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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_위화 저, 휴머니스트

 

 


형제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08-06-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문화대혁명부터 자본주의 중국까지, 배다른 형제의 파란만장한 삶!...
가격비교

 

 

우연히 버스 시간이 일러 잠시 들렀던 반디앤루니스에서 구입. 2007년, 세 권짜리를 보급판 페이퍼백으로 한 권으로 묶어 그 페이지가 무려 900여장에 달한다.

 

이 책은 한 시대를 살아간 어느 형제의 이야기다. 서양에서는 400년 동안 거처야 할 문화/개방혁명을 중국이 4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겪으면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이 책은 과연 인간이 시대를 거슬러서 살 수 있는 것인지, 환경에 따라 인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안의 본질과 욕망, 본능이 살아 꿈틀대며 진솔해도 너무 진솔하고 추하고 잔인하며, 분개할만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극중 주인공인 이광두와 송강. 아버지를 닮아 천방지축에 거리낌없는 말투와 본능에 충실한 사나이. 그리고 아버지를 닮아 올곧고 형재애를 중시하다못해 수동적이기까지 한 송강.

 

아버지를 여읜 이광두와 어머니를 여읜 송강이 형제가 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문화대혁명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살아간다. 그 안에 이광두의 첫사랑 임홍이 등장하며 두 형제는 청년이 된 후 삼각관계를 맞이하며 갈등에 치닫는다.

 

순애보적인 송강과 달리 현실에 빨리 순응하며 일찌기 장사치에 눈을 띈 이광두가 거침없이 성장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기로에 봉착한다. 그리고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도 여느 소설처럼 두 형제의 이야기는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 놓지 않는다. 현실적인 전개로  이야기 내내 얽히고 섥힌 주변인들이 각각 또 다른 삶을 맞이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책 중 이광두라는 캐릭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엉뚱하기도, 또 너무 솔직해 황당하다가도, 장사치에 눈이 밝고, 언변유수가 뛰어나 비즈니스에도 막힘이 없다. 형인 송강의 아내인 임홍에게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도 그는 한 마디로 끄덕없다. 송강이 어렵게 고생하다 폐병에 걸리자 그는 한달 6만원이라는 거금을 거의 꼬박꼬박 입금할 정도로 우애를 보이면서도, 어느 날 송강이 멀리 돈을 벌려 자리를 비우자, 첫 사랑이자 탐욕의 눈을 들였던 그의 아내, 임홍에게 손을 내민다. 임홍에게 욕정의 배설물을 마음 껏 내뱉는 이중성. 그러면서도 하지만 형제의 비극이 마지막에 치달았을 때 그는 다시 이 한 마디로 모든 걸 대신한다. "난 또 다시 고아가 됐다."

 

저자는 이광두와 같은 캐릭터는 지금 중국에서도 흔하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뼈저리게 고생하고, 갑자기 일확천금으로 부귀를 누리게 되는 이들 말이다.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그 누구도 승자와 패자가 없고, 행복도 불행도 느낄 수가 없다. 마치 몸에 맞지 않은 옷처럼.

 

임홍이라는 인물도 주목할만 하다. 부끄러움 많던 소녀에서 아리따운 처녀로, 한 사람 밖에 모르던 순애보 여인에서 현명한 아내로, 남편의 형제와 미친듯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나서 다시 지난 날을 후회하며 독신 여성으로, 그러고는 부를 축적하며 홍등가 일로 대부가 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솔직한 자기고백일 뿐. 중요한 것은 결국 자기 인생은 자신이 살아야 하고, 행복도 기쁨도 자신이 누려야 한다는 것.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도 자신의 것이며 이는 곧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웃고, 열받고, 슬프고, 분개하고, 통쾌해 했다. 극중 인물의 다양한 형상화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