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ing Man

★ 여적_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경향신문 명칼럼 219선


여적

저자
경향신문사 지음
출판사
경향신문사 | 2009-01-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경향신문 명칼럼 219선 적게는 700...
가격비교

 

 

 

여적이란?
여적[餘滴]이란 한자는 남을 여, 물방울 적자다. 통상 무슨 일이 끝난 다음의 남은 이야기란 뜻으로, 여록[餘錄] 또는 여묵[餘墨]이라고도 한다. '여적[餘滴]'란[欄]은 신문·잡지 등에서 여록이나 가십 등을 싣기 위하여 마련한 지면으로 주로 단평[短評]을 싣는 곳이다. 글을 쓰다 남은 잉크방울로 무엇을 쓴다는 것은 짧지만 촌철살인의 멋진 글발로 세상을 비평하거나 풍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글을 쓰는 직업이기에 평소 인용구나 사례, 서문을 위해 책을 살갑게 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 통계도 필수며, 맞춤법과 다양한 취재원을 책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 곧 좋은 글감을 이루는 뼈대가 되고, 나아가 독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원고의 핵심자원이 된다.

 

고 이규태 선생님의 조선일보 <만물상> 못지 않게 화제가 됐던 경향신문 <만물상>. 이규태 선생님의 만물상을 시초로 여러 신문에서 이와 비슷한 짧은 정보성 칼럼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여적은 사설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변천과 고뇌, 다양한 소재를 통한 현대사를 아우르고 있다. 한 마디로 여적에 쓰인 제목만 보더라도 당대 어떤 사건 사고가 있었는지 한눈에 꿰찰 정도.

 

책을 출간했던 2009년 기준으로 약 18,000여 칼럼 중 215편의 글을 선별했다. 이를 인물/사건/세태/문화/지구촌/과학, 스포츠 등 섹션으로 선별했다.

 

특히 눈에 띄었던 대목이 바로 '최명의와 혼불'. 이 글을 읽자마자 페북에 그대로 올려 공유했을 정도로 놀라운 글맛이었다. '우리나라 최명희 작가의 혼불의 경우도 너무도 글이 차지고 결이 좋아 도저히 외국어로는 변역이 쉽지 않다고 한다.', '미싱으로 박은 이야기가 아니라 수바늘로 한땀 한땀 뜬 이야기', '옹골찬 여인들의 한 많은 삶이 다져낸 넋의 아름다움', '소리내어 읽으면 판소리가 되는 소설'... 수 많은 소설가의 작품은 이처럼 깊은 속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 몇이나 될까. 외국어로 도저히 번역이 되지 않는 소설, 소리내어 읽으면 판소리가 되는 소설...

 

또 흥미로운 것은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주요한 소설가였을 때 겪었던 필화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향신문은 곧 정부에 의해 폐간조치가 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의 여적은 민주주의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다수결의 원칙'에 도사려 있는 함정을 꼬집은 글이다. 미국 허멘스 교수의 '다수의 폭정'이란 논문을 인용, 이승만 정권의 반민주적 전횡(부정선거)을 정면으로 꾸짖은 칼럼이다.(성숙지 못한 인민을 대사으로 '가장된 다수'가 나오면 또 한 가지 폭력에 의한 진정 다수결정이 나오는데 그것이 곧 '혁명'이라는 내용) 이후 내란선동으로 경향신문 강제폐간 조치.

 

이밖에 인용할 거리를 많이 찾았는데, 그중 몇 가지를 추려보면,

 

-남태평양섬에 들어간 서양사람들이 폭풍경보 때는 검은 공을 산 위에 걸기로 했는데 토인들 생각에는 검은 공이 뜨면 반드시 폭풍이 불어오니 폭풍의 원인이 검은 공에 있는 줄 알고 그것을 떼어 불에 태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인식한 논리의 도착이다.

 

△ 흔히 기사를 쓰다보면 이처럼 원인과 결과의 부합이 맞지 않은 사례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때 이 예를 서두에 깔고 기사를 쓰면 효과적일 듯 하다.

 

--이백은 중국의 시인이면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인물이다. 술로 시를 빚었어도 향기로웠고, 시로 술을 읊었어도 그윽했다. 그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시의 고향은 쓰촨이었다.

 

△ 처음 이 문장을 보자마자, 술로 시를 빚는다는 문장과 시로 술을 읊었다는 문장에 바로 꽂혔다. 당시 이 기사가 중국 쒜찬성 지진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열거했던 내용이었는데, 시와 술의 상반된 내용을 저렇게 인용할 수도 있다는 것 배웠다.

 

---세계 최초의 복제양인 세살배기 돌리가 조로현상을 보여 일찍 죽거나 암을 비롯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다. 돌리의 텔로미어 길이가 같은 또래의 양에 비해 20%나 짧았다고 한다. 6살난 양의 체세포를 복제했기 때문에 실제 연령은 9살이란 얘기다.

 

△ 때로는 간단한 칼럼 하나가 중요한 지식공급원이 될 수도 있다. 당시 복제기술에 대한 이슈가 극에 달했을 때 보도됐던 칼럼이다. 양을 복제해 아이 양을 탄생시켰는데 조로현상이 일찍 찾아와 알고 보니, 해당 양을 그대로 복제할 경우 염색체는 젊어지지 않는다. 6살난 돌리를 목제하면 복제양은 태어나자마자 6살이 되는 것이다. 이 칼럼 읽고 고개를 끄덕끄덕.

 

이처럼 칼럼 한편은 무수한 정보와 지식과 글빨을 토대로 하며, 농축된 글쓰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웬만한 지식과 글 실력이 되지 않는 이상 독자의 인정을 받는 글쓰기는 쉽지 않다. 당대 트렌드와 이슈도 적절히 담아내야 하고. 그런 면에서 깊이 한 수 배웠던 책임에 틀림 없다.