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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_기타노 다케시 저

 

 

독설이다. 무조건 "잘 한다, 꿈을 가져라, 넌 할 수 있다" 이런 말을 하지 말란다. 그런데 속이 시원하다. 요즘처럼 스타트업이 창업아닌 창업이 되면서 멘토라는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해라, 저질러라, 너는 마크 저커버그가 될 수 있다"고. 과연 그럴까. 포기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기타노 다케시는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식이다.

 

"아이에게 자유의 귀함과 기쁨을 가르쳐주고 싶다면 먼제 제대로 된 틀을 줘야 한다. 두꺼운 벽이 눈앞에 있으면 아이들은 내버려둬도 어떻게든 그곳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발버둥친다. 벽을 부수려는 녀석도 있고, 벽 밑에 구멍을 파는 녀석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지혜와 상상력은 장애물이 있을 때 더욱 풍부하게 발휘된다. 무엇이든 자유롭게 허락된 세계에서는 지혜도 상상력도 발휘할 필요가 없다. 옛날에는 학교 선생님이 무서웠기 때문에 학교에 칼을 갖고 가는 정도의 불량한 행동만으로 영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을 때리면 폭력교사가 되는 오늘날 학교에서는 그 칼로 사람을 찌르지 않으면 영웅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 교육에 대한 독설도 마다 않는다. 아이들에게 제대로된 틀을 줘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기본적으로 재주를 닦으려면 역시 잠깐의 웃음을 위해 자기 돈을 내고 극장을 찾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편이 좋다. 좋은 잔디 구장에서 축구를 해야 실력향상이 빠른 것과 비슷하다. 요리사도 그렇다. 맛보다는 양이 많아야 더 환영받는 대중식당에서는 아무리 일해봐야 좋은 요리를 만들지 못한다. 제대로 배우려면 좋은 손님을 상대해야 한다."

 

이것도 수긍은 간다. 프로세계에서는 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준 있는 고객도 필요하다. 그에 맞춰서 서비스 제공자는 성장한다 그 매개체가 돈이다. 돈은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성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맛있다 맛없라는 마음을 하게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아마 다른 동물들에게 잡혀먹힐 위험이 사라진 때부터가 아닐까. 누군가에게 잡혀먹힐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음식의 맛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 아야기는 나 자신에게도 들어맞는다. 내가 타인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게 된 것도, 다른 연예인에게 잡혀먹힐 염려가 없어진 다음부터다.

 

이 말도 고객가 끄덕여진다. 내가 진심으로 타인의 성공을 기뻐하게 되는 때는 솔직히, 나부터 잘 되고 봤을 때다. 이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솔직한 인간이라면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 아닐까.

 

나는 포르쉐를 동경했다. 막상 차를 타보고 놀랐다. 포르쉐에 탔더니 포르쉐가 보이지 않았다. 친구를 불러내 열쇠를 주고 운전을 시켰다. 나는 택시를 타고 그 뒤를 쫓아가며 내 포르쉐가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택시 조수석에 앉아서 "좋죠? 저 포르쉐 제 거요" 그랬더니 기사가 놀라서 "왜 직접 안 타냐"고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바보군요. 내가 타면 포르쉐가 안 보이잖아요."

 

만족과 지혜, 그리고 물욕의 의미를 깨닫는다. 못 갖는다고 슬퍼 말자. 보는 게 내 거다. 안 타는 것일뿐. 그런가하면 디지털 세상에 대한 예리하게 비판한 내용도 눈에 띈다.

 

귀찮은 것을 피하기만 하면 인간은 바보가 된다. 뇌를 발달시키는 것도 바로 귀찮은 일이다. 거기에 문명 패러독스가 있다. 전자계산기를 보자. 그렇게 작은 기계로 사칙연산은 물론 미적분까지 한다. 그 기계는 인간이 수천 년 동안 쏟아부은 땀과 영지의 결정체다. 그 작은 기계가 세상에 출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귀찮은 일을 거듭했을까. 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은 무지하게 간단하다. 그 인류 영지의 결정체를 사용하고 있으면 점점 지혜가 생길까? 오히려 점점 바보가 된다. 귀찮은 일은 모두 기계가 해주기 때문이다.
도구 덕분에 뭔가가 편리해지면 그 만큼 인간의 어떤 능력이 퇴화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문명 자체가 안고 있는 병리다.

 

비유도 이런 비유가 없다. 맞다. 모든 걸 기계가 다 해주다보니 나는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밖에 이 책은 소소한 얘기와 기타노 다케시만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빌려 봤는데, 하나 사야겠다. 모처럼 사유의 근간을 이룰 수 있는 책을 알게 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