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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Storytelling

김용의 LG 트윈스 내야수_왜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다

 

누군가가 경기 내내 부지런히 무엇을 메모하고 있다.

 

요즘 LG가 잘나가긴 하다. 덕분에 낙(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 이왕 이렇게 분위기 탄 거 회색 원정 유니폼 한 벌 더 장만할 생각이다.

 

LG 트윈스 선수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물론 다른 선수 모두 잘 하고 문선재 선수도 비록 중고 신인이긴 하지만 당당하게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선수는 유난히 눈에 띈다.

 

190센티미터에 가까운 키, 70킬로그램이라는 몸무게의 신체사이즈가 말하듯이 호리호리하다. 타석에 들어설 때는 어깨를 잔뜩 움추린 건지, 어깨춤을 추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다. 마치 문어가 허우적 거리는 느낌도 있다.

 

 

 

선수들이 오가던 상관하지 않고 부지런히 상대 투수를 쳐다보며 뭔가를 쓰고 있다. 뒤 안경 쓴 선수가 바로 문선재 선수.

 

올 시즌 규정타석에는 들지 못 했지만 3할1푼3리의 타율과 17타점, 9도루, 18득점이 말해주듯 타격 전 부문에 알토란 같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바로 '또치' 김용의 선수다.

 

지난 6일에는 잠실 두산 전에 4-4로 팽팽히 맞선 8회말, 올 시즌 마수걸이 첫 홈런이자 결승 홈런을 때려냈고, 급기야 오늘은 9회말에 쐐기 쓰리런을 뿜었다.

 

2008년 두산이 첫 지명, 프로에 입단 후 짓꿎게도 첫 해가 지나기도 전에 LG로 트레이드 된다. 두산 이재영과 함께. 당시 LG의 이성열, 최승환과 맞트레이드였다.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기회를 잡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 2009년, 운동선수에게는 너무도 큰 공백을 가져올 수 있는 군대, 그것도 현역으로 입대한다. 그전에 경찰청 야구팀 테스트에 떨어졌던 것이다.

 

 

 

 

기록하던 중간에 살짝 보이던 스톱워치. 상대 투수의 퀵모션부터 포수미트에 공이 빨려들어가기까지 시간을 잰다. 타격 타이밍을 맞추기 위함이다.

 

사실 2011년 김기태 당시 LG 수석코치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그를 눈여겨 본 김 감독이 그를 틈틈이 기용하며 싹을 키웠던 것이다. 올 시즌은 파격적으로 출장을 약속했고, 김용의는 그런 믿음을 준 김기태 감독에게 보란듯이 보은을 하고 있는 셈이다.

 

6월 11일 현재 29승 25패로 +4를 기록하는 동안 그의 실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그렇게 뜨거운 LG 따발총을 쏠 수 있었던 데는 트레이드 직후 어쩌면 선수생활이 이대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그리고 한 타석 한 타석의 소중함, 이 모든 걸 더 없이 중요하게 여기게 해 줄 바로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경기 화면에는 그런 그의 열정과 기대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 포착됐다. 구단에서 주는 데이터 외에도 본인이 틈틈이 스톱워치와 메모로 상대를 기록하며 공부하는 모습이었다.

 

이용철 해설위원의 칭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야구는 일대일이다. 구단에서 주는 데이터는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다. 저렇게 공부하고 타석에 서니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공부하던 성실함이 바로 결실로 이어졌다. 9회초 쐐기를 박는 3점 홈런.

 

9회초. 8대2로 LG가 앞서던 상황. 그는 또 보란듯이 상대 투수로부터 3점 쐐기포를 날렸다.

 

늘 공부하는 모습. 공부는 자신의 위치를 찾아주고 겸손하게 하며 목표를 갖게 하고 이성을 찾게 한다. 사물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하고, 반드시 보답한다. 마음이 부자가 된다. 그것이 바로 공부다.

 

 

 

 

홈런 축하 받는 김용의. 기분 째지겠군. 오른쪽 검정 바람막이 입은 선수가 바로 투수 임정우 선수.

 

오늘 화면에 잡힌 그의 공부하는 모습. 옛 LG 감독이었던 김성근 전 LG 감독이 오버랩된다. 공부 꼼꼼히 하고 분석해서 성공하지 못 한 사람 보지 못 했다.

 

김용의. 야구선수이기 전에 내게 큰 모범을 보였다. 그 어떤 인터뷰 못지 않게 내게 의미 있던 한 방이었다. 참, 얼마전 적토마 이병규 선수가 자신의 후계자로 김용의(별명 또치)를 찍었다. 그래서 오늘 신문에도 "적또마 김용의, 쇄기포"로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