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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_이원석 저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저자
이원석 지음
출판사
필로소픽 | 2013-12-24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1994년부터 2012년까지 자기계발 베스트셀러로 읽는 한국사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은 불편하다. 그것도 상당히.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것은 개혁이다. 긍정적인 자기깨움이다. 내 낡은 가치관과 맹목적인 추종, 믿음에 대한 본질을 따끔한 바늘로 잠을 깨운다. 저자가 내게 묻는 듯 하다.

 

사실, 이 책을 읽을 때는 저자가 소개하는 베스트셀러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읽어봤으면 더 좋다. 나는 사실, 베스트셀러를 즐겨 찾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하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서평과 책 내용을 살핀 후 해당하는 글을 읽었다. 요점정리도 이런 요점정리가 없다. 오히려 양측의 입장을 다 들을 수 있어 유용하다고 할까. 아무튼 나는 이런 식으로 이 책을 한장 한장 펼쳤다.

 

"당신은 자기계발서를 왜 읽는가?" 그 물음에 대한 내 답은 무엇일까? 정말로 나를 계발하기 위해서? 왜? 나 혼자 잘 살기 위해서인가? 십 수년간 읽어온 자기계발서로 난 자기계발을 얼마나 이루었는가. 오히려 죽을 만큼 날 쇠뇌시켜서 외부자극에 무덤덤하게 만들고, 무조건 "돌진 앞으로!"만 외치지 않았는가. 좋은 말이라면,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인물이라면 무조건 따라하려는 모습에 경종을 울린다.

 

읽다가 몇 번이나 '이렇게 베스트셀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하고 스스로에게 되묻기를 여러 번. 읽다보니 틀린 말이 없다. 자기계발서의 태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말대로 "부자가 되는 법이란 책을 사면, 자신이 부자가 되는가? 아니다. 부자가 되는 건, 그러한 책을 써낸 저자가 인세와 강연을 통해서 부자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무려 그동안 내로라 할 베스트셀러 13권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우리 사회가 왜 자기계발서에 열광하는지, 그 현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그렇다면 내일은 어떻게 달라질지 그 근본을 저자는 해박한 인문지식(연세대 신학과 졸업, 현재는 중앙대 대학원 문화이론전공으로 박사학위 논문 준비 중)으로 요목조목 반박한다.

 

읽다보니 내심 공감했던 부분이 기독고(개신교)와 자본주의의 밀착에 관한 부분이다. 아울러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의 독자가 정작 건전한 일반인이 아닌, 교회목사와 대기업 CEO, 학부모였다는 사실. 아침형 인간은 사람의 체질과 습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데도, 그 책 저자는 전문적인 실험과 연구결과 없이 자신에 빗대 찬양하고 있다는 것.

 

특히 기업 CEO가 대량으로 책을 사서 임직원들에게 책을 돌렸는데 그 이유는 첫째, 평생을 새벽부터 줄기차게 달려왔던 자신들의 과거 삶을 정당화해준다는 것, 둘째, 직원들의 노동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훌륭한 설득수단이 된다는 것,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열심히 일해야 성공한다고 말해주니 직원들의 노동력을 쭉쭉 빨아먹고 싶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맙겠는가"

 

<아침형 인간>과 함께 반감을 일으킨 책이 바로 <시크릿>이다. 물론 행간의 의미를 잘못 파악한 독자들의 입장도 있겠지만, 한때 그리고 지금도 유행하는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 차라리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이 모자에 쓴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와닿는다. 시크릿은 내가 원하면 이것이 주파수를 통해 우주를 울리고 그것을 이루게 만든다는 것인데, 참으로 뭐라 할 말이 없다.

 

저자인 이원석 씨는 이런 편지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노 시크릿>에 실린 이지성 씨가 받았다는 편지 내용의 일부다.

 

-사례1-

"작가님, 그이는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입니다. 유부남이죠. 하지만 제 사람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시크릿과 VD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왠지 사모님께 미안해지네요. 머지 않아 제게 남편을 빼앗기게 될 사모님의 마음까지 치료해 줄 수 있는 VD가 없나요?"

 

-사례2-

"작가님, 저는 오늘도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나 자신을 괴롭히고 학대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시크릿>과 <꿈꾸는 다락방>이 있으니까요. 저는 <시크릿>을 읽고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성정 향상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건 뭔가가 일어나게 하려는 의도적인 행동이었으니까요. (중략)

 

이런 식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자기계발은 필요에 의해 판매되는 상품이다. 현재의 자기계발은 꿈과 욕망(탐욕)에 부응해 판타지를 제공한다. 그 판타지를 소비하면서 찰나의 위안을, 찰나의 기쁨을, 찰나의 믿음을 갖게 된다는 것,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저자는 자기계발서가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한 미국에서 집중적으로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과 유독 한국과 미국에서 잘 팔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오히려 자기계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옥죈다는 것은 스스로 더 나은 부품이 되기 위한 것 아닐까.

 

저자는 말한다. 자기계발이 아닌, 서로계발을 하자고. 기존의 기득권에 반항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공식을 만들자고.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대가인 구본형과 공병호, 특히 공병호식 자기계발서에 대한 분석과 비판, 문제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가난을 무능 혹은 나아가 죄악으로 보게 만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극도의 피로가운데 내면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이들의 시야를 더 좁게 만드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멘티들이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멘토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영어만능주의 겸 대기업 옹호주의의 자기계발 추구하는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는 것과 열망이 노력을 이긴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크릿>, 위험천만한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결탁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심리적 자기계발로의 전환을 불러일으킨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고전탐독의 그 이유와 결과와의 절충이 모호한 <리딩으로 리드하라> 등을 되짚어보고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 겠다. 자기계발서라는 것에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야를 넓히게 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