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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에디터 클리닉] 회사에만 충성하지 마라?

회사에만 충성하지 마라?

입사 순간부터 FA를 내다봐야 해

 

 

 

 

어느 주말 오후. 한 후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다음 주에 잠깐 만나고 싶다는 얘기였다. 바로 약속을 잡았고, 그 후배를 만나 회사 근처 작은 식당에서 얘기를 나눴다.

 

분명 무슨 고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그래도 밥은 편하게 먹게 하고 싶어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이것저것 물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빠르게 본론으로 접어들었다. 후배도, 나도 채 몇 숟가락 뜨지 않았다.

 

실은 요즘 고민이 있어서 이렇게 뵙자고 했어요.”

. 어떤 일인데요?”

 

이렇게 시작된 후배와의 얘기. 밥도 식어가고, 그 한 시간이 넘는 동안 우리 두 사람의 밥은 반 이상이 남았던 터였다. 그래도 후배의 고민을 더 덜어내고 싶었고, 나도 순간 옛 생각이 앞서서 최대한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싶었다.

 

경력 3년차. 한 직장에서 취재는 물론 기사 작성, 사진 촬영, 방송 대본 작성, 페이스북 공유, 해외 출장 등 한 명이 집중적으로 처리하기에는 포지션에 비해 업무량이 방대했다. 게다가 데스크도 없어 자신의 글이 어떤지 판단하기 무리가 있었다. 회사 대표가 일일이 하나하나 취재처 섭외부터 기사 방향까지 개입하는 통에 영 자신의 기획에 집중할 수 없더란다.

 

앞서 데스크가 없으니 자신의 의견이나 방향, 입장을 대변할 선배도 없던 터였다. 늦게까지 남아 원고를 쓰면 성실한 사람’, 제 시간이 퇴근하면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으로 평가됐다. 근처에서 미팅을 하다가도 불쑥 사무실로 들어와 누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네가 열정이 있으면 휴일에도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투는 그마저도 하려고 하는 의지를 꺾어놓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후배의 페이스북을 보니, 주말에도 일하느라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니었다. 몸은 집에 있어도 머리는 온통 회사일로 가득했다. 이런 사례가 많지 않아 더 놀랐던 터였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월급날만 되면 대표님이 방으로 부르세요. ‘내가 너희 월급 주려고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스타트업들 봐라. 밤낮 영업도 하고 저렇게 하루 종일 일한다. 배워라. 난 딱 요 만큼만 하고 안되면 접을 거다고 말씀하세요. 차라리 일이 힘들면 제가 열심히 하면 되니 괜찮은데, 자꾸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말씀을 하시니 제가 여기서 비굴하게 더 있어야 하나 생각해요.”

 

맞다. 돈도 돈이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다. 회사도 자원봉사자가 아니고, 기자들도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난 정규직이든 아니든 모두 1인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정규직도 요즘 시대 좋아할 필요는 없다. 언제든 회사가 권고사직을 제안하면 짤리게 되어 있다. 영원할 듯했던 저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구조조정 순간을 보라. 세상에 꽉꽉 억지로 끼워넣는 듯한 자영업자의 세상을 보라. 치킨칩과 커피숍을 보라.

 

난 그 후배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지금 몸값이 가장 높을 때입니다. 경력 3~5년차라면 좋은 곳에 갈아타면서 연봉도 올리고, 포트폴리오 관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 바닥은 한 번 마이너에 빠지면 웬만하면 메이저로 올라가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첫 배를 잘 타야 합니다. 첫 직장에서 3년차면 성실하게 잘 보냈습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업데이트하시고, 점프할 준비를 하세요. 기회도 준비된 사람에게 옵니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인정받아 데스크가 되면 보는 눈과 다른 기회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이젠 생각을 바꿔보자. 타협이 아니라 협상을 해야 한다. 아니 타협도 능글맞게 적당히 하고, 무기를 그때그때 장착해 협상 카드를 만들라고 하고 싶다.

 

협상은 사전적 의미처럼 서로 공정한 의사소통을 통해 거래와 타협을 하고 상호 수용할 수 있는 결정에 도달하도록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서로 힘이 대등할 때나 성립하는 공식이다. 미국이 우리나라와 협상하는 것 봤나? 한미FTA든 뭐든 무늬만 협상이지 일방적인 통보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후배의 경우를 비춰보면 같은 모 기업 안에서 잡지 경력도, 단행본 진행 경험도, 방송 대본 작성과 해외 출장 경험이 있다. 특히 본인이 기획한 단행본은 금세 13,000부가 완판되는 경험과 방송 대본 작성은 나조차도 부러울 정도였다.

 

먼저 이런 경험을 살려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업데이트를 권했다. 좋은 기업은 채용공고를 자주 올리지도 않을뿐더러, 모집하는 기간도 짧다. 수시로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절대 회사 일에 불성실하거나 감정싸움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내 경험이다. 선배들 경험도 봐왔다. 좋은 게 없다. 좋은 곳으로 옮기면 해결될 일이기 때문이다. 또 솔직히 사람 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회사 일에만 집중하지 말자. 쉽지 않겠지만, 회사를 벗어나면 과감히 회사 일을 잊고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출판 경험이 있다면 추후 출판사업자나 작가, 강연 등 다른 기회도 찾아보고, 강연에 관심이 있다면 강연자들 커리큘럼과 강연 내용을 보고 스크랩하자.

 

또 책도 한 권 쓰자. 자신의 업력에 도움이 되는 분야가 좋다. 강연과 이어갈 수 있는 컨셉트면 더 훌륭하다.

 

물론 현재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성실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일에 집중하지 말고 자신의 경력에 도움될 수 있는 일도 함께 찾으라는 의미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면 분명 후회한다. 회사에 성실해야 하는 건 진리다. 다만, 회사만 바라보거나, 나를 담보로 충성하지는 말자. 회사는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또 보호받을 생각도 하지 말자. 회사도 나도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내 능력만큼 일하고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그것이 협상이다. 제너럴 리스트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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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4>

이 포스팅을 제 브런치에도 소개했는데

조회수가 늘어서 보니, 카카오 '톡채널's pick'에 소개됐네요.
대제가 자극적이었나요. 카카오팀에서 부제를 메인으로 뺐어요. ^^

 

처음엔 미디어 산업에 걸처 소개한 부분이 있어 다소 다른 직종과 거리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종이 어느 정도 연차가 되거나, 그 과정에서 오는 정체성과 직업의 혼란은 누구나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친구들을 봐도 늘 고민이 떠나질 않거든요.

 

물론 저 역시도 정답이 아니고, 또 헤처나가야 할 부분이 많기에 누구에게 조언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내 입장과 처지를 공유하고, 답답한 마음 서로 나누다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16. 2. 26>

그제 카카오채널에 이어

오늘은 다음 메인 라이프 코너에서 인사드리게 됐네요.

'입사순간부터 FA를 내다봐야 해' -> '입사 순간부터 FA를 내다보라고?'로 바뀌었네요. ^^

멋진 직장인을 꿈꾸며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