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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Man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_조우성 저, 그리고 웹툰

 

내가 책(잡지기자 클리닉)을 출간할 무렵, 페북에서 먼저 발간소식을 듣게 돼 더 기억에 남은 <내 얘기를 들어줄 단 사람이 있다면(이하 '단 한 사람')>. 사실, 저자인 조우성 변호사가 이 책을 출간하기 직전, 나는 그에게 작지만 내겐 아주 진지했던 한 가지를 메시지로 문의드린 적이 있다. 곧 장문의 메시지가 왔고, 큰 도움이 됐다. 이후 내게 또 한번의 격려 메시지를 주시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6월을 마지막으로 대형로펌 태평양을 떠나 작지만 더욱 사람들에게 다기가기 위해 선택한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던 터였다.

 

그러고보면 나의 게으름 때문이었을까. 이제서야 그의 책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다. 평소에 노트북에 책을 한 권씩 꼭 넣고 다니지만, 금요일에는 가볍게 책 한권만 넣고 출근하자는 생각으로 함께 했던 '단 한 사람'.

 

근무 당일 오후 3시가 넘어가자 슬슬 졸리기도 하고, 잠깐 책 서문도 좀 볼겸해서 펼쳤던 것이 그만 두 시간을 훌쩍 넘겼고, 틈틈이 오늘 토요일에 완독했다. 각 에피소드 별로 조우성 변호사가 겪었던, 혹은 알게됐던 사례를 하나의 옴니버스식으로 잘 엮어낸 책이다.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지라 사건, 사고관련 류의 글을 애독하는데, 그의 책은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스토리로 펼치고 있다. 상속, 보증, 가압류, 월세, 배신, 이혼, 가압류, 협상, 저작권 등. 그리고 그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하는 바로 '경청', 아울러 수사관과 변호사, 의뢰인 모두 사람이기에 가져야 할 감성적인 문제와 에토스를 중심으로 녹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깊게 느꼈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 유언장에 숨겨진 할머니의 진심(웹툰 참고)

한 할머니가 일부러 유언장(상속관련)을 기지를 발휘해 육남매 모두 똑같이 상속하도록 한 사례다. 어차피 유류분이라고 해서 남매들끼리 각자의 몫으로 상속분의 25%의 절반, 즉 12.5%까지는 보장이 된다. 여기서 할머니는 욕심 많은 며느리에 휘둘린 아들을 눈치채고 마지막으로 유언장을 통해 육남매에 대한 애정을 똑같이 표현한다. 이 부분은 할머니의 진심과 사랑이 오붓하게 느껴져 신선한 충격이었다.

 

*상속의 덫

이 사례는 나도 비슷한 사례를 옛날에 겪었기에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알아봐야 할 것 같은 기회를 준 사례. 의도하지 않게 빚을 지고 사망하게 된 남편의 상속권을 포기함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곧 아들에게 다음 상속인 자격으로 빚이 떠맡기게 되며 고민하는 아내의 이야기다. 민법 제1019조의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

사실 나도 에전 아버지가 사업에 본의아니게 실패했고, 내가 대학 4학년 때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상속포기하셨고, 난 그 때 그것이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다. 막연히만 눈치채고 있을 뿐. 그래서 더욱 와닿는 사례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도와준 재판

A사와 B사간의 분쟁 중, 우연히 A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이때, 자신도 얼마 전 비슷한 일로 힘들어했던 B사 대표가 A사 대표를 찾아가 위로하면서 사건이 극적으로 해결되는 사례. 그러고보면 사람들이 한 사건으로 소송을 걸고 서로 바득바득 이득 이익을 주장하고 싸우는 것도 어쩌면 더 상처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아닐까.

저자 말대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마스터 키는 결코 놀리보다는 감성에 있지 않나 싶다.

 

*누구의 관점에서 봐야 할까?

이 사례도 흥미로왔다. 두 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A이야기를 읽는 동안 그 놈이 나쁜 놈이었다면, B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다른 놈이 나쁜 놈이었다. 알고 보니 두 사건은 하나. 누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느냐에 대한 시각의 다양성과 판사, 변호사, 검사의 시선을 재해석했다. 저자는 "소송은 이렇듯 두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이야기를 재구성된 사실, 이를 지지하는 각 변호사들의 주장과 그 주장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신뢰할 것인지 고민하는 판사가 만들어 내는 지극히 불완전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이 말도 기억남는다. "원고, 피고 여러분이 누구보다 진실을 가장 잘 알고 계실 텐데 왜 법원에 와서 진실을 밝혀달라고 하는 건가요?"

 

한 가지, 그의 변호에 있어서 그의 사적인 얘기도 나오는데 해석하기에 따라서 조금 아쉬운 면이 남을 수 있다. 아마,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오랫동안 공직, 철도에 한평생 몸받쳐 자식들을 키워내고 자부심과 긍지 하나로 살아오셨기에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간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철도청에 대해 감사하고 분신처럼 느끼기에 충분하셨을 터.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변호인이 찾아온 소송 대상이 바로 '철도청'인 것을 알고는 그 의뢰인을 돌려보냈을 때, 의뢰인 입장에서는 도저히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지 않았까 싶다. 그 역시도 나름 공기업을 상대로 '힘든 일'이 있었을 터. 그래서 더 의아했을 수도. 한편으론, 저자가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 "우리를 지금 껏 돌봐준 철도청을 적으로 둬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떠올리며 고뇌하던 모습. 저자의 말대로 헌법보다 더 무섭다는 '아버지의 법'. 나도 사람이기에 이 사례의 입장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나 역시도 저자 입장이라면 내 아버지와 어머니 가족과 일생을 함께 한 직장을 상대로 사명감만으로 대했까. 솔직히 나도 나를 장담하지 못 한다. 이 책은 저자의 그러한 고뇌와 에세이도 담고 있어 오히려 인간미가 물씬 느껴진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의 진심이 나의 법이라고. 이 책은 무조건 법의 잣대로 사건을 바라보도 변호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당사자의 마음을 함께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처를 아물게 보듬게 안아주는 것이 변호사의 첫 번째 덕목임을 강조한다.

 

책의 말미처럼 이제 스타트라인에 선 달리기 주자처럼, 앞으로 더 사람을 보듬고 열정적인 저자가 되길 바란다. 그의 책 <단 사람2>도 그래서 기대가 크다. 우리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상처가 그 만큼 아물었을 테니.

*출처. 조우성 변호사의 디지털 서재(http://jowoosung.tistory.com/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