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를 디자인하라

[인터뷰를 디자인하라] 인터뷰 질의를 짜는 세 가지 팁

기사의 핵심은 인터뷰이고, 인터뷰의 핵심은 섭외다. 섭외가 완료되면 거의 인터뷰 기사의 5할은 마무리한 것이나 다름 없다. 문제는 어렵게 섭외한 인터뷰이로부터 내가 원하는 메시지(핵심)를 도출해 독자가 원하는 내용을 뽑아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독자의 지적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인터뷰이를 섭외했다면 그게 맞는 질문을 구성해야 한다.


현장은 늘 변수가 존재한다. 인터뷰이가 생각 이상으로 답변에 충실한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답변이 철저히 계산돼 특별한 내용이 없기도 하고, 조금 대답하기 무리가 있는 질문은 넘어가는 때도 있다.


인터뷰어 입장에서는 '혹시 내가 이것을 물으면 무시당하지 않을까' '이 질문을 하면 날 불편해하지 않을까?' '괜히 분위기 좋은데 굳이 이 질문을 할 필요는 없다'며 예리하게 질문을 하지 못 하는 이도 많다. 이 모두는 인터뷰를 하는 내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인터뷰를 잘 이끌기 위해서는 내가 '주제장악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인터뷰이와의 기싸움에서 이겨야 하는데, 그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있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질의수준'이다. 사전기획이 철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신입기자가 흔히 하는 실수로 기본적인 신변사항이나 이미 수 많이 보도된 내용을 다시 짜집기 하는 이도 있는데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정말 해서는 안 될, 있어서는 더더욱 안 될 잘못된 인터뷰 질의  Best 3


1. 명문 S대 출신의 J일보의 수습기자가 유명한 어느 소설가 인터뷰 자리에서 첫 질문을 "고향이 어디십니까?" "대표작이 어느 작품입니까?"하고 물었다가 다음날 바로 퇴직처리 당했다.


2. 배우 비비안 리(Vivien Leigh)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재개봉 즈음 애틀랜타에 왔을 때 어느 신참기자가 비비안 리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떤 역을 맡으셨죠?" 인터뷰는 거기서 끝났다.


3. 작가 버나드 드 보토(Bernard De Vote)가 코네티컷에 왔을 때 한 지역신문의 기자가 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자 기자가 "선생님, 죄송하지만 조금 시간을 주십시오. 관련자료를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고 했다. 그러자 드 보토는 "자네가 도서관에서 간단한 인명사전조차 볼 시간이 없었다면, 나 역시 자네에게 시간을 내어줄 수 없네"라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인터뷰는 1분 인터뷰를 위해 10분을 준비한 기자의 풍부한 지식과 나름대로의 통찰로 빚어지는 행위예술이다. 풍부한 지식은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는 절대로 얻을 수 없다. 이는 곧 인터뷰의 으뜸가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이유는 독자를 위한 메시지 전달 말고도 또 있다. 인터뷰에 응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아는 기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즉, 그렇게 오래도록 준비한 성의에 감탄하는 것이다. 그간 얼마나 비슷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을까. 그럼에도 내가 그와 똑같은 서식과 양식을 준비해 간다면 얼마나 얼굴이 화끈화끈하겠는가.


만약 인터뷰이가 "오늘 아침에 기사가 다 나갔는데요?" 혹은 "제가 쓴 책에 다 나와있는데, 안 읽어보셨나봐요?"라고 말한다면 나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인터뷰 시 주제장악력만 갖춘다면 어려운 분위기나 상대의 위압적인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원하고 그리고 싶은 방향으로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그 준비가 돼 있다면, 취재원 발언 중에도 핵심을 가려낼 수 있고, 즉흥적인 질문이 가능하다. 일일이 질의서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상당히 많은 수의 핵심질문을 추가로 묻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대개의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만 용감하다. 때론 과감하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줄도 알아야 한다. 이것이 곧 인터뷰 기사의 질로 거의 대부분 이어지기도 한다.


본론으로 넘어가기 앞서 인터뷰 전 가장 중요한 준비단계, 즉 기자가 챙겨야 할 정보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공적으로 이미 알려진 정보를 검색해 이를 통해 사실확인은 물론 인터뷰 대상자의 생각과 견해, 가치관 등을 듣는 것이다. 인터뷰이의 기본적인 생년월일, 출신학교, 경력, 가족상황 등 조금만 신경쓰면 챙길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다.

 

두 번째는 각종 미디어에 보도된 공식적인 기사 내용 확인이다. 인터뷰 자료, 전문경력, 활동사항, 관련 업계 정보 등을 꼼꼼히 챙긴다.

 

세 번째는 인터뷰이 주변 취재다. 인터뷰이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해 줄 지인들을 미리 만나 그의 장/단점이나 최근 관심사, 이력, 근황 등을 미리 체크해두는 것이다.

 

'언론인 임재경 회고에 따르면 채현국은 <창작과 비평>의 운영비가 바닥날 때마다 뒤룰 봐준 후원자였으며 셋방살이하는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사준 '파격의 인간'이다. '

 

-2014. 1. 4 <한겨레신문> "노이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인터뷰 중-

 

지인을 만나 취재원에 대한 다양한 경력을 알아보고 견해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도 좋고, 혹은 취재원과 관련한 관계자들의 어록을 찾아보는 것도 훌륭한 주변취재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도 좋다. 마지막으로는 기본적으로 숙지할 수 있는 질문리스트를 다시 한 번 체크하는 일이다. 그러면 어떤 질문이 적합한지는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이제 효과적인 인터뷰를 하기 위해 현장에서 꼭 챙겨야 하는 질문 기술  세 가지 팁에 대해 알아보자.



1. 상대방이 알고 있는, 혹은 보도된 내용의 재확인

민감한 질문이나 꼭 들어야 할 답변이 있다면, 기 보도된 매체나 대중의 반응 등을 전제로 확인하는 형식으로 질의하는 것이다. 가령 "~한 부분(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등 질문을 통해 특정 사실(반응)에 대한 인터뷰이의 반응을 살펴보는 질문 방식이다. 이는 인터뷰이가 기자가 아닌, 생각과 싸우게 하는 방식이며, 자신의 주장을 사실로 바꿔 질문하기 때문에 보다 의도했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Q.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이 있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가지 '압박설' 있고 그런데 어떻게 보셨는지요?  


Q.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보십니까? 흔히 얘기하는 '압박설' 여기에 동의하십니까?


Q. 박근혜 대통령도 얘기했습니다. '사표수리 하지 않겠다. 우선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도 동의하십니까?

Q.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론하시겠습니까?

Q. 진정한 팬은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팬심보감이니, 팬민정음 같은 걸 팬클럽 홈페이지에 쓰셨는데요.

Q. 평론가들이 당신의 미모에 대해 줄곧 얘기하는데, 어떤 생각이 듭니까?

Q. 항간에서는 당신이 미모 때문에 영화배우가 됐다고 혹평하는 이도 있더군요.




2. 인터뷰 시 상대방의 말(발언)을 다시 활용하는 절묘함

인터뷰 전이라면, 먼저 인터뷰이의 답변이 매체와 동일하지 않다면 메모해두는 것도 좋다. 가장 많고, 흔한 질문을 가급적 피하고 다른 식으로 질문해 답변을 유도한다. 인터뷰 중이라면 인터뷰이의 답변을 듣고 재질문하는 것인데, 상대방의 말을 받아 이것을 재료로 다시 말을 잇는 것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특정 사안에 대한 깊이를 팔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상대의 답변이 타당한지 사실을 말하도록 유도하는 데 적합하다. 가령 이런 방식의 인터뷰다.


문. 이 일을 처음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답. 5년 전, 잘 아는 이웃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에서 충격을 받고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문. 어떤 범죄였습니까?

답. 또래 청소년과 어울려 연쇄방화에 강도짓을 한 것이었습니다.

문. 그 당시 청소년은 몇 살이었습니까?

답.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15살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 그럼 학교는 다니지 않았나요?

답. 네. 학교는 퇴학당했다고 하더군요. 아마, 가출한 청소년들이 모여사는 시설에 있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문. 어디에 있는 시설입니까? 혹 시설 이름은 기억나시나요?

답.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 뭐라더라...

문. 계속 말씀하세요.


한 가지 사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반복한다. 또 가급적 사례를 들게 하는 것도 요령.


Q. 그 부분에 대해선 A매체에 그렇게 답변하셨지만 차츰 심경에 변화가 생기신 것 같습니다만.

Q. 지방선거에 집중한다는 말은 전에 신당은 만든다는 말씀이신지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런 얘기가 운은 띄워진 상황인데 구체적으로 계획이 나온게 없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Q. 지방선거까지도 신당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없다는 그런 말씀이신가요?

Q. 그것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입니까?

Q. 예를 든다면요?

Q. 지금 말씀하신 대로 라면, 전혀 사전에 눈치도 채지 못 했다는 뜻인가?

Q. 계속 말씀하세요.

Q. 정말입니까?



3. 어디서든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질문을 숙지한다.


다음의 내용은 어떤 인터뷰에서 물어보아도 괜찮은 질문을 모았다. 활용해도 좋고, 응용해도 좋다.


Q. (만약 당신이 병원에서 회복 중이라면) 옆 침대에서 함께 자면서 간호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단, 가족과 친척 제외. 이 질문은 처음 상대와 말문을 트기 위해 하는 질문임)

Q. 당신이 처음으로 가진 직업은 무엇인가?

Q. 가장 최근 울어본 때는?

Q. 사랑을 느낀 첫 번째 사람은 누구인가?

Q. 지난해 당신을 가장 기쁜게 한 사람은?

-명 인터뷰어 바바라 월터스(Barbara Walters)가 <뉴욕 타임즈>에서 밝힌 내용-


Q.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사람(혹은 책)은 누구인가?

Q. 쉬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Q. 인생의 가장 큰 기회(터닝포인트)가 있었다면 언제, 어떤 기회였나?

Q. 인간에 대한 신념은? 사람이 기본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보는가?

Q.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도로시 위프(전 뉴욕 포스트 발행인이자 주필)의 '상대방의 인간적 측면을 드러내는 질문 다섯 가지-


이외에도

-무인도에 갇혀 있을 때 세 가지 책을 고른다면?

-현재 직업에서 해직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나?

-누군가가 돈 10억원을 주거나 로또에 당첨된다면?

등의 질문은 상대방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알아낼 때 두루뭉술하게 할 수 있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