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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침의 해우소

[No.8] '2+7=( )'과 '( )+( )=9'의 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0년부터 3년마다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분야의 국제 학업성취도비교평가(PISA)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를 보면 북유럽에 있는 인구 520만 명의 작은 국가 핀란드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당연히(?) 최상위권이다. 2000년에는 읽기 2위, 2003년에는 수학 3위, 2006년에는 읽기 1위, 수학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학습시간을 따져보면 우리나라가 최하위권이다. 한 마디로 비효율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점수를 따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가장 길었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학생들은 같은 점수를 얻기 위해 책상머리에 더 오래 앉아있었다는 것이다.

 

1주일 기간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학생이 핀란드 학생보다 무려 31시간 51분, 거의 하루 하고도 8시간을 더 공부에 매진했다. 그렇게 우리나라 학생은 사교육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셈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을 들자면, 핀란드 학생들이 학습흥미와 동기가 모두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41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왜 이런 것일까. 같은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 핀란드 학생보다 2배 이상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고도 그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학습흥미와 동기가 약하기 때문이다. 입시위주의 주입식공부에 점철되고, 하루 종일 공부만 생각하다 새벽을 맞이한다. 학교에선 자고 학원에선 공부한다. 오늘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 이런 옥외광고가 눈에 띄었다.

 

 

 

이과의 50%, 문과의 30%는 시험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 엄선된 좋은 문제 위주로 공부하란다. 바꿔말하면, 이과의 50%, 문과의 70%만 보면 끝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입시전쟁을 치르고 스펙에 목을 매며 취업전쟁을 치르고 결혼하면 승진이 눈 앞을 가린다. 이런 광고문구를 볼 때마다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전체적인 교육 틀을 뒤흔들 생각이 없지만, 가장 먼저 교육방식의 차이를 보자. 덧셈을 가르친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2+7=(     )' 혹은 '2+(     )=9'라는 정형화된 문제가 많다. 그러나 핀란드의 경우 '(     )+(     )=9'와 같은 문제가 주를 이룬다. 답이 '1과 8', '2와 7', '3과 6' 등으로 다양하다. 문제의 답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일 수 있다는 생각의 차이를 어렸을 때부터 심어준다. (맨 상단 메인사진 참조)

 

또 하나, 우리나라 학생은 수업시간에 거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 한 반에 20여 명에 불과한 핀란드 학생들은 교사와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위주로 학습을 진행한다. 이런 차이가 추후 다양성을 존중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는 핀란드 교육의 특징인 셈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부는 외적보상을 의한 면이 크다. "이번 시험에 90점 넘으면 게임기 사줄게" "옆집 순돌이는 이번에 반에서 1등 했다더라. 넌 뭐니" "앞집 영철이가 OO학원 다닌 후로 성적이 오른대. 너도 거기 다녀라"하는 식으로는 아이에게 공부하는 기쁨과 끈기, 집중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기대감은 있지만, 기대치는 밝히지 않는 교육, 질문의 일상화와 토론을 통한 다양한 지식과 호기심 충족은 내적동기를 불러오게 된다. 스스로 학습법, 먼데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싶다. 자신의 개성과 능력에 맞는 구체적인 목표와 공부하는 이유(공부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 중 하나일 뿐)를 중요시하는 첫 걸음이 필요할 때다.

 

*본 글은 고재학 님의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에서 일부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