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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즐기기_닐 포스트만 저

 


죽도록 즐기기

저자
닐 포스트먼 지음
출판사
굿인포메이션 | 2009-07-3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20세기에 출간된 책 중 21세기에 대해 최초로 언급한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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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당시 쓰여진 책이 21세기에도 이렇게 잘 들어맞을 수 있을까.


이 책은 1985년에 출간된 터라 당대와 현대의 시대 상황적 간극은 조금 있지만 그때나 지금 역시 근본적인 활자매체와 이미지 중심 매체와 차이는 전혀 변함이 없다. 또한 책 서문이 주는 메시지도 상당한 영향을 주는데, 가령 저자인 닐 포스트만은 <1984>를 쓴 조지 오웰과 <멋진 신세계>를 쓴 올더스 헉슬리가 예견하는 미래상을 비교했다. 


아마 눈치 빠른 이는 알아챘겠지만, 오웰과 헉슬리 두 사람은 동일한 미래상을 예언하지 않았다. 오웰이 외부의 압제에 지배당할 것을 경고했다면, 헉슬리의 미래상은 인간에게서 자율성과 분별력, 역사를 박탈당할 빅브라더는 필요 없고 대신 사람들은 스스로 압제를 환영하고 자신들의 사고력을 무력화하는 테크놀로지를 떠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오웰은 누군가 서적을 금지시킬까 두려워했지만, 헉슬리는 굳이 서적을 금지시킬만한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했다. 오웰은 정보통제 상황을 두려워했지만, 헉슬리는 지나친 정보 과잉으로 인해 우리가 수동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전락할까 두려워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견해는 분명하게 갈렸다. 

 

결국 저자인 닐 포스트만은 헉슬리의 경고가 맞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활자문화에서 미디어 시대로 전환되며 벌어지고, 달라지고, 변화하는 일상을 사례와 함께 다양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오웰은 당신 책을 썼던 시대 상황이 공산주의의 압제에 의한 탄압이 있었던 시기기에 충분히 그런 예견도 가능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 책은 헉슬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분석한다. 


책에서는 당시 시대 정황상 활자시대(신문과 책)의 쇠퇴와 함께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인해 이미지와 쇼 비즈니스 중심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텔레비전에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와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는 현대 역시도 그의 짐작대로 돌아가고 있다.


내 소감은 이렇다. 정치인이든 책을 쓰는 저자든, 선생님이든 교수든 이제 1인 미디어 시대로 접어들었고, 거기서는 실력과 허상이 모두 얽키고설키면서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된다. 물론 하나의 종교처럼 그들을 맹신하고 따르는 이들도 생길 것이고(특정 유명인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를 봐도 그렇다), 결국 이 허상의 진실 유무는 독자, 즉 각자의 눈에 달렸다. 그 진실을 가리는 눈을 키우는 것은 독자가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외치고 싶다. 왜 독자들은 '소비'만 하는가. 생산의 주체로 나설 수 없는 것일까. 


한편, 책은 부제로 '성찰 없는 미디어 세대를 위한 기념비적 역작'이라고 뽑았지만 나는 정작 다른 곳에서 의미를 찾았다. 성찰 없는 미디어 세대에 대한 질타라기 보다 '아날로그와 인쇄매체가 주는, 잃지 말고,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랄까. 부정적인 메시지보다, 긍정적인 메시지로 한번 뽑아본다. 


책을 보면 담고 싶은 내용이 많다. 거기서 추가 집필을 위한 여러 사례도 담아냈다. 기록된 글의 힘이라든지, 속담과 격언을 통한 원시인의 재판 풍경, 박사의 구두시험(중요성), 기록물의 필요성, 소크라테스가 수사법에 약해 사형 판결을 받았던 일(당시 수사법은 그리스 궤변가들의 주요 발언 수단이었다. 수사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청중의 지적 취미를 농락하는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는), 책을 재산 목록에 포함했던 당시 미국의 독서상, 링컨과 더글러스의 시간을 넘나드는 토론 기법,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재치 있는 답변, 거슬리는 책을 처리하는 권한을 지녔던 영국의 성법원 등.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처럼 오웰과 헉슬리의 비교에 의한 서문도 읽을꺼리지만, 미디어가 주는 메타포에 대해 궁금한 이라면 추천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읽은 후의 배움보다, 반성을 하게 하는 죽비소리로써의 메시지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