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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침의 해우소

[No.10] 질문 하나의 중요성

 

 

질문의 중요성은 인터뷰나 교육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가령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치료를 요하는 이들에게도 질문 하나는 환자로 하여금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또 하나의 극복하는 힘을 주기도 한다.

 

정신과치료 중에 전략적 가족치료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 치료법은 1940년대에 캘리포니아의 팰러 엘토에서 개발됐다. 이 치료법을 개발한 사람은 그레고리 베이트슨과 <불행지침서>를 쓴 폴 바츨라빅이다.

 

바츨라빅은 전략적 가족치료 관점에 따라 우울증을 환자의 관점에서, 가족의 관점에서, 치료사의 관점에서, 그리고 여타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는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에 따라 우울증 환자는 다른 변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그는 문득 질병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싶었고, 그 질병을 문제로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원천적인 힘을 찾아내기로 했다. 폴 바츨라빅은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에 다다랐다. 그 물음은 결국 '관점의 전환과 예상을 뒤집는 접근방식'이었다.

 

만약 우울증이 있는 이에게 "당신은 왜 우울한가요?"하고 묻는다면, 환자에게 이 질문은 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이런 질문은 수 없이 받아왔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뇌를 또 한 번 설명해야 한다면 그건 더욱 스스로에게 우울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 없다.

 

전략적 가족치료에 입각해 폴은 아예 다른 질문을 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우울증을 견뎌냈습니까?"

 

이러한 질문을 받은 환자는 앞의 물음을 받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이러한 예상을 뒤집는 물음에 환자는 우울함 속에서도 자신을 여전히 굳건히 지탱해주는 힘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우울증을 극복하는 힘을 자각하게 될 것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서로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알코올중독 치료에도 이와 같은 질문을 적용할 수 있다. "왜 또 술을 마셨죠?"하는 것보다 "그동안 어떻게 술을 참으셨어요?"하고 묻는다면 질문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해 환자는 보다 해결적인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현실을 이겨내는 힘을 주는 이 질문이 바로 기적의 질문의 힘이다. 질문의 전환과 더불어 명확하고 구체적인 묘사는 목표를 현실적으로 만들어준다. 이 때문에 앞선 질문의 창의적인 발상의 매력을 꼽자면 단연 '환자 자신이 치료 목표와 방법을 묘사할 수 있는 힘'에 있는 것이다.

 

*본 글은 21세기북스가 펴낸 <위험한 정신의 지도>를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