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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웹소설' vs. 카카오 '카카오페이지', 제2차 포에니전쟁 터지나

'카카오톡'과 '라인'으로 1차 포에니전쟁을 치렀던 NHN과 '카카오'가 콘텐츠 플랫폼에서 다시 한 번 맞붙었다. 바로 '웹소설'과 '카카오페이지'다.


두 플랫폼은 자사의 웹 서비스의 효용성을 잘 살리고 있다. 웹소설은 네이버의 웹툰이라는 만화플랫폼의 성공으로, 카카오페이지는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 등 모바일 게임의 성공처럼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지인중심의 콘텐츠 네트워킹 서비스 방식이다.


웹소설은 추리, 스릴러, 무협,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문학에 국한한다면, 카카오페이지는 웹툰, 영화, 음악, 소설 등 모든 콘텐츠를 아우를 수 있다.



네이버 웹소설 모바일 버전(사진제공=NHN)


카카오페이지는 사용자 모두 완벽한 유료 콘텐츠 모델을 구축한다는 모토인 반면, 웹소설은 철저히 검증된 작품에만 고료를 지급할 계획이다. 즉,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롭게 공개하는 '챌린지리그'가 있다. 웹툰으로 치면 '도전만화' 같은 형식이다. 이곳을 일정한 조회수 등 인기작품이라고 인정한 작품에 한해 요일별 웹소설 연재 및 등단이 가능하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는 콘텐츠는 콘텐츠대로 공개하고, 부익부 빈익빈 간극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로 작가 간의 갈등도 일부 초래하고 있는 형국이기도 하다.


NHN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장르소설 업계와 경쟁이 아닌 상생하고자 한다"고 밝힌바 있다. 작가를 발굴하고 전자책 혹은 종이책을 출간하거나 웹사이트로 서비스하는 출판사와 회사는 웹소설에서 작가 에이전시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NHN은 개인 작가와도 계약을 맺었다. 작가들은 추후 신작 발표시 굳이 처음부터 출판사나 전자책 유통사와 계약할 필요가 없다. 요일별 웹소설에서 먼저 인기몰이한 후 더 높은 가격에 판권 계약하거나 2차 판권을 계약할 수 있다. 아마존도 킨들 유통과 콘텐츠 확보를 위해 출판사가 아닌, 개인 작가와 계약한 사례가 있다. 분명 온라인 서점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이 어려워졌다고 떼쓰는 통해 울지말라고 온라인 서점 수수료 10% 추가할인 폐지 법안까지 나왔지만, 그건 대세를 뒤집을 대안이 아닌 미봉책이다. 이미 오프라인 서점은 플랫폼을 잃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할까. 분명 문피아, 바로북, 조아라, 피우리 등 기존 문학 포털은 위기를 맞을 공산이 크다. 효용성과 가치가 반토막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NHN에게는 이들이 필요할 뿐이다. 추후 전자책이 네이버북스를 통해서만 판매되는 것도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




카카오페이지 모바일 버전(사진제공=카카오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페이지 역시 콘텐츠 제공자가 원활히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제작과 유통을 모두 제공자가 하는 만큼 월활한 서비스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일부 작가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돌아온 대답은 "기존 전자책 시장에서 하도 데여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었다. 또 우려되는 건 개인이 작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콘텐츠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래서 돈이 될까? 이를 극복하고 수익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연회비(개인, 개인사업자 5만원, 기업사업자 10만원)도 걸림돌이다. 수익배분 역시 애플/구글 수수료 30%, 카카오 20%, 제공자 50%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개인제공자가 승부를 보려면 역시 콘텐츠를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제공자에게 떨어지는 몫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NHN도, 카카오도 서로 자극하지 않기 위함인지 서로 거리를 두려 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서로 상대 서비스에 대한 말을 아낀다. 아직 카카오페이지 론칭시점이 불투명해 굳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당장 NHN은 작가의 원고를 미리 받아 삽화까지 그려주는 세심함도 보인다. 하지만 승부는 소설에서 갈릴 확률도 있다. 제공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 기반이 텍스트고, 그 중심이 바로 소설이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모바일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 둘 중 한 곳은 반드시 사용자가 아닌, 사용자의 시간과 눈을 빼앗겨야 한다.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 둘은 맞짱을 떠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무엇이든 시장이 한 곳으로 기울면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손해다. 독점, 독과점의 문제다. 이래저래 개미주주는 힘을 못 쓴다. 그런데 여담이지만, 다음은 참으로 뉴스가 없다. 다음이 네이버와 붙어줘야 그림이 나온다. 네이버는 모바일사업부가 강남대로로 나와 전략적인 사업 비즈니스에 박차를 가한다는데, 다음은 거꾸로 미디어사업부가 제주도에 있으니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달랐다. 이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


하여튼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는 어떤 모델일까. 거대 자본과 잠식력으로 시장은 혼탁해져만 간다. 지켜보는 사람은 신나는 일이겠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 많은 이권과 이해와 시장성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어차피 카카오도, 카카오페이지도 모두 NHN에 몸담고 있던 전문가들이니,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자. 어쨌든 장르문학과 개인의 콘텐츠 생산성을 인정받았다는 건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