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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Storytelling

혈투, 인생은 그 자체로 혈투다

당쟁과 외압이 소용돌이 치던 광해군 11년 . 명나라의 강압으로 명분상 청나라와의 전투에 조선군을 파병하기에 이른다. 치열한 전투 속에 좌군 군장 현명(박희순 분)과 부장 도영(진구 분)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거친 눈보라 속을 해메다 한 객잔을 발견한다. 그 안에는 또 한 명의 조선군인 두수(고창석 분)를 만나며 영화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적군보다 무서운 아군. 친구인 현명과 도영의 관계부터, 탐관오리의 온갖 수탈 속에 결국 병적에 이름이 오르면서 강제로 조선군으로 만주로 파병된 된 두수는 서로의 불편한 과거가 중간 중간 회상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 이야기의 배경에는 또 하나의 당파싸움이 깔리는데 바로 대북파와 소북파의 싸움. 현명과 도영은 그 당파싸움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자신을 친아들처럼 키워준 터라 굳게 믿었던 도영의 아버지에게서 벼슬자리에 대한 배신을 먼저 당한 현명. 남몰래 사랑하는 이 마저 도영에게 보내야 했던 질투심도 남아 있다. 그 아픔 속에 대북파에 회유 당해 자신도 살아남고 소북파인 도영과 도영 아버지까지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스스로 믿으며 손을 잡아버린다. 이를 대북파의 꼬임으로 다시 도영이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흘러간다. 두수 역시 아픈 과거로 오직 집에 있는 부인과 아이들을 위해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세 사람은 청나라와의 전쟁이 아닌 그들만의 생존을 위한 혈투를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마냥 유쾌하거나, 영화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모든 인생사와 사회생활이 모두 이러한 각자의 이해관계와 감정, 증오, 배신으로 살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현실과 너무도 닮은 모습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현명을 처결하지 않고 살려준 청나라 군인 간에 이런 얘기가 오간다.


"저 조선군은 왜 우리와 싸운 겁니까?

"그야 명나라의 눈치를 보는 조선 조정놈 때문이겠지?"

"그럼 저렇게 파병된 조선군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야, 개죽음 밖에 더 있겠어?"


바로 이것이다. 세상은 내 뜻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법이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 나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하는 것. 때문에 인생은 혈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