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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Storytelling

사운드도 브랜드…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소리 만들어 볼 것”

얼핏 보면 소리만으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하나의 리얼타임에 대한 반응만 살려준다면 그건 충분히 가능하다. 카트라이더 주제곡을 떠올려 보자. 이미지가 같이 매치된다면? 100%다. 배우 문소리도 울고 갈 정도로 소리에 민감한 남자, 박정근 사운드 디자이너를 만났다.

 

사운드도 브랜드…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소리 만들어 볼 것”

박정근 넥슨 사운드 디자이너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로 유명한 넥슨에서 사운드 다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박정근씨. ‘카트라이더’ 후속작인 ‘에어라이더’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다. 귀엽고 앙증맞은 엔진소리와 아이템 획득할 때 귀를 묘하게 자극하는 소리, 현실에서는 들을 수 없는 추격모드 등이 그가 작업하고 있는 한 부분.

 

인터뷰 당일 어렵사리 시간을 낸 듯 그는 “얼마 후 있을 두 번째 CBT에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네티즌에게 좀 더 재미있고 기발한 소리, 눈과 귀로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장시간 회의는 물론, 관련 기사나 댓글까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라이더는 올 8월 전후로 출시 예정에 있다. 에이라이더는 지난달 초 진행한 첫 CBT에 하루 평균 1만 명이 넘는 접속자수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테스터 모집 기간에는 총 8만 명의 게임 이용자가 모일 만큼 1차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셈이다. 이쯤 되면 국민게임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긴박감 넘치는 공중 추격전과 2인승 플레이어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는 체이싱전, 예측불허의 아이템전과 7종의 다양한 에어모빌(비행수단 아이템), 3개의 다채로운 테마와 6개의 맵이 공개됐다.

 

 

게임 사운드의 매력은 인터랙션


대학시절 음향학을 전공한 박정근 디자이너는 직업 그대로 소리에 민감하다. 잘 듣고 잘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바이오닉 우먼 소머즈 정도는 아닐지라도, 길을 걷다가 얼핏 들리는 이상야릇한 소리에 발걸음이 멈춰선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소리가 어디에서 어떤 원리로 났는지 따진다. 그러고는 그 길목에서 느닷없이 몬스터가 나타난다면 ‘이런 소리가 아닐까’하고 상상한다. 영화 향수처럼 그는 세상에 없는 소리를 머릿속으로 담아낸다.


“소리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원리를 아는 게 제일 중요해요. 이걸 게임에 적용해 보려 갖은 상상을 다 하곤 하죠. 그 아이디어를 통해 응용할 수 있다면 제2, 제3의 또 다른 소리가 탄생하니 일거양득이죠.”


즉석에서 휴대폰을 꺼내 멜로디를 듣던 그는 순간 입속에 스피커를 넣고 입술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분명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가 결국 말하고자 했던 건 단순한 소리,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리라도 어떤 특정한 툴이나 응용을 거친다면 충분히 또 다른 매력적인 소리로 재탄생할 수 있음이 아니었을까. 영화 사운드나 음악 사운드, 게임 사운드도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맥락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게임 사운드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상호 인터렉션을 통한 반응이 아닐까.


“물론 세상에 없는 소리를 만들어 내긴 하죠. 가령 제가 한 번도 보지 못 한 킹콩의 소리를 낸다거나, 게임 상의 귀여운 코알라 소리, 로봇의 변신모드 등은 상상 속의 소리를 만들어 내야 하잖아요. 그게 신기하고 재밌어요. 게임 상에서는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퀘스트를 완수했을 때 나오는 소리 등 소리만 들어도 그 상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사운드 디자이너는 귀로 들으면 그 상황이 머릿속에 번쩍 떠오르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슈퍼마리오 같은 사운드 브랜드 만들고파


물론 그도 매번 자신이 작업한 결과물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한번은 게임 이미지와 캐릭터 성격에 비해 사운드가 현실적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고 쑥스럽게 고백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시선을 달리 보기로 했다. 퇴근 해 잠을 설치면서까지 고민했다. 나름 자신에게 그 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없었기에…. “혹시 당신의 감각이 맞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나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다. 철저히 고객인 게임유저와 다수를 위한 게임이다. 모든 사람이 즐겨야 하기 때문에 공통된 의견이 정답인 것”이라고 말해 그 프로의식을 짐작케 했다.


그런 그가 며칠 전부터 부쩍 커피 한잔을 들고 밖을 서성이는 횟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작업 막바지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나오는 습관이라고. 머리도 식힐 겸 세상 돌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머리를 멍하게 비우면 이따금씩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단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작업도 결국, 있는 소리를 변형해 만드는 것”이라며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소리가 그 원천이라고 볼 때, 아이디어의 답은 자연에 있는 것 같다.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멋지게 만들어 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한 파이프 수리공이 공주를 구하러 간다는 재밌는 스토리로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슈퍼마리오’ 사운드 제작자인 콘도 코우지를 떠올렸다., 그는 “그 멜로디만 들어도 슈퍼마리오의 모든 시나리오가 생생히 기억난다”면서 “소리만 들어도 제작자와 제작사까지 이미지화되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그 첫 번째 조건으로 인터랙티브적인 소리의 풍경을 그려내길 바라고 있다. 게임이 다른 미디어와 다른 점은 리얼타임에 대한 반응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터랙티브를 한껏 살린 사운드야 말로 게임의 생명인 셈이다.

 

그에게 사운드는 하나의 브랜드였다. 그러다 토끼귀 되겠다는 기자의 농담에 한껏 웃어재끼는 박정근 사운드 디자이너. 그가 진정 듣고 싶은 소리는, 그로 인해 아주 재밌고 신났다는 유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아닐까.

 

 

 


에어라이더 플레이 화면(위)과 사운드 작업화면. 게임에서 이뤄지는 모든 연출을 동영상으로 추출해 오디오 툴로 사운드 디자인을 한다. 이렇게 작업된 리소스는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에 실제 적용한다.

 

 

 


박 디자이너는 게임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도 담당했다. 지난 KBS에서 방영한 ‘브리스톨 탐험대(좌)’와 ‘태극천자문’. 개인적으로 고생한 만큼 깃든 추억이 생생한 작품으로 꼽고 있다.

 

*이날 인터뷰했던 박정근 디자이너는 현재 NC Soft에서 근무 중입니다.

*본 기사는 허니문 차일드가 작성한 월간 아이엠 2009년 7월호 기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