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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특허전문시대(마지막회)_특허공세 대비한 상호 기업협력 필요하다

이제는 특허전쟁시대(마지막 회)
특허공세 대비한 상호 기업협력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특허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특허전문기업의 활동 또한 거침없이 증가하고 있다. 특허전문기업은 자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특허전문기업은 현재 미국 특허 소송의 40%에 관여돼 있으며 소송에 따른 평균 손해배상액 규모도 일반 특허소송의 3배가 넘는다. 매년 특허 분쟁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고 있으며, 구글과 애플 등 기업들도 특허 확보와 소송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유형의 특허 비즈니스 등장


특허와 연관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특허 비즈니스를 펼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수집한 특허의 라이선싱 및 소송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기존 특허전문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는 사뭇 다른 유형인데, 새로운 특허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빠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특허 공세 외에도 자사 보유 특허를 직접 매각하는 경우도 있으며, 인터디지털, 램버스 등은 글로벌 기술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표준 특허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또한 인텔렉추얼 벤처스의 핵심 인재였던 존 앰스터(John Amster)가 설립한 RPX는 가치가 높은 특허를 수집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기업들로부터 특허 공세에 대한 방어를 대가로 라이선싱 금액을 받고 있다. 한편 인텔렉추얼 벤처스 역시 자사의 특허를 이용한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소니 등 많은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지분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설립 당시부터 보유 특허를 사용해 기업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천명했지만, 2010년 우리나라의 하이닉스를 포함한 9개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격적인 수익 창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시스벨(Sisvel), IP Value 등 특허 포트폴리오의 관리 및 특허 협상과 소송 등 각종 권리행사를 대행하거나 칩워크(Chipworks) 등과 같이 선행 특허 현황 및 특허의 침해 여부를 조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오션토모(Ocean Tomo)는 2006년 미국 시카고에서 최초로 특허 경매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나인시그마(Nine Sigma) 등은 특허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중개시장을 제공한다. 나아가 로열티 파마(Royalty Pharma)와 같이 지적재산권을 기초로 금융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램브란트(Rembrandt)와 같이 장래의 특허 분쟁에 대한 투자 및 지원을 통한 수익 창출 기업도 있으며, 지적재산권 관리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판트로스 IP(Pantros IP) 등 특허와 관련된 새로운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허전문기업의 공세, 지속적 강화될 듯


특허 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급격히 높아지는 특허 라이선싱 및 소송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을 중심으로 특허권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및 일본에서는 특허소송의 과도한 금지청구권을 제한하고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Soft IP(Soft Intellectual Property) 개념을 논의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에서는 특허의 공공 라이선싱 개방을 조건으로 특허유지비를 감면하는 LOR(License of Right)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특허소송에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미국 특허법이 50년 만에 개정되면서 향후 특허전문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특허전문기업의 폐해를 면밀히 주시해 온 미국은 이 특허법 개정을 통해 ‘선 발명주의’에서 ‘선 출원주의’로 전환하고 등록 특허 품질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특허전문기업의 과도한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SHIELD(Saving High-Tech Innovators from Egregious Legal Disputes) 법안이 2012년 8월 발의되는 등, 향후에도 특허전문기업의 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특허전문기업 활동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허전문기업 공세는 갈수록 정교하고 다양해지는 반면, 특허제도를 바라보는 산업계 시각이 다양하기 때문에 구제적인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실제 특허전문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포트폴리오 범위가 폭넓고 그 가치 또한 높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특허전문기업의 비즈니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대응, 앞으로도 쉽지 않다


최근 특허전문기업의 공세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인터디지털과 인텔렉추얼 벤처스 등 주요 특허전문기업의 특허 출원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특허 라이선싱 요구 및 소송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특허전문기업과의 분쟁 자체는 그 승패를 떠나 기업에게도 큰 부담이다. 게다가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소송으로 논란이 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허를 바라보는 각국의 법과 제도, 그리고 문화 차이는 상이하다. 따라서 기업이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한 대응 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해당 시장 진출 및 성장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

 

경기가 침체되고 시장 성장이 정체될수록 경쟁 기업을 견제하고 추가적인 수익을 얻기 위한 기업 간의 특허분쟁은 꾸준히 증가할 여지는 다분하다.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 비춰볼 때, 특허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은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해 선진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는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도 최근 특허전쟁을 계기로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역량 축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에도 특허가치는 빠르게 증가하고 특허전문기업의 비즈니스 역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

 

 


특허 비즈니스의 패러다임 변화 및 특허전문기업의 활동은 기업 R&D에 대한 인식전환을 가져왔다. 많은 기업은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인력의 확충 및 조직 정비 등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허공세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분야 간 융복합화가 이뤄지면서 핵심특허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는 반면, 특허가치 급증에 따라 이를 효과적으로 획득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오픈 소스(Open Source) 및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활동이 확산되면서, 기업은 더욱 많은 특허전문기업의 공세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에 비해 특허 포트폴리오의 구축이 미약하고 적절한 특허 분석 체계를 갖추지 못한 중소 및 벤처기업일수록 특허전문기업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신생 벤처기업의 40%가 특허전문기업을 자사 비즈니스의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고 한다.

 

특허공세 대비한 기업 대응 전략 수립 시급


특허에 따른 비즈니스 위험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기업 대응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비즈니스 활동은 향후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지적재산권 역량 강화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경영 전략이 한층 중요하다.


R&D를 비롯해 제품 기획 및 개발과 출시, 신사업의 진출 등 경영 분야 전반에 걸쳐 특허 분쟁 방지 및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기술과 제품 트렌드 및 관련 기술의 현황과 특징, 그리고 선행 특허의 권리 범위와 이에 대한 우회 가능성 등 특허정보의 빠르고 다각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문제 특허의 무효화, 회피 및 대체 기술 확보, 핵심 특허 매입 등 다양한 특허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보유 기술의 적용 및 공개 범위 등을 명확히 구분해 기술 누출 및 특허 침해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고 내외부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모듈화(IP modularity) 등의 다양한 기술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독자적인 활동만으로는 거세지는 특허전문기업의 공세를 견뎌내기 어렵다. 따라서 공동 대응전략 수립 및 기술 표준화와 크로스 라이선싱 등 기업 간 상호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일례로 HP와 모토로라 등 여러 글로벌 IT 기업은 2007년 AST(Allied Security Trust)라는 특허전문기업을 공동으로 설립해 특허 공세에 대한 대응에 나섰으며, 우리나라 역시 정부와 민간 대기업의 주도로 특허방어펀드인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Intellectual Discovery)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특허전문기업과의 분쟁이 지속될수록 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 단기적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무기력한 미봉책이 더욱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업은 자사 기술과 제품 가치, 그리고 성장 기회와 잠재적 위험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잠재적인 특허분쟁 시나리오 및 다각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지적재산권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보유 특허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본 글은 LG경제연구원이 2012년 12월 4일 발표한 글을 발췌,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글에 관한 저작권은 LG경제연구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