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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벽_이노우에 야스시 저


빙벽

저자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출판사
마운틴북스 | 2008-05-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꿈과 현실 사이의 빙벽을 넘으려는 인간의 몸짓을 그린 산악 소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읽고 난 느낌을 말하자면, 뭐랄가. 묵직하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죽었더라도 그 사람은 상당히 이기적이다.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감정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사고하고 판단한다. 그로 인해 평생 가슴 한 구성에 슬픔이라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 이들이야 말로 그들보다 더 안타까운 생이다.

 

이 소설은 등산을 주제로 두 남자의 죽음을 서스펜스 형식과 추리기법을 빌려 써내려가고 있다.

 

이야기는 야시로 교노스케가 전적으로 리드하고 있다. 야시로와 그의 친구 코사카 오토히코는 오랜 등산 친구다. 등산이라면 프로 못지 않은 실력을 갖고 있는 두 사람. 어느 날 이 두 사람은 산에서 만큼은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우오즈의 등반이유는 이렇다.

 

"우리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어.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그 마에호타카 동벽을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을 올라가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것이 한푼의 돈벌이도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그것이 생명의 위험을 수반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눈과 바위와 의지와의 싸움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굳이 그 일을 해내려고 했어. 춤을 추는 대신, 노름을 하는 대신, 영화를 보는 대신, 우리는 눈 덮인 암벽을 올라가려고 했던 거야.”

 

그렇게 마에호타카 동벽을 오르던 두 사람. 순간 우오즈의 친구인 코사카의 나일론자일이 끊어지면서 저 아래 깊은 눈속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이후 사건은 우오즈의 애절한 몸부림으로 이어진다.

 

이후 코사카의 불륜(이라기보다 그냥 마음이 갔던 한 유부녀에 대한 사모) 상대였던 야시로 미나코와의 관계를 우오즈가 알게 되고, 미나코는 자신 때문에 코사카가 자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오즈는 절대 코사카는 자살을 할 친구가 아니라면 이를 부인한다. 또 어설픈 등반실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곧 등산가의 불명예를 일컫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남는 사고 원인은 두 가지. 밧줄이 끊어졌거나, 끊었거나. 밧줄이 끊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조사에서의 실험을 통해 '절대 강한 중력에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기에 이르고, 세상의 시선은 누가 밧줄을 일부러 끊었느냐, 그렇다면 누구인가, 라는 의문점으로 확장되며 신문과 잡지 곳곳에 이야기를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이때 우오즈의 직장 상사인 도키와 다이사쿠는 전적으로 우오즈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등산 비용을 위해 직장에서 일을 하고, 휴가를 마음 대로 쓰고, 비용을 가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의 용기와 배짱, 의리에 내심 마음을 의지하고 있기도 하다.

 

만약 내가 등반하다가 이런 사고를 당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어떤 생각이 들까. 참으로 깊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또, 나일론자일이 끊어진 부분에 대해 총 650 페이지 중 630페이지까지 '혹시나?'하며 반전을 기대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우오즈의 상사인 도키와 다이사쿠는 이렇게 말하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용감한 등반가는 모두 죽는다고 생각합니다. 죽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죽을 확률이 가장 높은 장소를 일부러 찾아가는 거니까. (중략) 우오즈 교타가 완전한 회사원이었다면 설사 산에 갔다 하더라도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산을 사랑하고 산을 즐겼을 뿐, 모험을 피했을 테니까요. (중략) 등산이란 그렇게 목숨을 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근대적 스포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 말에 반대합니다. 인간이 히말라야를 정복한 건 스포츠가 아닙니다. 스포츠여서도 안 됩니다. (중략) 모든 스포츠에는 규칙이 존재합니다. 등산이 스포츠라면 등산에도 규칙을 만들라 이겁니다. 규칙이 생기면 조난이 조금은 줄어들겠지요. 규칙이 없는 스포츠가 있대서야 말이 됩니까?

 

하지만, 이 말을 화김에 내뱉은 도키와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우오즈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의 성격상 또 이 말을 했을 거라고.

 

-그렇군요. 하지만 지사장님. 등산에는 어엿한 규칙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규칙 따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우오즈는 회사원이 아니라 등산가였기 때문에 죽었다. 그 안에는 세상을 저항하고 권력이나 이해관계나 세속적인 체면이나 온갖 회유적인 변수에서 대결하려는 저항의식이 잠재돼 있다. 그에게 산은 자기를 발견하는 무대이고, 직장생활은 자기를 포기하는 무대였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최후에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심 궁금하다. 사람에게 마지막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