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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단련하다(도쿄대 강의1), 다치바나 다카시 저


뇌를 단련하다:도쿄대 강의 1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출판사
청어람미디어 | 2004-02-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를 통해 대학생들의 학력 저하와 낮...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이다.

아울러 이 책은 난해하고 어렵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혹독하게 뇌를 단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용이 어려운 부분은 과감히 뛰어 넘었다. 대신, 그가 인용하는 것은 모두 줄을 그었다. 읽으면서 내내 그의 지식이 탐났고 질투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거침없는 독서가로 유명하며, 칼럼 한 편을 쓰더라도 수 많은 책과 자료를 통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학문에만 꽉 막혀 있는 지식인은 아니다.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저서인 <영혼이 있는 승부>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정받는 지식인이다.

 

이 책은 도쿄대에서 그가 강연한 내용을 수록한 것이다. 책 제목과 수록된 내용에서 알 수 있듯 그의 강의는 전후좌우, 동서남북, 물리학, 수학, 과학, 의학, 지구과학 등을 오간다. 그렇게 크로스되면서 하나의 쫄깃한 교훈을 만들어 낸다. 가령 이런 식이다. 최신 뇌생리학의 성과를 들려주며 어려운 용어를 나열하면서도, 결론은 스무 살 전후에 시간을 아껴 공부해야 한는 까닭과 인간의 뇌 생리에 기인함을 연결한다.

 

다소 길에 이어지는 발레리나 데카르트를 인용하면서도 그는 계속 '지적 쿠데타'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내면은 결국 '공부도 때가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이런 면을 도쿄대에서 알기에 도쿄대 측은 그에게 '어떤 주제라도 상관 없다. 새내기 대학생에게 당신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된다'는 파격적인 백지수표격 강의계획서를 요구한다.

 

내용 중에서 조금 충격을 받은 부분은 '제4회, 강의는 제끼기 위해 존재한다'는 파트였다. 특히 "처음 한 달 정도는 강의에 착실하게 출석했지만 곧 '제끼기'를 배워 출석할 강의와 빼먹을 강의를 분명히 구분했다"며 현재 대학강의는 시시한 강의도 존재한다고 고발한다. 이어 그는 "그런 강의라면 나중에 책을 몰아서 읽는 것이 정보입력의 효율에서도 수십 배나 더 효과적"이라며 "내 강의도 빼먹어도 좋다. 리포트로 대체하겠다. 다른 과나 학교 학생들 청강도 가능하다"고 도발하는 부분이다. 양보다, 교수의 권위보다 지식의 질적함양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다.

 

그는 도쿄대 신입생들에게 구체적인 실존주의 학창시절을 보내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학창시절에는 그렇게 누가 더 큰지, 발돋움 하면서 키재기를 하듯 설익은 논쟁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자기보다 역량이 뛰어난 상대와 발돋움을 하는 기재기와 같은 논쟁을 하다가 깨져서 남몰라 분루를 삼키는 것도 젊은 시절에 겪어봐야 할 체험"이라고 일갈한다. 어릴 적에 싸움을 제대로 해보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인간관계에 서툴다는 명분을 함께 내세운다.

 

그의 말마따나 살아가면서 어떠한 논쟁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논쟁을 일체 피하면서 사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람은 고만고만한 인생밖에 누릴 수 없다.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려면 어떤 일에서는 논쟁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논쟁 능력을 기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려면 실전에서 단련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한 가지 더. 다치바나 다카시는 절대 당장 어떤 사상에 빠져들지 말고, 필요 이상으로 존경하지도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접촉하라고 조언한다. 마치 사상에서는 이꽂 저꽃 옮겨다니는 나비와 같아야 한다며. 그는 "종교라든지 사상이라든지 하는 것은 어떤 시대에 누군가가 머릿속에 지어내고 쥐어짜낸 일련의 명제"라며 "그런 부분에서는 그냥 웃어버리는 것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해지려면 젊을 때 최대한 많은 사상적인 외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에 관해서는 되도록 바람을 많이 피워야 한다는 것인데, 바람을 덜 피운 사람은 쉽게 미치고 자기가 그 사상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다양한 사상을 접해두지 않으면 새로운 사상을 만났을 때 그것을 바르게 평가하지 못 한다"면서 "경험 없이는 사상을 평가하는 좌표축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사상 세계와 폭의 깊이를 알지 못 하면 특정 사상을 올바르게 자리매김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그가 '인간이 가진 지식은 아직 일천하다'며 인용한 뉴턴의 발언도 의미심장했다.

"나를 찬양함은 하나님의 눈에는 진리라는 큰 바다를 앞에 두고 바다 쪽으로는 눈길도 돌리지 못하고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맹이 한두 개 주웠다고 기뻐하는 어린 아이 같은 것이다"

 

또 커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은 일반인에게 보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그는 히로시마의 원폭투하를 예로 들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1905년에 탄생해 E=mc2, 즉 에너지와 질량은 등가라는 것을 밝혀냈지만, 이 이론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1945년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일반인의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날 때까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혀 상관 없이 보이던 에너지와 질량의 물질세계의 근본적인 개념에 변경을 강요한 이 패러다임의전환이 전문가 세계에서 일반인 세계로 파고드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40년이나 걸림 셈이다.

 

그는 책 곳곳에서 도쿄대생들에게 당부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 인간으로서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가' 같은 것보다 '장신적으로 자립해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평범한 학교 수재, 수험 수재 유형인 도쿄대생은 위에서 틀을 내려주지 않으면 자기 혼자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는다"

 

"도쿄대생들은 도쿄대에 입학하는 순간 그 목적을 상실해버려 상실상태에 빠지고 마는데 그 학생들은 대부분 다음 목표로 학과 진급을 정한다.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 뇌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흔히 사람은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은 스무 살이 지나면 자기 뇌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서 그는 다양한 학설과 과학자 등 위인을 소개하곤 하는데, 특히 이번에 '헉슬리 가문'에 대해 알게 된 점을 이 책을 읽은 성과로 꼽고 싶다. 헉슬리가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천재적 지식인의 가계이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헉슬리 패밀리'라는 항목이 올라 있을 정도라 하니 그 가문의 인재가 다양한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람을 움직이고 조직을 움직이고 사회를 움직이고자 한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좋은 글이란 명문을 말하는 것이 아닌, 뜻이 제대로 담긴 글이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것이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듯 말이다.

 

비록 과학과 물리 등 어려운 내용이 많이 담겨 있지만 그의 논거에 근거한 메시지와 죽비소리는 도쿄대생 뿐 아니라 우리 서울대, 아니 모든 젊은이들이 경청할만한 하다. 그런 면에서 불혹을 바라보는 나는 아직 뇌를 단련하려면 아직 먼 길을 걸어가야 할 듯 하다. 그것도 기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