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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_이상민 저, 허정 각본




숨바꼭질

저자
이상민, 허정 (각본) 지음
출판사
가연 | 2013-08-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8년 도쿄, 1년 간 남의 집에 숨어살던 노숙자가 체포됐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줄거리는 차치하고서라도.

전에 <가연>에서 출간한 피아타를 마치 추리소설 읽듯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영화의 감동보다 책이 주는 다양한 느낌을 받고 싶어서 일독.


보통 책이냐, 영화냐를 따지기 전에, 책을 위주로 나온 콘텐츠를 영화로 하면 흥미가 반감되고, 영화를 위주로 작성한 각본으로 책을 엮게 되면 재미가 덜 하다는 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 전자 후자 모두 어지간 해서는 원작자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흥미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과 영화는 활자매체와 영상매체라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책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머릿속에 다양한 상상할 거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읽고 나면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물론 영화 역시도 시각적인 자극으로 제작자가 보여주는 틀 안에서 재미를 느끼는 한계가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관음적인 본능을 갖고 있는 탓에, 영화 한 편이 관객에게 남기는 여운도 책 못지 않다. 그래서 영화를 제대로 본 이는 어지간 해서는 책이 따라오지 못 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영화 프레임이 강하게 박혀있긴 하겠지만.


이 책은 나름 영화도 훌륭하고(물론 흥행도 어느 정도 성공하고 평도 좋았다), 각본도 꽤 괜찮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책으로 봤을 땐 영화가 주는 의도를 살리기란 한계에서,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 했던 것 같다. 저자가 못 했다기보다, 오히려 원작의 각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의도된 면 때문이었다고나 할까. 읽으면서 내가 각본을 읽는 거야, 책을 읽는 거야, 혹은 짧게 짧게 끊어지는 각 장을 보며 '영화를 봤다면 이정도의 그림이 그려지겠군'하고 생각을 따로 정리하면서 읽었다.


책에서는 원작이 주는 사건/사고에 대해 개연성이 조금 떨어졌다. 이 사건이 일본과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중심으로 했다는 점, 또 SBS TV <궁금한 이야기Y> 방송분(2010년 1월 8일)의 도둑암호를 모티브로 했지만, 책에서 왜 그 범인이 그 사건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이유, 혹은 개연성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제목 그대로 '숨바꼭질'에 맞춘 스토리, 주인공이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어릴 적 과거 회상 장면이 곳곳에 묻어나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건과 사고. 불친절하다. 나머지는 격투신과 범인의 짐작이 이어진다.


곳곳에 눈을 찌푸리게 하는 오타도 지적하고 싶다. 페이지도 그리 많지 않던데, 읽으면서 오타만 따로 모퉁이를 세 군데나 접어두었다.


1. p90. 민지는 불안한 눈초리로 여자의 뒷모습을

(이후에 어떤 단어가 없다. 생략된 것이다. 이건 오타보다도 더한 실수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


2. p128. "피자는 식구들이 다 있을 때 함께 먹어야지. 다른 거 막고 싶은 건 없어?"

(막고가 아니라 먹고)


3. p229. 방부제인듯 허연 가루를 뒤집어 쓴 채 눈을 부릅뜨고 성소를 노려보고 있었다.

(성소가 아니라 성수)


물론 100% 오타를 잡아낼 수는 없다. 뭐, 메이저 출판사도 마찬가지지만. 다만, 같은 품질과 상품이라면, 디테일에서 판가름난다는 걸 나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뼈저리게 그꼈다. 이런 오타 하나가 책의 신뢰와 흥미를 반감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타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나는 이 직업병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