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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 6색 인터뷰 특강, 화_진중권 외

 

 

이번 설날 때 이 책을 비롯해 대여섯 권 정도 셋업을 해놨는데, 결국 그 긴 연휴 동안 이 책 한 권만 완독. 그래도 바로 직전에 읽었던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 노트>에 이어 내게 많은 생각할 거리와 숙제를 안겨줬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사이클을 타는 동안에도 내 자존감이나 세상 사는 이야기, 왜 그들이 분노하고 사회에 어떤 점이 문제이고 누가 풀어야 하는지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덕분에 하게 된다. 이 책은 넓게 '화'라는 주제로 각기 다른 영역의 전문가 여섯 명이 각자의 전문성과 시각에서 다양하게 풀어낸 것이 특징 마치 같은 요리를 세프마다 다른  맛을 볼 수 있는 기분이랄까.

 

저자인 여섯 명 모두 훌륭한 강연과 함께 그 내용을 책으로 옮겨 한줄 한줄 모두 소중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몇 가지 강연자의 내용을 들어보면...

 

진중권 교수, 대중은 왜 화났고, 그 화는 어디로 갔는가?라는 주제를 다뤘다. 기득권 세력이 대중의 분노를 초래하는 세 가지 제도에 대래 언급했다. 기존의 메스미디어를 떠올려보니 굳이 갖다 붙여 음모론을 떠올린다면 맞아 떨어질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 분노의 방향을 슬쩍 바꿔놓는 것, 큰 문제에 분노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그 분노가 아주 사솬 데로 흐르게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아예 분노 자체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얘기 중에 프란츠 파농의 '수평 폭력'이라는 말도 눈길을 끈다. 식민지에서는 식민지배를 받는 사람들이 지배권력에 대항하는 게 아니라 그 폭려을 자기 동료들 내지 가족에게 퍼부어낸단다. 지금 우리 이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억압을 나보다 약한 상대나 가족에게 종종 풀어댄다. 진 교수는 이에 대해 "나의 사고방식, 행동방식, 정서구조 이 모든 것이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만들어졌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이제부터 나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하는 존재 미학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그 만큼 사회 속에 배인 먹물을 인정하고 이를 벗겨내기 위한 연습을 하라는 뜻이겠지 싶다.

 

또 진 교수는 "사실은 자기가 사회라는 장기판의 관찰자, 혹은 훈수두는 사람이 아니라 장기판의 말인데도 그 점을 의식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직접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 말도 깊이 와 닿는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고 하죠? 넓은 영역을 두루 알아야 한다. 자기만의 스페셜한 영역과 제너럴한 영역을 접속해서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내는 것, 다시 말하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다른 것으로 분화될 수 있는 줄기세포의 잠재상태로 자신을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학교 공부만 해서는 안 된다. 남들 다 하는 거하면 망가진다"

 

"한국은 너무 쏠림이 심하다. 머 하나 한다고 하면 다 그것만 한다. 공포감 때문이다. 그 공포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포감이라는 건 사람을 획일적으로 만든다."

 

"여러분 모두 욕망이 있다. 그런데 그 욕망이 진짜 자기 욕망인지 생각해보라. 어떤 캐릭터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시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얘기 중에도 기억 남는 메시지가 있다. "어떤 사람이 주로 화를 낼까. 개가 많이 짖나? 사자가 많이 짖나? 주로 약한 사람들은 상대에게 위협을 느끼면 화를 내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상대가 나를 무서워지도록 만든다. 개가 으르렁 대고 짖는다는 건 상대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뜻"

 

"굉장히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이 사실은 오히려 약한 사람일 수 있다. 강한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때로는 적절하게 화를 통해 주변에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항상 웃고 능글맞게 대응하는 이도 있지만, 사람은 모두 다르다. 획일적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도 주변과 맞춰서 적절하게 대응하고 관계를 맺으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금태섭 변호사의 사형제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나는 사형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고, 다면 흉악범들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솔직히 살려두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금 변호사는 사형제 폐지론자이면서도 존치론자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면서 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그는 사형제 대신 영구 무기형을 강조한다.

 

홍기빈 경제연권의 강의도 이색적이고 무엇보다 착한음식 전문가 안병수 씨의 강연도 흥미롭다. 이 책을 보고 바로 마트에서 압착유를 구입해 대신했을 정도니까. 과자, 아이스크림, 믹스커피, 라면, 소시지, 딸기우유 식용을 최소화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