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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Storytelling

[잡지기자 클리닉] 첫 강의를 마친 후

오랜 시간  기다려온, 그리고 준비한 잡지협회 취재기자반 첫 세 시간 강의를 마쳤습니다. 평소 단상에 오르거나 남 앞에 서서 마이크 잡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이상하게 당일까지 크게 떨리지는 않았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제가 신입 때 선배들에게 들었던, 혹은 학교에서 교수님께 들었던, 그리고 그동안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수 많은 청중 앞에서 마이크를 쥐었을 그들 입장에서 편하게 생각하려고 나름 마인드 컨트롤을 했나봅니다.


사실, 제가 잘 알고, 전문분야이기 때문인 것이 반대로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자신이 없을 때는 주분야가 아니거나,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된 것에 일괄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강의 전날까지도,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 106페이지를 총 이틀 분량으로 계산할 때 첫날은 chapter4(섭외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까지 진도가 나가면 나머지 분량엔 큰 문제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평소 제가 말을 빨리 하는 지라, 하다보면 분명 빨리 빨리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생기거나, 중복되는 설명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일단은 나가는 부분까지 나가되, 둘째날 강의 부분은 주말 휴일이 있으니 충분히 더 보강해 내용상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배들이 졸지 않고 집중력 있게 세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사람 집중력이 30분이 넘어가면 힘들거든요. 일단, 그들이 잡지사에 가면 부딪칠 수 있는 환경과 실제 예를 사진으로 준비해 하나하나 설명했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도 함께요.


쉽지 않더군요. 45명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한다는 것이, 각 화면과 화면의 공백과 후배들 표정 하나하나 잘 살피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명한명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이건 제 욕심이겠지만 그들 모두 데려가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꿈과 열정이 있는 그들은 한 분도 주무시는 분 없이 완주했습니다. ^^


그들을 모두 최대한 데려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역시 '실제 스토리'였습니다. 어쩌면 무섭고, 혹독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신기하고 전혀 듣지 못 했던 사례니까요. 그걸 어느 정도 알고 나가야 '그때 그 얘기가 이 상황히구나'하고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진행하던 찰라 한 명의 후배가 손을 듭니다. "선생님. 잠깐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그렇습니다.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한 강의가, 시간이 벌써 10시 40분이 되어가더군요. 이런 실수를. 그래서 15분을 쉬었습니다. ^^;;;


이어진 강의. 그리고 이번엔 칼 같이 지켜진 쉬는 시간 10분. 땀이 흐릅니다. 목도 마르고 안경도 똑바로 다시 씁니다. 전날 참고하려고 표시했던 제 책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강의 중엔 땀도 닦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여유있고,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습니다.


세 번째 쉬는 시간에는 제가 미리 준비한 색 감리본을 각 분단별로 돌려보도록 했습니다. 그것은 인쇄소에서 필름을 뽑고나서 동시에 원래대로 색이 잘 입혀졌는지 감리를 보기 위한 견본이거든요. 채색의 4색 Y(노랑), M(빨강), C(파랑), K(검정)을 잘 따져본 후 마젠타(빨강) 계열이 강하면 채도를 낮춘다든지, 검정 글자가 하나 틀리면 먹판 필름만 따로 다시 뽑는다든지 하는 최종 확인작업이거든요.


학생들은 이론적인 부분, 특히 기획이나 기사쓰기 등은 많이 합니다만, 실제적으로 그런 실습이나 견본, 현장에서 직접 쓰는 용어와 물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신입 때 그랬거든요. 신입 때 선배들이 뭐 말하면 제대로 들리기나 하나요. 정신없죠. 그런 상황에서 눈치라도 채게 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이날 강의는 정확히 오후 12시 20분에 딱 떨어졌습니다. 학생 세 명 정도가 질문을 하더군요. 사보와 잡지사 입사 후 이직이 서로 얼마나 가능한지, 책이 시중에 나와 있는지, 이날 사용했던 PPT 자료 공유할 수 있는지 등. 모두 OK였습니다.


직장이 아닌 직업으로서 잡지기자를 택한 이들은 결코 부자가 되진 못 할 겁니다. 저는 이것을 '물질적 유혹과 싸워 이기며, 욕심이 없다'고 풀이를 하고 싶네요. 그들은 돈을 보고 직업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이 길을 택한 것이거든요. 또 잡지기자를 하다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이고, 인연을 만나고, 색다른 모습으로 커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부터도 잡지기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일과 꿈과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또 책을 한 권 쓰라고 하고 싶습니다. 책은 트렌드와 소제, 작가 인덱스 구축, 대제, 깊이 있는 사고력 등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매개체입니다. 또 책을 쓴다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확고히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상의 포트폴리오라고 봅니다. 예스24나 알라딘, 교보문고 등에서 자기 이름만 치면 경력과 작가소개 등 모두 뜨잖아요. 포털검색도 마찬가지고요. 이만한 자기보증이 또 있을까요.


오늘, 내일, 모레 등 틈틈히 더 보충해서 월요일 강의를 더 재미있고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참, 이날은 중간에 불쑥 퀴즈를 내서 제 책 <잡지기자 클리닉>을 선물로 나눠줄 생각입니다.


참, 강의가 끝나고 나니 마이크를 쥔 오른쪽 어깨가 결리더군요. 긴장한 탓인가봐요. 그래도 전 행복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후배들을 만나고, 제가 알고 있는 다양한 경험을 작게나마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