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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침의 해우소

[No.12] 픽사를 지탱하는 힘, 브레인트러스트

 

 

픽사 직원들은 평범한 작품에 안주하지 않고 탁월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브레인트러스트>라는 매커니즘을 홀용한다. 몇 달에 한 번씩 모여 각자 제작 중인 작품을 평가하는 브레인트러스트는 픽사 제작진 사이에 솔직한 얘기가 오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시스템인 셈이다.

 

1995년 <토이스토리>의 성공에 이은 <토이스토리2>에 브레인트러스트의 역할은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1997년 디즈니 중역들이 <토이스토리2> 제작을 의뢰했다. 당초 그들은 이 작품을 극장개봉용이 아닌, 비디오 대여용으로 제작하길 희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극장에서 개봉한 속편 작품은 흔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디오 전용 영화 시장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픽사 제작진은 그동안 자신들이 제작해오던 방향과 이것이 맞지 않음을 몸소 느꼈다. 비디오 대여용 애니메이션은 그들이 추구해오던 작품성과 정반대되는 프로젝트였던 것. 이미 그들은 그렇다고 해서 '적당한' 수준으로 제작하는 법을 몰랐다.

 

 

 

결국 이것은 픽사의 기업성향과 맞지 않음을 깨닫고 다시 디즈니 중역들에게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그들은 이를 흔쾌히 허락한다.

 

1999년 1월 일 존 래스터와 에드 캣멀 사장이 <토이스토리2> 제작을 결정한 후 이 영화가 <토이스토리> 속편이기에, 이번에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었다. <토이스토리> 제작 인력이 <벅스라이프> 제작에 투입됨에 따라 다른 애니메이터 두 명에게 <토이스토리2> 감독을 맡겼던 것.

 

제작에 착수한 지 1년이 지날 무렵 갖가지 문제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결국 두 감독은 존 래스터에게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스토리 릴(임시 음악과 음성을 집어 넣은 스토리보드 그림들)'도 문제였다. 이를 봤던 존 래스터는 에드 캣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재앙이다"

 

 

존 래스터(좌)와 에드 캣멀

 

곧, 존 래스터와 앤드류 스탠튼, 피트 닥터, 조 랜프트, 리 언크리치 등 다섯 명으로 짜여진 <브레인트러스트>가 구성됐다. 아울러 에드 캣멀과 존 래스터는 <토이스토리2>를 다시 모두 뒤집고 새로 제작하기로 결정한다. <토이스토리2>를 구하라는 특명을 내린 것이다.

 

브레인트러스트는 먼저 영화의 감정흐름을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분석해 미진한 장면들을 하나하나 골라냈다. 결국 설마했던 기간 내에 <토이스토리2>는 성공을 이어가게 됐다. <브레인트러스트>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솔직함이다. 자기 생각을 숨기거나 상대방을 오해하지 않고, 완전히 마음을 털어놓고 소통하는 원칙인 셈이다. 이것은 실무진과 부서, 기업 중역들이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근간이 됐다.

 

브레인트러스트도 겸손할 때도, 자존심을 내세울 때도, 개방적일 때도, 너그러울 때도 있다. 또한 자문대상에 따라 규모와 목적도 달라진다. 하지만 핵심요소는 언제나 솔직함이다. 솔직함이 없다면 신뢰도 존재할 수 없고, 신뢰가 없으면 협업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통과정에서 문제를 지적할 때는 사람이 아닌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 브레인트러스트 회의 참석자들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세상은 작품이지, 감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혹 아이디어 제공자가 아이디어를 자신과 동일시 하면 아이디어가 비판받을 때 자신이 공격받는 것같은 기분이 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거전한 피드백 문화를 구축하라면 이런 등식에서 역한관계를 제거해야 한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의견서를 내고 소통을 하는 목적은, 주체적 처방을 지시하려는 것이 아닌, 문제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드백 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부분도 철저히 감독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도 강압적인 피드백 매커니즘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로써 감독이 브레인트러스트에 반발하거나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을 방지한다. '피드백 집단의 관점이 자신과 경쟁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라는 것이 픽사의 선장인 에드 캣멀의 주된 생각이다.

 

 

*본 콘텐츠는 에드 캣멀의 <창의성을 지휘하라>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