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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Zine

이제는 특허전쟁시대②

이제는 특허전쟁시대②
미국, 특허전문기업 자생환경 높은 이유

 

 

기술 성숙 및 시장 성장 둔화


첨단 기술이 빠르게 성숙하고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 것도 특허전문기업의 증가를 이끈 요인이다. 독보적인 원천 기술을 갖고 있던 많은 선도 기업은 시장변화를 읽지 못하거나 후발주자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몰락하면서 자사의 특허를 서둘러 처분했다. 실제로 특허전문기업의 활동은 2000년대 초반 많은 기술 기업들이 몰락한 IT 버블의 붕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옵티머스 마하(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의 ‘OMAP3630’ CPU(듀얼코어) 사용>


한편으로 몇몇 기술 기업은 자사 특허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날 전 세계 통신 칩 시장의 과반이 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Qualcomm)은 90년대 말 휴대폰과 통신 장비 비즈니스 수익이 악화되자 제조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CDMA 원천 기술의 라이선싱을 바탕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또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는 한국과 일본의 경쟁 기업으로 시장에서 밀려나자 1986년 삼성전자와 후지쓰, 히다치, 마쓰시타 등 9개 기업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퀄컴(Qualcomm) 제조 칩>

 

퀄컴이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특허 라이선싱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된 반면, DRAM 기술 표준 경쟁에서 패한 램버스(Rambus)는 아예 특허전문기업으로 변신해 반도체 및 LED 등 여러 첨단 기술 분야의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2009년 경쟁에서 밀려나 파산한 독일의 반도체 기업 키몬다(Quimona) 역시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키몬다 라이선싱(Qimonda Licensing)을 설립해 새롭게 특허전문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허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


과거에 특허는 기술연구 및 제품생산의 부산물로서 시장 점유율 유지 및 경쟁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으로 주로 활용했다. 그러나 오늘날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디지털 융복합화에 따라 첨단 기술 제품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특허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원천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특허의 경제적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특허전문기업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 세계 특허 출원의 절반이 집중되는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동시에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므로 핵심 특허의 발굴과 수집이 용이하다. 더군다나 지적재산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와 더불어 증거개시절차(Discovery) 및 배심(Jury Trial) 제도 등 특허전문기업에게 비교적 유리한 소송 제도를 갖추고 있으므로 특허전문기업이 빠르게 늘 수 있었다.

 

 


<구글은 1만7,000개의 특허를 보유한 모토로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를 125억 달러에 인수했다.>

 

특허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특허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구글 및 애플 등 많은 기업이 부랴부랴 특허 확보에 나서면서 특허시장 가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구글은 1만7,000개의 특허를 보유한 모토로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를 인수하면서 125억 달러를 지출했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공동으로 캐나다의 통신장비 기업 노텔 네트워크 (Nortel Networks)이 보유한 6,000 개의 특허를 사들이는 데 45억 달러를 투자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년 2분기에 대만의 스마트폰 기업 HTC로부터 6.000만 달러의 라이선싱 수입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자사의 윈도우7 스마트폰으로부터 거둔 수입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특허전문기업 비즈니스 확산


특허를 활용한 적극적인 수익 창출 전략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일반 기업과 대학 및 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들도 특허전문기업의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IBM등 일부 대기업들은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지적재산권의 현금화(IP Monetization) 전략을 꾸준히 추진했는데, 오늘날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의 기업은 직접적인 특허 공세를 취하는 한편, 새로운 특허전문기업을 만들어 특허 전쟁에 따른 비난을 회피하는 동시에 보다 집요하게 경쟁 기업을 압박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HTC 등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제 진영과 치열한 특허 공방을 벌이고 있는 애플은 록스타 비드코(Rockstar Bidco)라는 특허전문기업을 설립해 경쟁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퀄컴도 최근 자사의 비즈니스 방어 및 특허 수익 강화를 목적으로 퀄컴 테크놀로지(Qualcomm Technology)라는 특허전문기업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많은 기업 역시 인텔렉추얼 벤처스 등 기존 특허전문기업들과 긴밀히 연관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른 특허전문기업들과 일반 기업들의 합종연횡 및 대립 구도는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대학과 연구소 역시 특허를 활용한 수익 창출에 적극적이다. 2007년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은 인텔렉추얼 벤처스에 이은 세계 2위의 특허전문기업으로 캘리포니아 대학을 언급했을 정도로,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특허 비즈니스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1990년부터 영상 처리 기술인 MPEG-2의 표준화 과정에 참여하는 등 보유 특허의 활용에 적극적이었던 캘리포니아 대학은 5년 간 무려 5억 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으며, 예일 대학은 에이즈 치료제 Zerit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세계 최초의 지적재산권 기반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1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와이파이(Wi-Fi) 기술특허를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온 호주의 국립과학산업연구원(CSIRO) 등 전 세계의 많은 연구소들 역시 R&D을 통해 획득한 특허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각적 경로 활용한 특허수집


특허전문기업의 특허 수집 방법 역시 한층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위기에 몰린 기업들의 특허를 헐값에 수집하는 것에서 나아가, 대학과 연구소 등 전문 R&D 기관과의 제휴 및 자체 R&D 등 여러 방안을 통해 가치 있는 특허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거대하고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것.

 

설립

2000년 1월(2003년부터 특허에 투자)

위치

미국 워싱턴 주 벨뷰 시

설립자

에드워드 정 회장, 네이선 미어볼트 CEO 외 4인

직원 수

약 600여명(과학자 200명, 변리사 및 변호사 200명, 마케팅/라이선싱/재무 등 200명)

특허 펀드 규모

50억 달러(약 6조2,500억 원)

펀드 수익금

최근 2년간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

보유 특허 수

3만여 건

주요 투자사

MS, 인텔, 노키아, AT&T, GE, HP, 소니, 애플, 빌 게이츠 등

<표> 인렉텍추어벤처스를 들여다보다


약 3만 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1위의 특허전문기업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다양한 기술 분야에 걸친 독자적인 R&D 활동으로 수준 높은 특허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아시아 각 지역에 지사를 설립하고 해당 지역 대학의 우수한 인재들과 협약을 통해 특허를 획득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약 3,000명 이상의 대학 내 발명가 및 400여 개의 기업 및 연구소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이렇게 모은 수많은 특허들을 1,276개의 자회사(Shell company)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일반 기업들이 자사 특허의 일부를 특허전문기업에 직접 투자해 이들의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을 돕기도 한다. 이는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는 특허전문기업과의 긴밀한 협력 강화 및 이들을 통해 자사의 특허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록스타 비드코 이모저모>
-노텔 특허인수로 설립된 IP회사
-애플, EMC, 에릭슨, MS, RIM, 소니 등 6개사가 지분 참여
-애플이 지분 58%로 최대주주
-와이파이, LTE, 소셜네트워킹 등 무선 및 반도체 관련 6,000여건 특허 보유

 

실제로 노키아는 특허전문기업 브링고(Vringo)에 자사의 특허 500개를 매각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수입의 35%를 갖기로 합의했다. 애플은 공동으로 구입한 노텔의 통신 기술 특허의 과반수를 록스타 비드코에 투자했는데, 이에 따라 록스타 비드코는 특허 수 기준으로 인텔렉추얼 벤처스에 이어 세계 2위의 특허전문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애플은 또 신생 특허전문기업인 디지튜드 이노베이션(Digitude Innovations)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자사의 특허권을 양도했는데, 실제로 디지튜드 이노베이션은 스마트폰 기업과의 소송을 위해 애플의 특허를 사용하기도 했다.

 

<본 글은 LG경제연구원이 2012년 12월 4일 발표한 글을 발췌,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글에 관한 저작권은 LG경제연구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