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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유머_김진배 저


유쾌한유머

저자
김진배 지음
출판사
나무생각(도) | 2006-02-20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반양장본 | 248쪽 | 223*152mm (A5신) | 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수년 전 사서 읽고 책꽂이에 꽂아뒀던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요즘보면 책은 다시 꺼내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 읽을 때의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일까. 내가 걸어가고 있는 지금과 손에 쥐고 있는 책이 하나가 됐을 때 그 영향력은 커지게 된다.

 

요즘 서점가에 가면 너무 자기계발이나 실용서, 창업 등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성공하는 법, 멘토를 닮아라,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라 등 채찍질만 해대는 책이 많은 것 같아 잠시 머리를 식히는 것이 목적이었다. 원래 자기계발서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무수한 실용서와 자기계발서를 접하는 요즘, 어떤가. 마음이 더 편안해지고 평안을 찾았는가?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정보가 많고 받아들여야 하는 양이 어마어마한 이때, 내게 맞는 정보를 넘어 아예 안 봐도 될 것까지 봐야 하고, 그렇지 못 하면 혹시 내가 도태되는 것 아는지 걱정하고 불안하고. 그 불안을 매개로 정부와 언론, 마케팅은 오늘도 먹고 산다.

 

물론 이 책도 그러한 범주에 조금은 선이 맞닿아 있다. 가령 '성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보니 성공했다'라든가, '유쾌한 리더가 조직을 성공으로 이끈다' '유머식 충고를 익혀라' '딱딱한 규칙일수록 부드럽게 제시하라' '백수일수록 당당하라' 등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또 다른 기술로 유머를 꼽고 있다.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용서에 관한 노하우를 소개했다.

 

첫째, 말로만 실수한 사람은 용서하자. 나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니까.

둘째, 나쁜 행동을 했어도 피햬본 것이 없다면 용서하자. 친구가 나를 때리려다 헛치고 넘어질 경우.

셋째, 피해본 게 있어도 경미한 것은 용서해주자. 고발, 소송, 비난 등. 욕해봤자 쩨쩨하다고 나만 욕먹는다. 친구가 내게 주먹질을 했지만 일화용 반창고 정도의 경미한 상처가 난 경우.

넷째, 피해가 막심해도 잘못했다고 빌며 용서를 구하면 용서해주자.

다섯 째, 막심한 피해를 입히고도 사과도 안 하는 친구, 한 마디로 인간 말종인 경우에 한해선 용서해주지 말고 겁나게 복수해버리고도 싶지만, 나 아니라도 매일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바닥인생을 비난해 무엇하리.

 

용서란, 훌륭한 명사나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마음을 좀 더 너그럽게 먹으면 될 뿐. 이 순간 내가 용서해야 할 사람이 몇 사람 떠오른다. 그 누군가도 날 용서해야 할 사람으로 꼽지도 모르듯이.

 

무엇보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부분이 상쾌하다. 각 에피소드별로 맨 앞 부분에 소개되고 뒤에 본문이 이어지는데, 그중 유머 한 가지.

 

시골 사람 한 명이 서울가서 돈을 벌겠다고 하자, 서울가서 골탕먹고 온 친구가 근심스러운 듯 말한다.

"서울은 물 한 모금 마시려해도 돈이 드는 곳이야. 신중하게 생각하게."

그러자 그 사람이 이렇게 대꾸한다.

"그럼 꼭 가야겠군. 물 한 모금만 팔아도 먹고 살 수 있으니 말이야."

 

저자 말대로 세상은 부정적으로 보면 모두 부정적으로 보인다. 생각대로, 눈높이 대로 세상이 보이는 법이다.

또 정주영 회장이 처음 조선소 사업을 할 때 미국에 돈을 비리려 갔지만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일본과 비교하며 한국은 기술도 많이 뒤진다며 우려했다. 그 때 정주영은 이렇게 말해 일본을 제치고 돈을 빌리는 데 성공한다.

그는 분연히 지갑 속에서 지폐 한 장을 꺼냈다.

"이게 거북선입니다. 400년 전에 일본배를 물리친 게 바로 이 배입니다. 400년 전에도 일본보다 더 좋은 배를 만들었는데, 왜 지금은 더 좋은 배를 못 만든다는 건가요?"

거북선 유머에 반한 상대방은 박장대소와 함께 흔쾌히 돈을 빌려주었고, 수십 년 후 한국 조선업은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의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유머와 사고의 반전, 재치가 살아가는 데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신발을 팔 수 있는 사람, 추운 남극에서 냉장고를 팔 수 있는 사람이라면 즐겁고 신나는 인생을 사는 데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지 않을는지. 유머를 무기로 하나 장착해야 겠다. 매사에 진지한 나에게. 새해 선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