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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_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저

 


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출판사
필로소픽 | 2013-06-0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해고된 폰 쇤부르크 씨, 쿨하게 가난해지기로 마음먹다독일의 유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른 아침 시간. 날씨가 쌀쌀하고 해서 어깨가 절로 움츠러 든다. 커피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 마침 총총걸음으로 지하철 환승을 위해 걷다 작은 커피 테이크아웃을 발견한다. 가격을 본능적으로 싹 스캔해본다. 아니! 아메리카노 뜨거운 게 겨우 1500원! 그동안 생각 없이 마셨던 45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탐탁지 않다.

 

지갑에서 1천원짜리 한 장과 주머니 속에 며칠 동안 자리하고 있던 500원짜리를 찾아 지불하고 따뜻한 커피를 받아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따뜻한 커피를 입에 데일까봐 홀짝 홀짝 마시는 사이 사람들의 곁눈질이 시작된다. 그들의 심리상태는 이럴 것이다. "아! 커피 땡겨"

 

'저거 얼마 짜리잖아' 라든지 '저 커피 원두는 고급이 아닐거야' 라는 가치판단은 여기서 어울리지 않는 얘기. 그저 그들에게, 그 시간엔 커피 한 잔이 절실한 때다. 나만 마실 수 있다. 그것이 행복이고 우아한 가난이다. (난 여기서 세련된~ 이라는 단어를 더 붙이고 싶다)

 

마침 지난 휴일 동안 읽었던 <우아하게 가는해지는 법>(필로소픽)을 읽었던 후라 1500원이 창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떳떳하고 당당하고, 자신있게 느껴진다. '난 이렇게 실속있게 살아가는 남자'다 하고 우쭐해진다.

 

저자인 폰 쇤부르크 씨는 500년 전 독일 영주가문의 후손이다. 그의 아내는 영국 여왕 친척. 독일 유력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베를린판 편집자이던 그는 갑자기 독일에 불어닥친 구조조정으로 하루 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 그는 그럼에도 결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주눅든 모습을 하거나, 지난 귀족신분에 연연하기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인생의 척도를 계산해 새로운 삶을 영위해 간다. 다름 아닌 가난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아하게 사는 법을 터득한 것.

 

늘 소유해야 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야 하고, 만원 지하철은 짜증 먼저 느끼다 못해 불쾌해 하고, 고급 피트니스 센터에서 몸을 푸는 이들에 대한 유쾌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자신이 어떻게 이들에 반해 건강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지 알려준다.

 

서점에 가면 늘 키워드는 성공, 재테크, 부자, 땅, 힐링, 비법 등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못해 기술, 메모, 정리... 그야 말로 내 재력과 두뇌, 성격으로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 할, 따라가기 힘든 키워드들. 꼭 그렇게 바삐 살고 물질적인 풍요를 목적에 두고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면 금세 만족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이리저리 치고 살며 월급쟁이로 살아가고, 집을 사고, 평생 빚 갚고, 대출 받고, 차를 사고, 허세를 부려도 되는 걸까.

 

이렇게 나도 모르게 탈출구를 찾을 때쯤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한 때 낭비벽심한 자신을 위해 터득한 것이 바로 '포기의 기술'이었다. 그 기술이 그 어떤 낭비의 벽보다도 미학적인 이유에서 우월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만족을 극대화시킨다는 아주 실용적인 목적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우리가 각종 마케팅 전략에 넘어가지 않으면 지나친 동질화와 규격화의 시대에 위기는 오히려 획일화를 분쇄하는 찬스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욕심을 부리며 손을 뻗치는 곳에서 포기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자신의 척도로 삼지 않는 자주성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의 경제적인 쇠퇴는 전적으로 불행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생활 방식을 세련되게 할 수 있는 기회의 인식"이 바로 이런 올바른 태도에 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 "변덕이 심하고 사물들에 많이 의존하는 사람일수록 더 가난한 법"이라며 "항상 뭔가에 불만스런 탓에 아주 가난하게 사는 부자들이 무척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강조하는 새로운 우아한 가난은 '가진 것보다 더 원하는 부자, 가진 것보다 더 원하면 가는'이라고 설파한다. 그러면서 가난해지면서 품위를 잃어버리는 건 최악이라고 덧붙인다. "진정한 가난은 물질적인 결핍이 아니라 건강이나 아름다움, 부유함, 무엇을 좇든지 완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의 가훈은 '현재를 즐겨라'이다. 늘 미래의 행복은 늘 현재의 행복이 답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는 영원히 만족을 못 한다는 얘기란다.

 

이 책의 목적은 저속하고 성가신 것에 지나지 않는 소원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라고 촉구하는 데 있다. 그런 소원들에 충실한 사람은 결코 스스로 부유하다고 느끼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첫 번째 비결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북적대는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고향에서 공원을 산책하고 가까운 소풍을 다니며 휴가를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 또 감각을 감각을 마비시키는 무절제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공자와 신문사에 다달이 돈을 낼 것인가, 아니면 좋은 책을 한 권 읽을 것인가, 하고 독자에게 선택하도록 과제를 낸다. "인간은 실제 돈이 없어도 아니면 최소한 아주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부유항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생활양식'이다"

 

저자는 일의 목적에 대해서도 다시 리셋하기를 원한다. 흔히 "직업이나 일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실패자처럼 구는 이들을 위한 날선 충고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하는 이유는 오로지 일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의 의미와 목적은 여가를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집에 대한 가치와 외식, 매스미디어를 건전하게 무시하는 방법,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관, 행복의 걸림돌인 돈에 대해서 독특한 시각으로 이를 궤멸하는 방법과 경험을 담고 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02년 신문사에서 갑자기 해고되고 실업급여 없이 살며 하층민의 세계로 편입된 뒤 어떻게 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결국 이 글을 쓰게 됐다"며 집필동기를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 책 만으로 독일에서만 30만권이 넘게 팔렸고, 국내에서도 일약 베스트셀러를 낳으며 부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절제의 미학 덕분에 그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이 한 마디는 두고두고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남과 비교하면서부터다. 당신을 행복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그 어떤 물건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생각이다. 네가 가진 것보다 더 원하면 가난하고, 덜 원하면 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