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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감옥_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유리감옥

저자
니콜라스 카 지음
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 | 2014-09-1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 세계적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 4년 만의 신작!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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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는 인간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분명 그 반대급부도 존재한다. 편리함에 몸이 젖은 나머지 수동적으로 변해가는 인간, 손과 도구를 사용하는 지능을 잃어버리고 관찰자로 변해가는 인간. 그건 일상의 풍요로움이 아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행복과 땀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과정이다. 자동화는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빠르게, 아무 소리 없이 앗아간다.

 

생각해보자. 구글이 어느새 알아서 움직이는 자동차를 개발에 성공했다. 곧 미국정부의 허가를 받아 시운전에도 돌입한다. 정식으로 운행을 허가받는 것이다. 그러면 운전사는 운전사가 아니라 승객으로 남는다. 항공우주선도 마찬가지다. 자동화에 손을 맡기고 조종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비상직원이다. 의사는 의사로서 환자의 용태를 점검하는 것이 아닌, 컴퓨터 화면에 의지한채 컴퓨터가 출력해주는 진단명에 따라 진단할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 과정속에서 인간으로서의 감각과 본질, 기술 등을 빠르게 잃어간다. 사회심리학자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과 만족은 실제로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직접할 때 나타난다고 한다. 인간은 그 마저도 자동화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반복된 일상이 주는 안정감과 패턴에 몸이 시간을 잃어버리고 감각에도 무뎌진다. 땀 흘린 노동과 목표를 이뤄가는 희열과 훈련과 연습이 주는 즐거움, 노력한 결과과 주는 보람과 몸을 열심히 움직였을 때의 만족감을 잃어간다.

 

어려서부터 킨들과 아이패드로 공부한 아이들은 손으로 글씨를 쓸 필요가 없어서 악필이 되어가고, 정갈한 손글씨가 주는 유머러스한 설렘도 느끼지 못한다. 하루 종일 GPS에 의존해 길을 잃지 않지만 길을 기억하지도 못 한다. 길을 잃어본 자만이 머릿속에서 지도를 얻을 수 있다. 지도는 우리에게 특정장소에 대한 개괄적인 상상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현재의 위치를 이해한 뒤 다음 목적지까지 최상의 경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길을 시각화한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은 안내 메시지에 따라 핸들을 조정하면 그 뿐이다. 자동화에 종속돼 버리는 것이다. 내비로 찾은 길은 두 번째도 찾아가지 못 한다. 한 마디로 주변을 잘 보지 못하는 일명 '부주의 맹시'에 빠져드는 셈이다.

 

사람이 가진 기술과 숙련도는 쓰지 않으면 퇴화돼 버린다. 그 숙련도는 자동화가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 중 하나다. 그 숙련도는 절차적 지식, 즉 암묵지라고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부른다. 한 마디로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돼 있어서 일부러 생각하지 않고도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기계, 즉 자동화는 선언적 지식, 즉 형식지에 의존한다. 실제로 문서나 매뉴얼처럼 외부로 표출돼 있어서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을 말한다. 그래서 소위 이 시대의 장인이 대우를 받는 것 아닐까.

 

내 자동차에 승객이 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자동화에 의지한 나머지 그에 따른 만약의 사고에 대처하지 못한채 그대로 현실을 잃어가는 것도 서글픈 일이다. 니콜라스 카는 이 책을 통해 이 점을 강조한다.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들어주는 것은 일(수단)이다. 자동화는 수단과 목적을 분리한다. 자동화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해주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스스로 스크린(자동화)에 피조물로 전락해버릴 때 우리는 슈쉬왑 부족처럼 존재론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통해 기술은 항상 사람들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자동화, 그건 편안함이 아니다. 스스로 인간의 본질을 자동화에 양보했을 때 우리는 우리의 본질과 자유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내 자동차에 내가 승객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읽은 독자 중 분명 누구는 자동화에 대한 끔찍함과 무서움을 느끼게 될 것이고, 누구는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선택은 누구나 자유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난 분명 '전자(前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