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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디자인하라

[인터뷰를 디자인하라] 뻔한 답을 낳지 않는 질문법

인터뷰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리석은 질문을 줄이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당장 예전에 내가 구성한 질문지를 살펴보자. 어떤가? 만족하는가? 브래들리대학의 알렌 후프컷 교수(직무면접을 20년 가까이 연구한 전문가)가 공개한 질문 리스트를 보자. 이 질문을 보면 전체 리스트에서 후프컷 교수가 합격점을 준 질문은 단 하나뿐이었다. 어떤 질문이었을까.

 

1. 우리 회사가 왜 당신을 채용해야 합니까?

2. 지금부터 5년 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3. 당신의 가장 큰 강점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4.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표현하겠습니까?

5. 대학 때 가장 좋아한 과목싫어한 과목은 무엇이었습니까?

6. 우리 회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7.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기로 했습니까?

8. 전 직장을 그만 둔 이유는 무엇입니까?

9. 지금부터 5년 뒤 얻고 싶은 게 무엇입니까?

10. 인생에서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무엇입니까?

후프컷 교수는 위 사항 중 1, 3, 4번 문항은 어느 정도 통찰이 담겨 있으면서 자기평가를 유도하는 질문으로서 지원자의 진면목을 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전제했다. 특히 3번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걸 물어서 실제로 얻는 것이 무엇이냐? 진짜 약점을 털어놓는 이가 있나?

 

아마 대부분 이런 질문에는 미리 딱 들어맞는 답변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나머지 1번과 4번 역시도 통상적인 질문에는 통상적인 답변만 돌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마디로 직무분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질문인 셈이다.

 

과거를 회상하는 질문이나 사건을 재구성하는 질문도 으레 기교 있는 답변이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역시도 실제 직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했다. 나머지 질문들도 그럴 듯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매뉴얼에 입각한 답변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후프컷 교수가 한 가지 질문을 주목했다. 바로 6번 문항이었다. ‘우리 회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 속에는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지원자의 자세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0개의 질문 중 9개의 질문에서 지원자의 연기를 유도할 뿐이라고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상대의 의중을 간파하고 진면목을 취재하고 싶다면, 6번 문항과 같은 종류의 질문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위 사례는 오리 브래프먼과 룸 브래프먼이 쓴 스웨이(sway)라는 책에서 언급된 부분이다. 인터뷰어는 바로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제한된 시간에 사람을 만나 최대한 많은, 필요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6번과 같이 상대의 연기력을 유도하지 않는, 상대에게 핵심에 맞는 질문을 던져 필요한 정보를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