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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_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저자
마이클 샌델 지음
출판사
와이즈베리 | 2012-04-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전 세계가 기다려온 샌델식 토론의 결정판하버드대학교 최신 인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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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다. "돈이면 다냐?" 이 말 뜻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는 단지 돈 몇 푼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살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돈이면 모두 이룰 수 있다는 망상, 시장경제가 세상의 축이 된다는 어불성설이야 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경계해야 할 것들이 아닐까.

 

그냥 이 말은 웃고자 하는 말인데, 얼마 전 중국 온라인쇼핑 사이트 마원 회장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한 매체에 따르면 마윈 회장은 "35세까지 당신이 가난하다면, 그건 당신 탓이다"이라고 했던 말이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한 네티즌은 기사의 댓글에서 "35세 이후에도 돈이 제일인 줄 아는 당신은 인생을 헛산 것"이라고 달기도 했다. 돈에 대한 기준을 삶의 척도에 들이댄 것은 그의 실수이기도 하지만, 본질을 살짝 비켜가자면 마윈 회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아니, 기사의 인용을 국내 매체가 잘못했던 것이다.(출처)

 

소위 '35세 가난 자기책임론'은 원문에 없었던 내용이며, 오히려  "당신이 30세~40세가 될 때까지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다면 아무도 당신을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当你30岁40岁还没有什么成就的时候,没有人会可怜你")라고 나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마디로 중국어 원문에 적혀있던'30~40세가 될 때까지'라는 내용이 영어번역문에서 ‘35세’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 기사가 포털 뉴스로 링크돼 소개됐고 중앙일보는 인터넷 경제면에서 통째로 배껴 소개한 것이다. 국내 언론의 무지를 한 꺼번에 들어낸 사례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은 근본적으로,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과연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현재에도 일어나는 이 시장경제가 과연 옳은 것인가를 묻는다. 즉,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돈으로 사려 해서는 안 되는 것들' '돈으로 사게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되묻는다는 김선욱 숭실대 교수의 말이 와닿는다.

 

생각해 보자. 성, 대학입학 자격, 노벨상, 탄소배출권 등을 사고 팔 수 있는 재화인가? 그것드을 돈으로 사고 팔게 되면 어떻게 될까. 멸종위기에 놓은 검은코뿔고 사냥할 권리, 인도인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 미국 이민권리, 아이들에게 돈을 주어 책을 읽게 해는 행위는 과연 옳은 것일까. 암표는?

 

한 가지 눈길이 갔던 사례 중 하나. 어느 유치원에서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학부모에게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그 전까지는 늦게 아이를 찾으러 오는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기도 하고, 서둘러 데려가려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 제도를 시행하자마자 늦게 아이를 데려가는 비율이 더 높았다는 사실. 그 과태료를 일종의 비용으로 생각하고 아예 권리로써 여긴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도 그렇다. 배출량을 비용으로 환산해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일까. 돈 많은 국가는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해도 된다는 명분이 서는 것일까.

 

또 스위스의 한 지방에 시민들이 자신들의 동네에 핵 패기물 매립을 주민투표를 통해 통과시킨바 있었다. 이는 물질적인 바람이 아닌, 시민으로서 자신들이 사는 곳이 최적의 매립지인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국가에서 그곳 주민들에게 매년 얼마 씩 보상계획을 밝히자, 오히려 반감을 사고 지지율이 떨어지더란다. 이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 걸까.

 

또 하나의 놀라운 사례는, 사망담보 선물거래 산업(청소부 보험)과 말기환금 산업. 한 마디로 보험회사와 기업이 가난하거나 시한부 삶을 사는 이들의 보험증권을 사들인 후 그들이 사후, 보험료를 챙기는 산업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래리 킹'이 바로 이 산업에 손을 댔다는 것. 돈 밖에 모르는 인간. 늙어도 욕심은 가시지 않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추해 보였다. 이 산업은 참으로 무시무시하고 소름끼치게 하는 사례다.  

 

샌델은 아리스트텔레스의 말을 인용하며 "덕성은 우리가 실천함으로써 증진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당하게 행동함으로써 정당해지고, 절제함으로써 절제하는 사람이 되고, 용감하게 행동함으로써 용감해진다"고 했다. 또 "이타주의, 관용, 결속, 시민정신은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이밖에도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아니 한 번도 물음표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사례에 대해 한 번쯤 돌이켜보게 한다. 이 책의 사례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