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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한말씀_조관일 저


멋지게 한말씀

저자
조관일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0-10-01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어느 자리에서도 짧고 강렬한 말로 환호를 끌어내는 기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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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직원이나 클라이언트, 관계사 사람들에게 제목말따나 멋지게 한 말씀 할 때가 종종 온다. 나의 경우는, 어떤 모임에 초청받아 잠깐 마이크를 잡게 되거나, 혹은 모 행사에서 모두 발언을 해야 할 때, 또는 회의를 주재하거나 기획안 설명, 강의 등 한 가락 뽑아야 할 때가 많다.


사실 나 역시도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내가 굳이 맡지 않아도 되는 자리는 되도록 사양하는 편이지만 언제고 그렇게만 미룰 수는 없는 편이다.


그러던 중 수년 전에 우연히 서점에서 눈에 띈 책이다. 사실, 스피치나 말 잘하는 책의 경우 백 번이면 백 번 직접 강단에 서서 입을 열어보고 경험하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다. 책이 전달하는 것은 텍스트일 뿐 그것을 그대로 맹신하거나 정독해서 내용만을 숙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이디어와 인용문만이라도 얻으면 된다, 저자의 노하우를 직접 보는 느낌으로 가볍게 접근했다.


가끔씩 저자가 자화자찬을 하는 대목이 나오긴 하지만 그리 눈에 거슬리는 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멋에 사는 것 아닐까. 내용 중에 '마이크를 잡으면 '와우!'라는 감탄사를 끌어내라'는 챕터가 있다. 저자가 자신의 사례를 빗대는 페이지인데, 10월 쌀쌀한 어느 날 인삼을 홍보하는 축제에 참석한 모양이다. 가만 보니 초청된 내빈들이 많을 뿐더러,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길다보니 행사장에 참석한 이들이 조금씩 지루해 했던 모양이다.


드디어 저자 차례. '이런 센스 없는 사람들'이라고 혼잣말로 혀를 차며 그는 마이크를 손에 쥐자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오늘 날씨가 무척 춥죠?"

"네~!"

"그게 바로 평소에 인삼을 안 드셔서 그런 겁니다."

능청스런 내 말에 청중이 일제히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중략)

"앞으로 인삼을 많이많이 잡수시라고 오늘 날씨가 이렇게 추운 것 같습니다. 건강에 인삼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아무쪼록 세상 모두가 인삼을 많이 잡수시고 건강하시길 바라며 축사에 갈음합니다."

이것이 내가 했던 스피치의 전부다. 짧은 연설이지만 청중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중략) 박수를 받고 칭찬을 들었다는 것은 청중이 내심 감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면이 있는데, 그냥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오히려 저자의 뒤 이은 사례를 읽으며 그의 임기웅변과 능청스러움을 가장한 기발한 메시지 전달력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슷한 단어의 조합으로 청중의 지루함을 달래고, 대조적인 상황을 잘 묘사해 웃음을 자아내며, 자료를 적절히 활용해 머릿속에 쏙 들어오게 하는 것은 나 같으면 백 번이면 아흔 아홉 번은 자화자찬하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 국내 유명 호텔의 강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청중의 관심을 돌리고자 '그랜드볼룸'과 '마이크볼룸'으로 따끔하고 재치있는 웃음을 짓게 하고, 그의 아내 모교인 모 대학 간호학과 졸업식장에 초청받은 그가 자신이 재직 중이었던 석탄공사 이미지의 '검정'을 빗대 한 때 독일로 외화벌이를 가던 사례를 들어 박수를 받던 일, 그리고 한 지방 군수가 모 종교행사에 참석했는데 술 대신 물로 건배 제의를 요청하자 그 군수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물처럼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리는 메시지로 이해하겠다"며 건배사를 했다는 부분은 나 역시 쉽게 발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는 무엇보다 현장의 상황을 유심히 잡아내고, 키워드(자극어)와 특이현상을 캐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임기웅변에 능하고 말을 능청스럽게 잘 할 수 있었던 건 역시 꾸준하 자료수집과 정리였다. 즉 머리가 아닌 발과 손을 더 믿었던 것이다. 무엇을 왜 모으는지 목표를 분명히하고, 절대적으로 많이 읽고, 독서를 틈나는 데로 해야 한다고 한다. 또 발품을 팔아 많이 보고 많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TV와 라디오는 물론 인터넷, 영화, 연극, 음악회 등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와 기회를 통해 많은 자료를 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것이 탁월한 스피치를 할 수 있는 든든한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메모와 스크랩은 필수다. 


그런데 내용 중에 '이후의 10분을 압도하는 최초의 10초'라는 대목이 있다. 즉, 처음 스피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전체 스피치의 분위기가 좌우된다는 내용이다. 시작을 심각한 웅변조로 시작하면 이후에도 계속 심각해져 유머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기사작성에 인용해 보면 어떨까 싶다.


사실 기사작성에서 가장 힘이 드는 부분, 가장 고심하는 부분이 바로 전문과 첫 리드문 세 줄이다. 무엇을 인용할까, 어떻게 풀어갈까, 대화체로 시작할까,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시작할까 등 무수한 고민을 하게 된다.


세일즈의 거장 엘머 휠러의 말대로 "할할 때 최초의 10초가 다음의 10분보다 중요하고, 최초의 열 마디 말은 뒤 이은 10만 마디의 말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사의 시작을 스피치의 시작처럼, 유머러스한 도입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를 아이스 브레이크(Ice Break), 즉, 연단과 청중석에서 처음으로 마주치는 냉랭한 분위기를 깨부수는 방법이 바로 유머인데, 기사 리드 부분도 재치있는 유머와 이야기 하듯 풀어가는 것도 나름 한 번쯤 시도할 만한 방법인듯 싶다. 기사의 리드 세 줄에 독자를 잡을 만한 힘이 있어야 하고, 또 독자와의 냉랭한 첫 대면을 깨부수려면 이 방법도 신선한 듯 하다. 


이밖에도 반드시 스피치에 활용하는 부분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생활이나 일상에서 배울 수 있는 많은 인용문과 사례가 많이 녹아 있다. 처음부터 스피치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가볍게 접근하고 어떤 사례를 통해 한 가지라도 메모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활용가치는 충분하다. 단돈 15,000원 갖고 말이다. 


모든 결과는 나의 생각과 결심, 경험에 달려 있다. 그나저나 쌤앤파커스, 책 잘 만든다. 소문대로 업계 최고의 연봉을 주는 회사 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