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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Man

이너프(Enough)_존 네이시 저, 예담

 

이 책은 늘 '조금 더' '더 빠르게' '더 많이'를 요구하는 현대인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과연 그들이(혹은 내가) 원하는 '조금 더' 갖는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까. 더 많은 걸 원하게 되고 욕심 부리고, 나아가 늘 자아를 만족시키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하는 일생. 과연 행복할까.

 

이 책에 기술한 대로 너무나 많은 것들로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이젠 충분해'라고 말하는 기술. 현대인이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더욱 매말라가고 각종 사회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총 다섯 가지의 불만족으로부터 시작한다. 정보중독, 폭식, 물질적 탐욕, 일중독, 선택의 고문, 지나친 행복추구, 과속성장.

 

노자의 도덕경처럼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곧 부자'인 세상이 고프다. 에드워드 시대 격언처럼 '나는 기품있는 충만함에 도달했기에, 더 이상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는 삶을 살고 싶다. 너무도 빠른 세상에, 빨리 빨리, 더 빨리... 힘들다. 솔직히. 맞게 가는지도 잘 모르겠고. 빠른 것이 좋은 걸까. 동시에 여러 일을 소화하고, 내 것이 아닌 일을 하는 부속같은 인생이 과연 옳은 걸까.

 

정보가 너무 많이 오히려 불안한 세상이 두렵다. 정보과다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머뭇거린다. 생존본능에 따라 폭식하는 습관도 좋지 않다. 충동구매를 일으키는 물질적 탐욕, 삶의 질을 파괴하는 일중독. 이젠 생각을 바꿔서 조금 부족한 듯히 살면서 충분히 만족하고 여유를 스스로 찾는 삶을 느끼고 싶다. 조금 숨을 돌리고 여유롭게 사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가 과도한 육아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마케팅 때문이다."

 

이 한줄이 모든 걸 대변하지 않을까. 부모들은 마케팅의 열성적인 도움에 힘입어 점점 공격적으로 육아경쟁을 벌여나가고, 아이들은 그 불행과 교육법을 대물림받고.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클레어 그랜트가 부엌 창문 밖으로 정원의 나무들을 가리키며 묻는다.

"무엇이 보이나요?"

"나무들이 보이는 군요"

정답이 아닌 모양이다.

"선생님이 새를 좋아하시면 새들도 보일 거예요. 그것이 곧 세상 이치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의 눈에는 감사할 일만 보여요." 

 

책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일부를 발췌 소개한다.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려고 갈망하며 조바심 내지 말고, 이미 누리고 잇는 축복을 생각하라.

 

하지만 내가 주목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감사하는 마음은 단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너그러운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마음이 너그라운 상태가 되면, 우리의 두뇌에서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 보상을 얻고자 하는 심리가 생겨난다.

사람들이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낼 때의 두뇌 반응을 관찰한 과학자들은, 돈을 줄 때도 돈을 받을 때와 똑같이 두뇌의 보상체가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보고한다.

 

(중략)

 

'선행이 선행을 베푸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개념은 철학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중략)

 

찰스 다윈은 우리의 상위 뇌가 적자생존의 개인주의를 뛰어 넘어 인류의 집단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종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윈은 상호결속을 통한 이러한 형태의 승리를 '집단선택'이라고 명명했다. 상호결속 역시 늘 주변으로 밀려나는 부족한 것들 가운데 하나다.

 

문뜩 생각나는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매월 급여의 일부를 구호단체를 통해 아프리카의 어떤 소녀에게 기부하다고 했다 벌써 수년 째. 그리고 주기적으로 오는 그 소녀의 편지. 고맙다는 말. 그 선배의 급여도 늘 빠듯할 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늘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오며 후배들의 존경을 받던 사람. 바로 이것이구나. 더 가지려고 하는 마음보다, 현실에서 조금씩 나누며 살아가고 자신도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던 선배. 내가 그를 존경했던 것 한편으론 그런 마음을 엿봤기 때문이고, 지금도 변함없이 때문 아닐까.

 

늘 '조금 더'라는 생각은 바로 위에 다윈이 말한 '집단선택'의 승리를 불러오지 못 한다. 이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한참 더 배워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