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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Storytelling

비극을 담은 야누스의 얼굴, 아이거 북벽_영화 <노스 페이스>

 

 

알프스 아이거 북벽

 

영화를 한편 봤다.

아이거 북벽. 알프스 3대 빙벽 중 하나다. 원제는 '내사랑 아이거(Nordwand)'.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아울러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아이거 북벽은 알프스 등반 역사상 가장 사망자가 많은 곳이다. 영화 중 한 대사를 보면 알프스에서 소일거리하는 사람들이 등반을 위해 속속 도착하는 이를 보며 "기차를 타고 왔다가 관을 타고 가겠군."하며 혀를 찬다. 아이거 북벽이 대략 어느 곳인지 짐작을 하게 하는 장면이다.

 

 

 

평소 늘 함게 등반하는 오랜 친구 사이인 토니 쿠르츠(왼쪽 파란 옷)와 앤디 히토이서.

 

영화는 1936년 독일을 배경으로, 당시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아이거 북벽 정복을 위해 도전하라는 이벤트를 연다. 거기에 영화의 주연인 토니(벤노 퓨어만 분)과 앤디(플로리안 루카스)에 참여한다. 이들도 처음엔 아이거 북벽 등반을 위험한 일이라며 거절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성공을 위해 등반을 결심한다.

 

영화의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영화에서 장면 하나하나가 뇌리에 깊이 박힌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알프스지만 가까이서 보면 무서움과 두려움의 존재. 마치 '인간은 왜 나를 가만히 두질 못 하는가?'하는 소리가 산울림으로 들리는 듯 하다. 찰리 채플린의 말도 또 오버랩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주인공 두 명은 독일 대표로, 함께 등반하게 된 일행은 오스트리아 대표로 함께 등반하던 중 사고로 오스트리아 대표 한 명이 더 이상 등반이 힘들게 되지만, 끝끝내 정상을 오르겠다며 버틴다. 결국 이 일은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더 이상 등반을 포기한 채 하산을 결심하지만 이도 쉽지 않다. 길어지는 비박, 눈보라, 눈사태, 추위, 배고픔 등으로 하나 둘씩 지쳐가고, 모두는 혼란에 빠진다.

 

 

 

자신의 칼로 직접 로프를 끊는 앤디. 이를 보고 토니는 오열을 하지만 이미 앤디는 저 밑의 하얀 흙 속으로 빨려들어간 후다.

 

결국 죽음에 몰린 앤디는, 이미 오스트리아 대표의 죽음을 확인한 후 토니에게 "너라도 집에 가라."며 스스로 밧줄을 끊는다. 이 장면에서 이노우에 야스시의 <빙벽>이 떠오른다. 그 책에서도 주인공의 친구가 자일이 끊어지면서 사고를 만나게 된다.

 

 

 

 

처음엔 취재 차 알프스에 왔지만, 자신의 오랜 친구 토니와 앤디가 위험한 것을 안 후 취재를 포기하고 직접 그들을 구하러 아이거 북벽으로 향한 루이제. 어렸을 적부터 토니를 짝사랑했던 루이제는 마지막 토니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줄거리와 결론의 의미를 떠나, 친구의 죽음을 직접 두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한 사람. 어떤 심정일까. 왜 인간은 자신을 혹독한 모험의 길로 내모는가. 죽음의 갈림길에서 과연 무엇을 느끼는가. 어떤 의미를 두는가.

 

 

직접 토니에게 다가가는 루이제.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 말이다.

 

 

 

 

영화는 독일의 군국주의를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꼬집지만, 그 안에는 진한 휴머니즘과 사나이 우정, 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한 여자가 있어 보는 내내 가슴과 머리를 이성과 감성으로 젖어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