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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Man

히치콕과 사이코_스티븐 레벨로 저

 

글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제일 괴로울 때는 글이 한 줄도, 아니 한 단어도 써지지 않을 때다. 3일간 한 줄도 쓰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마감 때 이런 슬럼프가 오면 괴롭다. 이럴 땐 정말이지 갖은 방법은 다 써보거나 생각을 달리 하기도하고, 스크랩했던 자료도 다 뒤적거리지만 답답한 마음은 쉬 가시지 않는다. 이미 머리는 생각이 많은데 몸이 어쩔 줄 모르고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또 한 번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글을 보다 히치콕의 영화 기법에 대한 분석 글을 보게 됐다. 그러다 맥거핀(Macguffin,  탐정영화나 괴기영화에서 줄거리의 초반부에 극적인 호기심을 유발시키면서도 관객은 잘 알지 못하거나 아니면 미처 깨닫지 못한 극적 요소)에 대해 알게 되고, 이런 방법을 글 요소요소에 배치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런 알고리즘으로 기사 첫 세 줄을 시작하면 독자도 눈을 떼지 않고 술술 읽히게 되고 궁금증도 품게 된다면 더 없이 기쁠 일이다.

 

 

이렇게 생각에 미쳐서 내 브런치에 이에 관해 글(https://brunch.co.kr/@seoulpol/21)을 썼다. 그래도 조금은 반응이 있었다. 아마 모두 나와 같은 고민을 한두 번 해본 분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던차에 집근처 도서관에서 접하게 된 이 책, 히치콕과 사이코. 이 책은 글을 잘 쓰기 위한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손에 쥔 이유는 그가 영화에 대하는 자세를 내가 글을 대하는 자세와 연결짓기 위함이었다. 결론은 프로의식과 소신, 그리고 혜안이 탁월했고, 자신만의 팀을 구축해 "영화 촬영시 별도의 칭찬이 없어도 히치콕 사단에 든 것만으로도 대단한 칭찬"이라고 했을 정도다.

 

이 책은 <사이코>를 썼던 로버트 블록과의 인연과 저작권 계약, 촬영, 스튜디오의 인색함, 저예산, 배우섭외 등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특히 히치콕은 이 영화의 촬영이 모두 끝나고 "서점과 출판사에서 최대한 사이코를 사들여라"하고 주문했고, 또 상영관에서는 "영화가 시작된 후에는 절대 관람객을 입장시키지 말라"며 반전의 결말을 끔찍히 사랑했다. 한 가지 또 생각나는 것이, 촬영 시 모든 스태프에서 양복과 넥타이를 입혔다. 혹여나 촬영장에 낯선 사람이 침입했을 때 쉽게 이를 알아차리기 위함이었다는 히치콕의 말.  

 

이 책을 일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보는 편이 좋다. 그러면 책에서 열거하는 영화 시나리오 이야기와 촬영 기법, 섭외 뒷얘기 등을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다. 그 이유가 하나하나 밝혀지는 미스터리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