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Life Storytelling

바른 글쓰기, 비단 기자나 작가들에게만 요구되는 자질일까요?_상지대 광고홍보학과 학생들 강의

 

 

 

어제는 상지대 광고홍보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시간 가량 '바른 글쓰기' 강의를 했습니다. 아마 이번 강좌의 큰 틀은 'SNS 시대 글쓰기'였던 것 같은데, 저는 SNS를 잘 하지도 못 하고(쉽게 말하자면 그냥 내 멋대로 편하게 한다는 정도), 더더군다나 SNS 마케팅도 뭔지 잘 모릅니다. 소위 전문가라 칭할 부분도 아니지요.

실은 잡지사에 있을 때 알게 된 한 지인의 부탁으로 강의를 맡았습니다. 워낙 업계에 덕망도 있으시고, 소셜미디어에 관한 한 굉한한 열정과 지식을 갖춘 분이시지요. 평소 제가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제가 그 분게 여쭸습니다.

 

"제가 SNS 전문가도 아니고, 기자들 글쓰기와 성격이 조금 다른데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편집장님은 바른 글, 필요한 글, 맞춤법의 중요성 등에 대해 편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아마 제 부담을 덜어주시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원래 저는 잡지 쪽과 기사작성 등에 관해 강의를 해왔지, 바른 글쓰기에 대해서는 한 번도 나서본 적이 없었거든요. 시간이 촉박했던지라 일단 강의를 수락하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주말 내내 생각, 또 생각했습니다.  커리큘럼을 어떻게 꾸며야 할까.

 

그러다가 문뜩 한 가지 생각에서 멈춰섰습니다. 바른 글이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옳은 맞춤법과 표준어 등에서 출발한다, 그 위에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쌓아올리면 하나의 훌륭한 글이 된다고 말이죠.

 

 

MBC TV '우리결혼했어요' 캡처

 

MBC TV '황금어장- 라디오스타-꽃미남 종합선물세트' 캡처

 

SBS 월화드라마 ‘신의’ 18회 캡처

 

일단 우리가 일상생활에 많이 사용하는 맞춤법 등을 먼저 사례를 통해 포문을 열자고 생각했습니다. 방송의 예능을 보다가, 잡지나 신문의 광고를 보다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다가 문뜩 틀리기 쉬운 단어들. 틀린 것 같지만 왜 틀렸는지 몰랐던 부분을 부담스럽지 않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론은 과감하게 배제했습니다. 저는 강의상 프레젠테이션에서 언급해도 '직유법'이니 '은유법'이니 그런 단어보다 사례를 기억하자로 강조했습니다.

 

맞춤법과 표준어는 비단, 기자나 작가, 번역가, 출판 관계자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이젠 그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온라인 미디어가 갈수록 확장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나 오마이뉴스 등 생활주창 시대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회사생활에서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 보고서, 기안서, 하물며 문자보내기와 메일보내기,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그 사용처와 올바른 사용법은 더욱 확장됐다고 봅니다.

 

 

 

추가하자면 누구나 책을 쓰는 시대 역시도 왔기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객을 설득하고 내 제품을 사용하도록 마케팅해야 하는 마케터에게는 그런 능력과 실력은 더 중요하고요. 적확한 단어 선정과 사용, 올바른 단어의 커뮤니케이션, 글의 함축성 등을 헤드라인으로 뽑았을 때 더욱 힘이 실리는 부분이니까요.

 

제가 이날 광고홍보학과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부분의 일부만 보면 이렇습니다.

 

1. 글의 군더더기 없애기

 

원문) 어제 싸움을 했다. 그래서 아침에 기분이 나빴다. 다행히 엄마에겐 들키지 않았다. 그런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그 녀석 선생님께 이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수정) 어제 싸움을 했다. 아침에 기분이 나빴다. 다행히 엄마에겐 들키지 않았다. 은근히 걱정도 된다. 그 녀석이 선생님께 이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원문) 우리 과에 너 같이 글 잘 쓰는 녀석이 있다는 건 행운에 다름 아니다.

수정) 우리 과에 너 같이 글 잘 쓰는 녀석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원문) 국민소득 향상과 식생활 서구화로 쌀 소비량이 부적 줄었다.

수정) 국민소득 향상과 식생활 서구화로 쌀 소비량이 부쩍 줄었다. 

 

2. 수식어 절제

 

원문) 술과 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은 추후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정말로 높다. 상당히 많은 육류 섭취는 아주 몸에 해롭다.

 

수정) 술과 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은 추후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많은 육류 섭취는 몸에 해롭다.

 

자제하면 할수록 좋은 단어들.

아주, 많이, 여러 가지, 가능한 한, 상당히, 정말로, 너무(X)

 

3. 이해하기 쉽게 쓰자

 

원문) 지금처럼만 한다면 세계 문화산업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상승시켜 종국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수정) 지금처럼만 한다면 세계 문화산업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 국가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다.

 

이밖에 문장을 짧게 쓰자, 단어(구절) 중복을 피하자, 겹말을 피하자 등이었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 낙엽이 지는
전기가 누전되다 → 누전되다
돈을 송금하다 → 돈을 보내다, 송금하다, 돈을 부치다
머리를 삭발하다 → 삭발하다
남은 여분 → 여분
앙금이 쌓이다 → 앙금이 생기다
하얀 백발 → 백발
간단히 요약하면 → 요약하면

또한 중요한 것, 바로 피동형(수동태) 문장을 지양하자는 내용입니다. 특히 피동형 문장은 문장에 힘이 실려있지 않아 읽을 때 메시지 전달이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원문) 모여진 성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유용하게 쓰여질 것으로 생각되어 진다.

수정) 모은 성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에 의해 초래된 생태계의 인위적 변화

인간이 초래한 생태계의 인위적 변화
(영어식 관용구 be동사+과거분사+by~ 를 그대로 직역한 예)

 

이어, 적확하고 정확한 단어쓰기

 

자기계발(O) / 자기개발(X)
계발(인간 내부의 능력과 자질 이깨움) / 개발(천연자원 개척)

 

곤욕스럽다(X) / 곤혹스럽다(O)
곤욕(심한모욕) / 곤혹(어찌할 바를 모르다)

 

운명을 달리하다(X) / 유명을 달리하다(O)
운명(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 / 유명(어둠과 밝음-이승과 저승)

 

~든지, ~던지
~든지(선택): 밥을 먹든지 말든지
~던지(과거): 그때는얼마나 좋았던지

 

~써, ~서
~서(자격, 신분): 네가 과대표로서 어떻게 그럴수가~
~써(수단, 도구): 네가 그 만년필로써 멋진 글을 쓴다면

 

다르다 / 틀리다
예) 난 네 생각과 틀려
다르다(서로 갖지 않다) / 틀리다(그릇되거나 잘못되다)

 

번역투 ‘~를 갖다’의 남용
예)즐거운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 회의를 갖다 / 집회를 갖다
영문법 ‘have+명사’의 번역투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회의를 개최했다 / 집회를 열었다

 

너를 만나 너무(정말) 좋았다 ( X )
오늘 밤에는 비가 올 가능성이 높은(큰) 편이다 ( X )
웬지(왠지) 오늘 이 강의가 빨리 끝날 것 같아 ( X )
어떻해(어떡해). 구해줘 빨리 ( X )
조그만 것이 벌써부터 담배를 피면(피우면) 되니? ( X )
빨리 먹으면 안 된다( O )/않 된다
용기를 잃지 안되/않되( O )

 

제가 나름 뿌듯했던 점은,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학생들이 한 시간 강의 끝난 후 좀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부분에서 갈수록 집중력을 발휘하며 질문에 대답도 잘 하고(비록 틀리더라도 과감하게 지름), 거기다가 정답을 맞추기도 했던 부분입니다. 무심코 자신이 썼던 단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게 돼 보람이 컸죠.

 

이후에도 아침에 부랴부랴 추가한 '헤드라인 뽑기'(이 부분은 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방식은 신문 잡지 매체와 똑 같습니다. 나아가 데이비드 오길비가 광고인에게 말했던 올바른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기자들의 기사쓰기와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고객의 시선을 잡아야 하거나, 독자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같은 숙명의 직업군이었던 셈입니다.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써라

 단어, 문장, 문단은 짧아야 한다

 전문용어는 쓰지 마라. 허세의 증거일 뿐이다

 어떤 주제든 2페이지를 넘기지 마라

 인용문은 꼼꼼히 살펴라

 만일 중요한 문서라면 동료에게 부탁해 고쳐달라고 하라에서는

 

이런 작업이 모두 끝난 다음에 글의 입체감과 형상화 등을 마지막으로 강의하고 두 시간을 마쳤습니다. 물론 제 강의가 많이 부족하고 더 보완해야 할 점은 많습니다. 다만, 그 누구의 강의를 듣던, 공부를 하든 결국 완성도는 내가 이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 다시 책장에 꽂아뒀던 맞춤법 책을 꺼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