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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Man

전자책의 충격_사사키 도시나오 저


전자책의 충격

저자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0-07-1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전자책의 미래, 우리는 괜찮은가?지금 미국에서는 ‘출판사 생략’...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올 하반기에 아마존이 국내 진출한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언제인지 확실치 않아 내내 궁금하던 터었다. 염동훈 전 구글코리아 대표를 첨병으로 세우고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아마존은 쇼핑몰은 물론 전방위적이고 대대적인 개혁을 불러올 것이 뻔했다. 철저히 고객중심의 시스템, 유통, 물류, 결제방식 등 획기적인 시스템이 못내 알고 싶었다.

 

오늘 페이스북을 보니 아마존이 전자책(e북)부터 국내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기사를 타임라인에 올렸다. 이제 내 발에도 불똥이 떨어지는 셈이다. 생각보다 그 시기는 빨랐다.

 

아직 아마존을 써보지 않고 책으나 뉴스, 지인들의 정보로만 접했지만 아마존이 국내 진출 후 출판사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그 때 가봐서 주판알을 튕겨봐야 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유통방식(도매상과 서점배본 등) 변화는 물론 출판사의 기본 프로세스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저자의 예상이었다.

 

기존에는 막연히 저자를 섭외하거나 콘텐츠를 기획하고 책을 편집하고 서점에 유통시켜 인세를 주고... 그런 방식에서 벗어나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몸집만 큰 출판사보다 작고 빠른, 실행력 있는 출판사가 앞서나갈 것이다. 그리고 출판사는 저자와 360도 계약을 해야 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60도 관리는 무엇일까. 기존 책만 펴내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필자의 강연, 토크쇼, 신문/잡지 연재 등 다양한 활동의 홍보와 운영을 매니지먼트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그리고 일부는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어쩌면 이제 편집자들도 서서히 업무방식을 바꿔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상에 앉아서 편집만 도맡아 하던 때를 벗어나 발로 뛰며 커뮤니케이션하고 섭외하고 찾아서 세일즈하는 시대.

 

아마존은 이미 언론에 보도되고 써본 이라면 알듯이 개인이 자가출판을 할 수 있다. 크리에티브 스페이스(Creative Sapce)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는 편집부터 표지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아마존에서는 베스트셀러나 그렇지 않은 책이나 모두 평면의 위치에 선다.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럼 출판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숙제다.

 

나도 이 점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다. 뭉치면 사는 것과 편집실력과 대행의 비즈니스 등 파이를 키워야 한다. 또 막연한 베스트셀러보다 특색있는 출판을 키워 이색화하라는 얘기도 담겨있어 인상이 깊다. 한 마디로 머니아로서 책, 특정 분야에 특화된 책, 모두가 읽을 필요가 없지만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

 

전자책 시대가 오면 기존 출판사와 저자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기존처럼 패키지, 즉 '서점의 진열대에 놓여 있는가?' '신문광고가 크게 나왔는가?' '판매순위의 상위에 들었는가?' '대형 출판사에서 나왔는가?' '유명한 필자가 쓴 책인가?' 같은 외각 패키지가 앰비언트에 의배 벗겨지고, 새로 필자와 출판사에 최적화된 다른 모양, 즉 리패키지가 자리잡을 것이다. 즉, '나한테 재미있는 책인가?' '내가 지금 흥미를 느끼는 주제와 가까운가?' '내 인생과 접점이 있는가?' '내가 참가하고 있는 커뮤니티에서 흥미를 가질 콘텐츠인가?'와 같은 맥략이다.

 

저자는 일본에서(우리나라도 같은 상황)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 이유로 흥미로운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책이 잡지처럼 대량 유통하는 것과 서점이 책을 사서 파는 것이 아닌 위탁제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서점에 책을 배본할 때 문제점이 생기고, 서점에 위탁하면서 그 만큼 반품을 감당할 수 있는 처지가 갈수록 어렵기 때문이란다.

 

읽으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일본과 미국은 서서히 전자책 구입률이 높아져만 가고 있다는 데 우리나라도 그럴까 싶다. 흔히 같은 책이라도 전자책 타깃은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킨들이나 아이패드 같은 단말기 보급률도 미흡하고, 아직 감은 느낄지 모르겠지만 윤곽조차 잡기 힘들다.

 

저자의 말 중에 서적 텍스트보다 서적 콘텍스트(맥락)에 집중하라는 조언도 인상 깊었다. 보통 서점가면 인문/사회과학/자기계발 등 획일화돼 책을 구분해 놓지만, 맥락장이야 말로 새로운 시장과 흐름을 좇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오라이도의 안도 데쓰야의 '맥락장'을 보면 책의 진열도 다르다. 가령 '당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빨간 과일'의 책장에는 인문/사회과학 구분 없이 이에 해당하는 책들이 놓인다. 계산대는 입구가 아닌 전 반대, 진열장 안쪽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계산하는 순간까지 진열된 책을 보게 하려는 이유 때문이다. 맥락장은 이렇게 플러스될 때 효과가 나타난다.

 

지금 내 생각은 아마존을 지지하는 편이 약 60% 정도. 아마존이 안 들어 오더라도 이 유통체계와 질서로는 소규모 출판사가 감당하지 못 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단순히 도서정가제 타결만으로는 미봉책일 뿐이다. 그러면 새로운 흑선을 기회삼아 새로운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확립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국내 야후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독특한 국내 시장에 적응하지 못 하고 철수해버렸다는 사실이다.

 

독자의 시선을 빼앗는 자가 승리한다는데. 전자책, 과연 우리나라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이 책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아마존을 비롯해 국내 전자출판시장의 ABC를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뒤에는 부록으로 출판전문가들의 칼럼이 있어 이 한 권이면 웬만한 전자책 관련 분석책 여러 권 읽지 않아도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