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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긴 글은, 쉬운 글의 주적(主敵)이다

"당시 감기가 심하게 걸려 목상태가 최악이었을 때라 목소리는 갈라지고 기묘하게 꼬여들기 시작했고, 녹음은 끝날 줄을 모르고 계속되었는데 결국 수차례 녹음을 반복하던 끝에 더 이상 나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CF 감독에게 녹음 테잎을 보냈고 며칠 뒤 걱정과는 달리 감독의 쓴 소리 대신 수고했다는 인사가 돌아왔다"

 

갈수록 쉽고 간결한 문장이 주를 이룬다. 쉬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독자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기능적인 문장의 3대 요건도 바로 실용성(쉬운 표현), 정확성(바른 표현), 속도성(빠른 표현)을 꼽을 수 있다. 간혹 교수나 일부 칼럼니스트 글을 보면 장황한 설명조의 문구와 함께 비속어와 어려운 전문용어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문장의 실용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문장 자체가 길어 독자는 숨이 가쁘다. 쉬운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이 힘들다.

 

위 사례는 어떤 잡지의 기사 중 일부다. 독자는 평소대로 숨을 들여마시고 기사를 읽는다. 그런데 마침표가 대체 보이지 않아 어디서 쉬어야 할지 모른다. 문장은 간결하게, 작게 쪼갤 수록 전달력을 갖추게 된다. 그것이 한글의 매력이기도 하다.

 

<글 고치기 전략>의 저자 장하늘 씨는 책에서 한국 기사문의 평균 자수는 64자라 밝힌 바 있다. 반면 유명 칼럼니스트의 평균 기사 자수는 22자였다. 논문의 길이는 평균 51자. 그렇게 본다면 한 문장 길이를 25~30자를 기준으로 장/단을 조화롭게 맞춰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짧은 글을 선호하는 독자의 성향은 과학적인 데이터로도 설명 가능하다. 길이 문제를 다룰 때 으레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인지심리학 용어인데, 단기기억은 20초 내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다. 이를 글자 수로 환산하면 평균 27자 내외가 된다.

 

독자에게 확실한 정보전달을 위해서는 독자의 숨을 가쁘게 하지 말자. 27자 내외로 글을 쪼개자. 글을 늘어뜨리는 접속사도 최소한으로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