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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2_리처드 파인만 저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저자
리처드 파인만 지음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2000-05-19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금고털이, 봉고 연주자, 화가...,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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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인만(양자 역학 권위자, 1965년 노벨상 수상). 현 안철수 의원이 <안철수 연구소> 재직 당시 펴냈던 <<영혼이 있는 승부>>에서 오래도록 책장에 꽂아놓을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소개했던 책이다. 당시 안철수 교수는 '세상에는 천재가 많아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고 그를 예로 들면서, 한편으로 책에서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파인만의 아버지 교육법에 대해 언급했다. 


리처드 파인만이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는 독특한 방식으로 아들을 교육시켰다.

하루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고 있던 파인만이 티라노 사우루스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었다.

"이 동물의 키는 키가 8미터, 두개골 지름은 2미터에 이른다"

어린 아이는 이 문장만으로 공룡의 실체를 파악할 만한 상상력을 발동시키기 어려웠다. 그때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이건 말이지, 그 공룡이 우리집 뜰에 서있다면, 머리를 2층 창문으로 들이밀 수 있을 정도로 키가 크다는 뜻이야. 하지만 머리를 들이밀지는 못할 거다. 머리가 창문보다 조금 더 커서 유리창만 깨고 말테니까."


어렸을 때부터 이처럼 아버지로부터 상상력과 입체적인 학습법을 통해 공부는 재미있는 것이라고 인식한 파인만은 평생 그렇게 관찰하는 힘을 얻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개미를 관찰하며 깨달은 대목이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개미가 얼마나 놀라우며 얼마나 협력을 잘 하는지 가르쳐주셨다. 나는 개미 서너 마리가 작은 초콜릿 조각을 자기 굴로 끌고 가는 것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언뜻 보기에 개미들은 멋지고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개미들은 모두 초콜릿이 다른 어떤 것에 걸려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개미들은 이것을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민다. 그래서 짐은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제멋대로 밀려간다. 초콜릿은 개미굴을 향해 똑바로 가는 것이 절대 아니다. 


리처드 파인만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재미있고, 즐거웠던 생을 마음껏 펼쳐보이고 있다. 파인만은 늘 유쾌했다. 유머감각도 탁월했다. 엉뚱한 면도 있었다. 어느 새벽, 노벨상 확정 전화도 귀찮고, 리셉션 파티도 파토냈다. 명예와 권위적인 것을 소름끼치게 싫어했다. 노벨상을 거부하려 했으나, 오히려 그렇게 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는 <타임>지 기자의 설득에 그냥 받아 버린다.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받는 시상식에서 어떻게 엉뚱하게 대처할까 고민한 사람이 바로 파인만이다. 술집에서 물리학 얘기로 종업원과 시간을 보내고, 자신만의 수학공식으로 문제를 보기 좋게 풀어낸 사람이다.


이 책을 보면 그가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브라질이 한 대학에 교환교수로 가게 된다. 여기서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 대한 충격적 대목이 나온다. 전형적인 입시위주의 교육, 창의력이 결여되고 응용력에 무지한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권에 나오는 <또 저 미국인이야!> 부분이다(2권 78~89p)


-나는 아주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내가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즉시 대답했다. 그러나 다음 번에 똑같은 질문을 하면 그들은 전혀 대답하지 못 했다. 내가 보기에는 똑같은 주제에 똑같은 질문인데 말이다. 상당한 궁리 끝에, 나는 학생들이 모든 것을 암기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모두 조용히 앉아서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고, 교수가 반복해서 말하면 그들은 제대로 받아 적었는지 확인한다. 이런 식으로 끝없이 계속한다.


-"그렇게 노트에다 적는데, 그걸로 뭘 할거지?"

 "예, 그걸로 공부하죠. 시험을 봐야 하니까요."


-이렇게 해서 그들은 시험에 통과하고, 이 모든 것을 배우고,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암기한 것만 빼고.


-마침내 한 학생이 내게 설명했다. "강의 도중에 제가 질문하면 나중에 모두 저에게 이렇게 말해요. '왜 귀중한 강의시간을 낭비하게 하는거야? 우리는 뭔가를 배우려 왔는데, 왜 네가 질문해서 강의를 중단시키지?'라고요."

그렇게 강의는 1인극처럼 진행되고, 학생들은 다 아는 것처럼 앉아 있다. 


-"내가 이 강연을 하는 주요 목적은, 브라질에는 과학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입니다."

내가 브라질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초등학생들이 서점에서 물리학 책을 사는 것이었다. 브라질에는 물리학을 배우는 어린이들이 그렇게 많으며 그것도 미국 어린이보다 일찍 시작하는 데도 브라질에는 물리학자가 별로 없지 않은 것이 놀랍지 않은가? 그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데도 아무 결과가 없다.


-이렇게 자습처럼 이뤄지는 교육체계에서 교육받은 사람은 시험에 합격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드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갈칠 수 있지만, 진짜 과학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에 파인만은, 그래도 브라질에는 희망이 보인다며 자신의 강의를 들은 학생과 한 물리학자를 꼽는다. 하지만 이내 곧 그들의 고백으로 파인만은 탄식한다. 그 학생은 "저는 파인만 교수님이 마지막에 언급한 학생이다"며 "사실 나는 브라질에서 과학을 배우지 않았다. 독일에서 공부했고 올해 브라질로 왔을 뿐"이라고 고백한다.

파인만이 언급했던 교수도 이어 말했다. "저는 전쟁 중에 브라질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때는 다행스럽게 교수들이 모두 대학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책을 읽으며 공부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브라질 체계 안에서 배운 것이 아닙니다."

어떤가. 놀랍지 않은가. 우리나라 입시체계 안에서의 주입식 교육과 브라질 교육과 큰 차이가 있을까?

파인만은 그렇게 내게 큰 깨달음과 숙제를 던졌다.

책을 읽고 난 이후 법정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거침없이 읽히되 사유를 동반해 진도가 더딘 책이 좋은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완독하는 데 1년이나 걸렸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