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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Man

패딩턴발 4시 50분_애거서 크리스티

 

그간 인문과 일본 관련 서적만 탐독(?)하다 기분 전환 겸 골랐던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패딩턴발 4시 50분>.

예전 한참 즐겨 읽었던 시절의 느낌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고 할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가 20여장이 남지 않았음에도 아직 범인의 윤곽조차 잡기 힘든 부분은 전적으로 크리스티 여사의 서술에서 의존해야 했던 상황.

결국 마지막 3장을 남기고서, 증거를 기반으로 한 신빙성 있는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범인이 잡히는 것이 아닌 상황 재연을 통해 목격자가 범인의 윤곽을 보고 "저 사람 범인이에요"하고 지적해 사건을 해결된다.

"저 사람이에요. 기차 안에 있던 그 남자야!"

이렇게 외쳤던 유일한 목격자, 맥길리커디 부인.

여하튼 읽고 나면 앞서 280여 페이지 가량을 할애하가며 범인이 흘렸을지 모를 증거를 모으느라 혈안이 됐던 수 많은 일들, 독자들을 살짝 다른 길로 빠지게 했던 다른 용의자 추리, 그 얽히고설켰던 한 가족의 애환, 그리고, 그 가족을 주요 사건 현장이라고 한정하며, 그 속으로 마플 여사가 알고 있던 수학 수석의 옥스퍼드 대학 졸업생을 잠입시켰던 설정, 과정 내내 거의 역할이 없다가 마지막에 범인 상황 재연으로 알아낼 때 역할만 했던 마플 여사, 만약 이 책이 현대에 나왔다면 글쎄, 추리소설의 기반이 되는 논증과 논리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지 않았을까 한다.

여하튼 이 책은 현대에도 많이 읽히고 있고, 올초 일본에서 스페셜 드라마로 온에어했는데 조금 상황적 설정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는 크리스티 여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누명>이 내가 읽었던 그녀의 책 중 톱2를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에 마플 여사는 사형제에 대해 소소하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들이 사형제도를 폐지했다는 게 아주아주 유감스러워요. 교수대에 매달려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OOOO일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에요"

그랬구나. 책 곳곳에도 마플 여사는 물론 저자들의 생각이 녹아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도 독서의 장점.

 

다음에는 여러 번 읽다 말았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