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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짜증나는가?_저 팰카, 플로라 리히트만 저


우리는 왜 짜증나는가

저자
조 팰카, 플로라 리히트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5-02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지하철에서의 휴대전화 통화는 왜 신경쓰이는가? 손톱으로 칠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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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크게 스크랩하거나 이론적인 내용이 없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사실 이 책은 예전에 한 번 읽다가 중도 멈춰버렸다. 그러다 새로 산 책이 없어서 다시 집어 들었던 책. 그것도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를 읽은 후 다시 펼쳤다.

 

각 챕터가 시작할 때마다, 현장감을 담은 기승전결 스토리의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군더더기가 좀 많은 편이다. 그걸 걷어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 가령 어느 현상에 대해 저자가 조명하고자 몇 몇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하는데, 전문가 소개부터 시시콜콜한 대화가 많아 다소 "내용 때우기?"라는 오해도 불러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내용 만큼은 읽다가 '어? 내가 이 부분에서 짜증이 났었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군'하고 위로(?)도 받고, 이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해석한다. 또 그 의견도 비단 한 사람의 의견 뿐 아니라 복수의 전문가 견해를 참고하기 때문에 각자에 맞는 해석은 독자에게 맡긴다. 그 만큼 저자는 철저하게 객관적이라는 선을 넘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소방차나 순찰차의 사이렌이 사람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철저히 조작된 소리라는 것, 사람이 매운고추를 또 찾고 찾는 것은 '감성의 역전', 즉 긍정적인 마조히즘 현상으로 본질적으로 인류는 부정적인 경험(슬픈 영화가 슬픔에도 또 찾는 것, 공포 체험도 마찬가지)을 추구하는 종이라는 것, 조용할 때 누군가 관절꺽는 소리가 불쾌한 이유는 소리를 내는 사람의 의도에 따른 '인지중첩' 현상이라는 것, 배우자들이 그토롱 서로에 짜증나기 쉬운 이유는 소위 '사회적 알레르기원' 때문이란다. 사회적 알레르기원은 처음엔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않지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감정적 폭발을 일으키는 사소한 행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상대를 앞에 두고 갑자기 전화 통화를 오래 붙들고 있는 것 등이다.

 

감성의 역전 부분이 특히 재미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후반부에 더 자세히 설명하는데, 관계 초기에 상대의 매력적인 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점 때문에 짜증이 나는 현상도 일컫는다고. 말하자면 이런 현상이다.

 

-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은 나중에 수동적이고 남 앞에서 제 목소리를 못 내는 경향으로 비칠 수 있다.

- 의지가 강하고 자신의 목표가 분명한 사람은 고집이 세고, 비합리적으로 비칠 수 있다.

- 활발하고 수다스러워 모임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도, 한시도 입을 다물 줄 모르는 떠드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 남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보살피는 사람은 좀처럼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끝없는 관심을 필요로 하는 배우자가 될 수 있다.

- 위험을 적극적으로 무릎쓰는 사람은 무책임한 부모가 될 수 있다

- 느긋한 사람은 게으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 성공한 사람은 일중독자가 될 수 있다.

 

동서양의 관점에 대한 비교도 눈길을 끝다. 예를 들어 히어로 인형을 하나를 앞에 나오게 하고 나머지를 뒷줄에 세우면, 미국 사람은 앞쪽 하나에만 시선을 고정시킨다면, 동양권 사람은 뒷쪽 인형에도 시선을 나누며 전체적인 시각에서 상황을 판단한다고. 한 마디로 동양권은 남과 함께 주변의 관계적인 울타리를 중요시 한다면, 미국 등 서양권은 개인적인 문화권에 더욱 익숙한 경향을 나타낸다.

 

지식의 받아들임 현상도 동서양 간의 차이가 있다. 동양, 즉 중국인은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지혜를 그대로 받아드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서양은 전통적으로 작가들에게 '기존 개념과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수정하고 거부하도록 촉구'한다.

 

이밖에도 재미있는 얘기가 많다. 사회학처럼 느껴지는 데는 이러한 흥미로운 사례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무이다. 한 번쯤 읽어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