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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Storytelling

나는 토끼와 거북이 동화가 자연스럽지 않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막연한 일화들.

지금까지 내가 배우고 연마했던 모든 것이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것을 본뜨는 복제능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 그저 시키는 대로 하고, 복종하고, 따라하는 것들 말이다.

그것이 내가 예전부터 몸소 겪었던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진행됐고, 그 능력에 따라 내 자리가 배분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곤 한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심지어 국가까지도 자신의 발전모델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바깥에 의해 규정되어 오며 한 삶의 궤짝처럼 한 자리 차지해 사회 귀퉁이에서 연명하는 나.

 

 

이런 생각도 해본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

우리는 그저, 잔꾀에 의지하지 말고 꾸준함과 성실함, 하루하루 땀을 흘리는 노동의 가치를 드높이는 것처럼 이 일화를 아이 시절부터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듣곤 한다.

하지만, 오늘 우연히 어느 책(김찬호 저, '사회를 보는 논리' 중에서)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

 

어느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

선생님이 교과서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 얘기를 해주던 찰나 한 어린이가 갑지가 손을 높이 들더란다.

"선생님, 저는 거북이가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은 의아해하며 묻는다.

"아니, 어쨌든 경주에서 이기지 않았니. 뭐가 억울하다는 거지?"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데 왜 꼭 ​땅에서만 해야 되지요? 물에서 하면 안 되나요? 그러면 거북이는 훨씬 수월하게 토끼를 이길 수 있었을 텐데요."

 

내가, 혹은 우리가 막연히 '땅 위에서만의 경주'를 배경으로 떠올린다. 그 아이는 암묵적으로 깔린 전제에 궁금증을 표하며 의구심을 던졌다. 그렇다. 여기서 평등이 실현되고 객관화가 진행된다. 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금 내 환경을, 조건을, 내가 가진 것들을 당연하듯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흐름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할 때 불평등과 무관심은 더욱 팽배해질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모든 사람은 천재다.

다만, 물고기들을 나무 타기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형편 없다고 믿으면 살아갈 것이다."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