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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디자인하라

[인터뷰를 디자인하라] 인터뷰 시 어색함, 어떻게 달래야 하나

모 잡지사 편집장 시절, 연말이면 한해의 노력과 결실을 축하하는 시상식에 으례 참여하곤 했다. 보통 3~4개의 시상식에 참여해 그간 인터뷰 등 만남을 통해 안면이 있는 이들도, 광고주와 해당 계통의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도 한 자리에 만날 수 있어 시상식은 필자에게 좋은 사교의 장이 되곤 했다. 하지만 역시 초면인 이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화제를 이어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란 말이 많으면 자칫 실수를 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늘 하기도 했다. 또 평소에 말이 많지 않기 때문에 특유의 경청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곤 한다.


인터뷰 자리에서는 다르다. 인터뷰어든 인터뷰이든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칫 긴장수위가 높아져 불편한 자리를 마주하게 될 확률이 있다. 인터뷰어가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며 불편해해도, 인터뷰이가 곳곳이 허리를 편 상태로 판에 박힌 말을 늘어놓는 것도 바람직한 인터뷰가 아니다.


인터뷰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서로를 응시하며 자연스러운 대화가 나와야 한다. 물론 호탕한 성격과 격식에 좌우되지 않는 인터뷰이가 알아서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인터뷰이보다는 인터뷰어가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리드할 겸 부드러운 멘트와 행동으로 상대를 편안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다양한 질문구사를 위한 탐색의 측면에서 볼 때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인터뷰이는 이 인터뷰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한다. 당연히 긴장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도 신중히 내뱉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굳이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 오히려 처음부터 호감을 주고, 진지하게 얘기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준비는 마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서로 왜곡되지 않을 만큼 양심적인 인상을 줘야 한다는 점. 직업적으로 만난 것이기 때문에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서먹함, 어색함은 있기 마련이다. 이 서먹함을 빠른 시간 내에 깨는 것이 상대로 하여금 내 질문에 술술 대답하도록 하는 밑바탕이 된다.


이 서먹함을 달래고 서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 첫 만남부터 회기애애하게 말문을 트는 것을 파티 등에서는 Ice Break라고 한다.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과정이 필요하다. 평소 대화나 분위기를 잘 이끌며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정식 인터뷰라며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고, 보이스펜을 자신의 앞에 갖다 대면 그 누구라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이러면 쉽게 인터뷰이에게 넘어올 수 없다.



*파티장에서의 Ice Break 대화법(참고자료)


1. 당당하게 악수하기

파티 시 아주 초면인 경우는 악수를 하되, 손에 약간 힘을 주어 당당하게 악수하는 것이 훨씬 신뢰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2. 바른 자세와 미소 짓기

구부정한 자세보다, 허리를 펴고 상대의 눈과 미간을 바라보며 천천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3. 적당한 손짓

손이나 머리를 과장되게 움직이는 것은 시선에 방해를 줄 수 있으므로, 약간의 손짓과 제스처는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손톱을 물어 뜯거나 머리를 매만지는 행동은 좋지 않다.


4. 칭찬하기

상대의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등에 대해 칭찬을 하면 효과적이다. 나아가 해당 액세서리에 대한 에피소드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5. 취미에 관한 이야기

취미로 대화를 하게 되면 대부분 서로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이 부분은 이후 인터뷰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플러스 요인.


6. 대화는 가볍게하고,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기

무례한 것과 솔직한 것은 다르다. 첫 대면에서 상대의 한 마디에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쿨하게 받아 넘기고 센스있게 대처하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 된다.



이러한 어색함을 풀고 좀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터뷰 시작에 앞서 보다 친밀감 있고, 쉽게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질문을 주고 받는 것이 좋다. 때론 인터뷰이에게 칭찬을, 그리고 공감을, 어제 방송에서 본 유행어를, 최근 근황을, 인터뷰 장소에 있는 신기한 물건 등을 화제로 꺼내놓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이 묻고자 하는 질문을 속전속결로 내뱉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대화로 이 어색함을 풀고,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할 수 있을까.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예를 통해 한번 알아보자.



-저기 벽에 걸린 저 휘호는 무슨 뜻입니까?

-젊었을 때 정말 비행기 조종사였다고 하시던데, 정말입니까?

-밖에 보니 사이클이 한 대 눈에 띄던데요.

-저 장식품은 굉장히 독특해 보입니다. 취미이신가요?

-(골프가방을 가리키며) 골프 좋아하시나 봅니다. 얼마 전 박인비 선수, 대단했지요?

-아침에 대표님이 쓰신 칼럼 읽었습니다. 그 주제는 저도 평소 관심있던 것이었습니다.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성대모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느낌 아니까.



어떤 기자는 먼저 "골프 치십니까?" 혹은 "프로야구 어느 팀 응원하세요?"하고 말문을 튼 이후, 지속적으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출신학교, 고향, 취미 등을 먼저 체크하거나, 약간의 사전취재를 통해 정보를 더 담아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때로는 인터뷰이가 중간 중간 답변할 때마다 약간의 칭찬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물론 그 답에 대한 성취적인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지, 절대 칭찬을 남발하거나 과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하다보면 능숙하게 몸에 익게 된다.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내가 불편하면 상대도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먼저 편하게 인사하고, 소소한 일상적인 질문으로 말문을 튼 후, 중간중간 중요한 부분에서 약간의 제스처와 칭찬을 곁들인다면 한두 시간을 훌쩍 갈 것이다. 인터뷰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