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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Storytelling

영화는 영화대로,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갈끔한, 내가 살인범이다

하정우, 송강호, 최민식, 정재영. 전체적인 영화 평을 떠나 이 배우들의 연기력은 장면 하나하나 놓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볼 정도로 아끼는 배우들이다. 얼마 전 봤던 하정우도 그렇지만 정재영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가 몇 번이고 소름이 돋을 정도다.

 

우연히 지난 토요일 저녁. 휴일에 접한 영화치고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스릴러 요소는 양념일 뿐,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사회상과 공소시효, 아울러 피해자의 울분과 어쩌면 남의 일에 울타리치고 있는 내 자신을 거울로 빗대 볼 수 있는 솔직한 영화였다. 늘어지지 않는 스토리 전개와 억지춘향적인 요소도 적다. 충분히 즐기며 볼 수 있는 영화이며, 영화가 주는 무거운 교훈 외에도 뒷맛은 그리 쓰지 않은 편이다. 깔끔하다. 영화는 영화대로 재밌고,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오래 남는다.

 

 

정재영이란 배우는 최형구라는 형사로 출연한다. 그는 대사를 내뱉을 뿐, 대사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대변하지 않는다. 상대를 설득하지도 않는다. 거친 대지에 쇳소리를 내가며 자신을 토해낼 뿐이다. 그는 행동으로 말한다. 자신의 사랑하는 이가 결부돼 있을지 모르는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다. 그 과정이 현실적이어서 나도 그의 공간에 함께 하고 있는 기분이다.

 

 

2005년 어느 날. 우연히 주택가의 한 허름한 술집에서 외로이 술 한잔 걸치고 있던 그가 연쇄살인범 제이(정해균 분)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를 쫓게 되는데. 이 영화는 중간중간 우연의 남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다소 "이 장면이 왜 나오는 거지"하는 의문을 남게 한다. 이 장면에 앞서 살인범이 주택가에서 뛰쳐나와 그가 있던 술집 유리창으로 뛰어든다. 손님도 많았을 터. 왜 사람 많은 데로 뛰어들었을까. 생각해보면 그 범인이 그를 형사로 알고서 자신의 업적(살인했던)을 밖으로 내보이기 위해 이용한 것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최형구가 한 대사가 이를 대변한다. "그는 과대망상증 환자입니다. 자신의 살해이력을 세상에 드러내고 관심 받기 위해 나를 이용했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인물. 바로 박시라는 배우다. 그는 여기서 이두석이라는 연쇄살인범으로서, 그가 공소시효 만료 후 자신의 살해과정을 세세히 담은 책을 출간, 단번에 언론과 사회에 관심을 받으며 일약 베스트 셀러가 된다.  살인범이 유명인으로 둔갑하는 과정이다. 이 때부터 최형구 형사와 살인범 이두석과의 갈등은 점차 달아오른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현실, 그런 그를 농락하며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는 그를 바라보는 두 가지의 사회시선이 있음을 알게 된다.

 

 

 

 

 

메스컴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시청자의 알권리'라는 미명하에 이용하길 좋아한다. 마침내 연쇄살인범 이두석과 최형구 형사의 100분 토론이 벌어지고, 사회의견은 두 가지로 갈린다. "그래도 저 놈은 찢어 죽여야 할 살인범이다." 또 하나는 "자신의 일을 반성하고 이를 책으로 냈다. 그리고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기에 처벌할 수 없다. 그도 사회인이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윽고 자신이 정말 연쇄살인범이며 이름은 제이라고 밝힌 이가 새롭게 등장하며 이야기는 또 다른 갈등고조를 맞이하며 급변한다. 그런 제이가 최형구 집에 남긴 메모. 

 

 

제이는 줄곧 하얀가면을 쓰고 등장하는데, 영화를 보는 중에 자칫 놓칠 수 있는 장면. 그 메모 뒤에 탈을 쓴 사진이 보인다.

 

 

마침내 삼자대면이 이뤄진다. 최형구, 이두석, 그리고 자신이 정말 연쇄살인범이라는 '제이'. 마침 공소시효도 끝났다고 판단한 제이가 아무 어려움 없이 100분 토론에 참석하게 된다.

 

 

 

 

이어지는 반전. 마침내 밝혀지는 이두석의 정체에 나도 놀랐다.

 

 

 

이 영화는 여러가지로 생각을 많이 하게끔 유도하는 영화다. 내 가족이, 연쇄살인범에 대해, 공소시효란, 사회의 진정한 가치, 피해자 가족 등.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촬영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기사가 줄곧 게재된바 있는데, 일본 유학생인 사가와 엣세이라는 이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인육을 먹었고, 이휴에도 여러차레 살해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무죄판결을 받는다. 일본으로 돌아간 후 자신의 범행을 써내려간 '나의 고백'이라는 책을 내놓았는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감독 정병길은 이를 모티브로 영화에 차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다수 주와 일본, 독일은 계획적 살인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두지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6월, 법무부에서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범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는데, 빨리 이를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참고로 13세 미만 아동 및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바 있다. (출처)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살인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고 14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구리 소년 납치살인 사건과 화성 연쇄살인 사건 등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로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지난 2007년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이전 범죄에 대해서는 15년, 이후부터는 10년이 늘어 25년이 적용됐다. 그러나 살인 등 중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국 대부분의 주와 독일, 일본 등에서도 사형에 준하는 살인죄 등에 대한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관계기관 협의와 국무회의, 국회 의결 등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