이 "저런 눈치도 없이 경기를 빨리빨리 진행햐냐?"고 앙증맞은 욕은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수나 팀에 스포츠로서 명분 있는 잣대를 들이다며 비난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순간순간 최선을 다 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나 팬에게는 그것이 예의이고 프로로서 최선이기 때문이다.

 


이상 두 경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결코 안일한 플레이로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 '내가 열심히 해도 어차피 티도 나지 않을 텐데', '혹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누구나 하기 나름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과제를 가슴속에 담고 살아야 한다. 그건 바로 한 번 플레이한 이상 끝까지 전력질주하고 최선을 다 한 뒤에 결과를 하늘에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칫 늘어질 수 있는 마음 하나 다잡고, 신발끈 질끈 동여매고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건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 자신이 결코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최선을 다 한 후 결과를 바라야지, 결과를 포커싱해 요행을 바라는 플레이는 안팎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물론 나 자신도 성장할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